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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moon society Aug 29. 2019

이문동만의 시간

 우리는 때로 시간이 빠르게, 혹은 느리게 지나가길 원할 때가 있다. 보고싶은 사람을 만날 때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고, 시험 기간이 다가올 때 한 글자라도 더 외우려고 조금만 느리게 갔으면 생각할 때가 그렇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우리의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흘러간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변화한다. 꽃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철이 없던 아이는 어느새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매일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이제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먼지만 쌓여간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가 영화의 단골 손님이 된 것도 현실에선 시간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공간은,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이문동이다.


이문동을 걷다 보면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건물의 모습


 이문동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은 조금 당혹스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문동은 우리가 알던 서울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1호선 외대앞 역에서 내려 이문동의 거리를 걷고 있자면 마치 70~80년대에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벽돌로 지은 집에 그 마저도 1~2층으로 낮게 건축되어 있어서 고층 빌딩은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로 이문동과 석관동 사이 연탄 공장이 있었고 공장에 근무하시는 노동자분들의 거주지가 형성되면서 이와 같은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하지만 외적인 모습만 가지고 시간이 머물러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이문동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옹골진 치킨 정면 사진


 언제나 이문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많지만, 나는 그 중에서 ‘옹골진 치킨’을 소개하고 싶다. 이문동에 거주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2019년인 지금까지 옹골진 치킨은 변한 게 없다. 언제나 저렴한 가격과 풍부한 양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그러나 옹골진 치킨에 시간이 머물러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점을 다른 곳에 있다. 바로 사장님의 초지일관의 자세다. 옹골진 치킨을 시작할 때부터 매일 깨끗한 기름으로 바꾸는 것, 그리고 맥주 관 청소하는 것을 빼먹지 않고 해오고 있었다. 비록 가게 인테리어와 상대적으로 좁은 내부 공간은 신경 쓰지 못했더라도, 매일 지켜오던 2 가지를 하면서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았다. 이렇듯 옹골진 치킨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의 철학이 고스란히 치킨 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 옹골진에서 맛있는 치킨을 먹다 보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아늑함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옹골진 치킨의 가격. 초지일관을 지키고자 하시는 사장님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문동은 지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본격적으로 이문동 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옹골진 치킨을 비롯한 수 많은 이문동 가게와 주민들이 보금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문동을 떠났고, 어떤 이들은 이문동에 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변한다. 이문동은 지금 새롭게 변화하고 있고 우리는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마음 속 한편에서는 이문동만이 붙잡고 있던 시간, 그 시간이 언젠가 그리울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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