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moon society Aug 22. 2019

이문동의 보금자리, 이문의 자취방

  이문동은 살기 좋은 곳인가? 자취를 시작하기 전 했었던 생각이다. 이문동은 화려한 번화가는 아니다. 유동인구가 많지도 않고, 밤거리가 휘황찬란한 곳도 아니다. 혼자 사는 재미가 없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으로 이문동에서 자취를 시작한지도 1년 반이 되었다. 그간 이문동에서의 자취는 평범했다. 

이문동은 조용한 동네이다. 너무 조용해서, 조용하다는 점을 눈치채지 못할 때가 있을 정도로 이문은 고요하다. 번화가의 공기는 술집에서 틀어놓은 음악소리와 행인들의 말소리, 대로변을 지나다니는 차의 엔진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이문의 밤은 그에 비하면 매우 고요하다. 간혹 들려오는 소리들이 있긴 하지만 그 종류는 매우 다르다. 고양이들이 서로 다투는 소리, 밤산책을 하는 사람들의 작은 웅얼거리는 대화가 이문의 밤을 채우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이문동이 아닌 동네의 자취방에 처음으로 놀러갔다 꽤나 놀랐다. 그 자취방은 번화가 근처에 위치해 있었다. 밤임에도 불구하고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와 창문 새로 들어오는 빛 때문이었다. 그때서야 이문동이 서울의 여타 다른 동네와 같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 것 같다.

 다같이 모여 왁자지껄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회식은 하기 어렵더라도, 집에 앉아 맥주를 홀짝이며 글을 쓰기 좋은 동네, 이문동. 여름의 한낮에 열린 창문 새로 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누워있자면 시끄러운 차소리가 아닌 듣기 좋은 동네의 소리들이 들려오는 이 곳. 이 곳은 이문의 자취방이다. 

작가의 이전글 이문동의 버터 향기, 몰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