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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인물C May 21. 2022

4. DJI, 소비자 각도에서 분석 시도

|뛰어난 디자인, 소비자 친화력, 가격 대비 압도적 성능|


이번에는 순수하게 소비자의 각도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DJI의 드론 제품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디자인이다. 대표 제품인 팬텀부터 살펴보면 이미 외관에서부터 사실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중국산(?) 제품 답지 않게 상당히 수려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비교 대상 없이 DJI의 드론만 봐서도 그 자체로 디자인이 상당히 잘 되어있다는 것이 느껴지는데 드론이 유행을 타기 전 여기저기 전선이 삐져나오고 드론 내부의 부품들이 그대로 노출된, 딱 봐도 뭔가 덕후들이 쓸만한 물건처럼 보였던 조립식 드론과 비교하면 DJI 드론 디자인의 우위가 여실히 느껴진다.


DJI의 완성형 드론 전에 흔히 볼수 있던 DYI 드론의 전형적인 모습


단순히 외관적인 디자인 차원에서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구석구석 소비자를 위한 디테일이 상당하다. DJI 대표 제품인 팬텀 계열을 비롯한 대부분 드론 제품은 4개의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는데, 각각의 프로펠러는 회전 방향이 달라서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와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각 2쌍으로 구성된다. 평소에는 드론 부피 축소와 프로펠러 보호를 위해 분리해서 보관하다가 실제 드론을 날릴 때 조립을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체결을 할 때 프로펠러를 거꾸로 장착할 수 있는데 DJI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디자인까지 신경을 썼다. 볼트 너트의 색깔을 구분한 것은 물론 올바르게 체결하지 않는다면 아예 체결 자체가 안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런 작지만 세심한 디테일이 DJI 제품에 곳곳에 적용되어 있다. 그리고 2016년에는 휴대성을 극대화한 폴더블 드론인 ‘매빅’을 출시했는데 (DJI의 제품이 대부분 세계 최초 상용화 제품이므로 굳이 계속 강조하지 않겠다) 이는 독특한 접이 방식으로 500미리 생수병 크기 정도밖에 안되므로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로 부피를 줄였다. 이 역시 어떻게 하면 드론을 들고 험한 지역을 가야 하거나 짐을 최소화해야 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였고, DJI는 이를 디자인적 사고로 해결한 것이다.


DJI는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성능 대비 비용 절감에 있다. 드론에 대해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갖고 여러 드론 제품을 조사해봤던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같은 가격대에서 비교했을 때 DJI의 가성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미국 드론 제품들보다 약 20~30% 이상 저렴한 가격대를 보여주면서도 오히려 고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DJI가 소재하고 있는 중국 선전의 지역적 특색이다. 중국 선전의 제조업, 특히 전자 산업 분야는 세계에서 가장 밀집되고 발달하여 선전의 화창베이 지역 (과거 한국의 전자부품상가 밀집 지역이었던 용산 느낌)에만 가도 저렴하고 품질 좋은 각종 전자 부품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전이 위치하고 있는 주강 삼각주 지역의 조립 및 가공 산업 역시 최강이므로 효율적인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적 배경 덕분에 DJI는 신속하고 저렴하게 자신들의 디자인과 설계를 생산까지 연결시킬 수 있었다.


선전 화창베이 전자상가 밀집 지역
선전 화장베이 상가 중 한 곳 @직접 촬영


그 외에도 전체적인 드론 생산에 필요한 부품의 최적화 역시 DJI의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 FC(Flight Control), 모터 등 동력장치, 카메라 및 렌즈 등은 모두 DJI의 엄격한 최적화 과정을 거쳐서 설계되어서 빈틈이 없다.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것을 뜯어보면 하나하나 보면 DJI 외에는 아무도 갖고 있지 못한 대단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들어간 부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매우 높은 정합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 인력 및 자금에 아낌없는 투자|


또 나왔다. 그놈의 지겨운 연구개발 투자. 하지만 어쩌겠는가 잘 나가는 기업들은 다 연구개발에 많은 돈을 쏟아붓는다. 다만 이 비용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지가 관건일 따름이다.


DJI의 연구개발은 큰 줄기가 작은 디테일을 모두 잡는 것으로 유명하다. 왕타오는 DJI 전체 인력의 1/3 이상을 연구 인력으로 운영 중이며, 영업이익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을 만큼 이를 중시한다. 앞서 언급한 드론 비행 자체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FC 성능 및 조종 편의성 향상, 안정적인 호버링 기능, 장애물 회피를 위한 감지 센서 고도화, 자동 항법 제어(Autopilot, 자율 비행) 및 자동 회귀 기능 등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미 DJI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 추구하고 있다.


그 외에도 팬텀 1세대는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았으므로 유명 액션캠 기업인 고프로(GoPro)와 일시적 밀월 관계 갖고 협업했지만 스스로 개발한 카메라와 렌즈를 '팬텀 2 비전플러스'에 장착하면서 그 관계를 청산했고, 고화질의 항공 촬영을 안정적으로 얻기 위해서 원거리 고화질 전송에 필요한 통신 기술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였으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드론에서 최대한 안정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촬영 결과물을 보장하기 위해서 드론에 장착하는 카메라 짐벌 기능에 꾸준한 연구개발에 집중했다.


그 결과 이제 시판되는 DJI의 모든 드론에는 3축 짐벌이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엄청나게 흔들리는 드론에서도 물 흐르듯 안정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FPV(1인칭 영상 송출 장치) 기능까지 탑재해서 드론 조종사가 마친 드론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참고로 짐벌이란 카메라 촬영 시 흔들림을 보정하는 장치로서 3개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카메라가 마치 흔들리지 않은 것처럼 수평을 맞춰준다. 크게 앞뒤, 좌우, 상하 움직임을 상쇄하므로 3축[Pitch, Roll, Yaw] 짐벌이 일반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이런 다양한 드론 촬영과 연관된 기술에 투자를 하면서 기술력을 갖추다 보니 점점 더 드론 기업보다는 종합 영상 기자재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 쪽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실제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액션캠, 스마트폰용 짐벌(오즈모 라인)이라던지 전문적인 영화 촬영에 필요한 대형 카메라 짐벌을 시판해서 판매하고 있다.


이런 치열한 연구개발을 통해 드론 제품이 각 세대 별로 업그레이드 되어가는 모습을 살펴보면 절로 대단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기한 ‘팬텀 1’에서 ‘팬텀 2’로 넘어가면서 기존 드론 only에서 드론과 카메라가 결합된 일체형으로 바뀌었다던지, 휴대성이 필요한 소비자를 위해 폴더블 드론을 출시했다는 건 눈에 확 띄는 변화이므로 굳이 강조 안 해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큰 업그레이드 이 외에 실제 드론을 쓰면서 느꼈던 소소한 불편한 점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거짓말처럼 싹 고쳐진다는 것은 정말 소비자 입장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예를 들자면 2016년 출시된 1세대 매빅 프로를 보면 먼저 카메라 렌즈에 투명 보호캡이 있고, 카메라 틸트에도 버클 같은 것이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모두 드론 사용 전에 모두 탈착해야 한다. 또 사용 후에는 또 두 개를 찾아서 다시 결합을 시켜야 하는데 이게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그런데 DJI는 어떻게 이걸 귀신같이 알고 2세대 매빅 프로에서는 이 두 개 부품을 하나로 합쳐서 사용자 편의성을 제고하고 보호캡 분실의 위험을 줄였다. 참 별 거 아닌 부분인데 말 안 해도 소비자의 불편을 알아서 해결해줬다는 측면에서 다시 한번 DJI의 저력을 느끼게 된다.


물론 DJI 제품이라고 다 완벽하게 좋았던 것만은 아니고 일부 초기 기계 결함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던지, 수리 관련 애프터서비스에 있어서 소비자와의 불협화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DJI가 드론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DJI 엄청 빠른 의사결정 및 초단기간으로 혼신의 힘을 다한 신제품|


ㅇ 미친듯한 신제품 발표 주기


DJI의 또 다른 강점이라면 왕타오 특유의 비즈니스 감각으로 인해 의사 결정이 매우 빠르며, 의사 결정이 완료된 부분에 있어서는 전 직원들이 합심해서 해당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한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경쟁사들이 혀를 내두르는 신제품 개발 소요 시간이다. 보통 타 경쟁업체들이 다음 세대 제품을 내놓는 데까지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까지도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DJI는 꾸준하게 이르면 5개월마다 한 번씩 신제품 혹은 같은 라인업의 차세대 모델을 출시했다.


말로 설명하면 별 게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기간이라면 연구개발 인력들을 얼마나 갈아 넣는지는 감히 상상도 안 될 정도의 속도다. 다만 최근에는 드론 이 외에 짐벌이나 각종 영상 촬영기기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보니 예전만큼 드론 자체의 업그레이드 주기가 짧지는 않다.


그리고 이 매번 출시되는 제품들은 디자인이 약간 변경된다던지 기능이 한두 개 추가되는 수준의 신제품이 아니라 혁신적인 변화를 수반한 그런 모델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타오는 본인 성에 안차면 자사의 신제품 발표회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2015년 팬텀 3 출시 때 그랬다고 한다. 좀 웃김, 그럴 거면 아예 출시를 말던지?)


ㅇ 급 나누기 뭐임? 먹는 거임? 신기술은 무조건 신제품에 몰빵


게다가 DJI의 신제품의 상당히 흥미로운 특징 중에서 하나가 새로운 기술이나 기능의 개발이 완료되어 DJI가 생각하는 비용 이하로 넣을 수 있다고 판단되면 기종이나 라인업에 상관없이 무조건 신제품에다가 싹 다 때려 박는 아주 신선한 모습을 보여준다. 즉, 기존 전기전자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제품들을 전문가용, 고급형, 일반(보급) 형 등으로 나눈 다음에 그 안에서 각종 스펙으로 급 나누기를 하고 일부러 소비자로 하여금 적어도 값비싼 고급형 기종을 고르도록 유동하는 식의 가격 책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DJI 드론 라인업도 물론 그런 구분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위에 잠깐 언급했지만 상업 영화 촬영 등으로 인스파이어 라인이 있고 전문가용으로 팬텀 라인이 있고, 일반 소비자를 위한 매빅 라인이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입하는 매빅 라인에서 본다면 2021년 기준으로 매빅 미니 2(54만 원), 매빅 에어 2(99만 원), 매빅 2 프로(189만 원) 순으로 가격이 올라가면서 급이 또 나뉜다. 매빅 라인에서는 2020년 11월 출시된 매빅 미니 2가 최신 기종이고, 그 전엔 매빅 에어 2가 2020년 4월에 출시된 바 있다. 매빅 2 프로는 가장 상위 라인이지만 2018년 8월에 출시되어 시간이 꽤 지났다.


2020년 4월 매빅 에어 2가 출시될 때 새롭게 바뀐 컨트롤러를 첫 적용하고, 4K 60 프레임 촬영 기능 첫 제공, 무선 통신 10킬로미터에 달하는 오큐 싱크 2.0 적용, 촬영 목표물을 자동 트랙킹 하는 APAS 적용, 매빅 라인에서 가장 긴 배터리 시간이 적용되어 매빅 에어는 당연하고 상위 기종인 매빅 2 프로까지 씹어먹는 스펙으로 출시된 바 있다.


DSLR 카메라로 따지면 하위 기종에서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갑자기 상위 기종에서만 사용되던 풀프레임 센서를 적용한 셈이랄까? 아니면 신형 아반떼가 구형 소나타를 압살 하는 엔진 출력과 사용자 편의 사항을 달고 나왔다고 해야 할까?


DJI는 새로운 기술과 성능이 나오면 '이번 신제품에다가 몽땅 야무지게 넣어봐야지' (무한도전 정준하 버전으로 읽어보자)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나온 신제품으로 인해서 다른 라인업이 팔리던지 말던지는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오늘만 사니까.’ (이건 영화 ‘아저씨’에서 전화받는 원빈 톤으로 읽어보자)


이제 매빅 라인의 하극상으로 인해 출시된 지 3년이란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대장인 매빅 2 프로의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황이다. 2021년 11월 결국 매빅 3의 신제품이 출시가 됐다. 매빅 3 프로가 따로 나오는게 아니라 매빅 3으로 퉁 쳐서 나온 듯 하다. 아무튼 역시 예상대로 압살하는 스펙으로 출시됐다. 왜냐면 대장은 대장인만큼 조금 더 나중에 나왔다고 지금 뻐기고 있는 졸병들을 학살하는 수준으로 멋지게 재탄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기존 기업들의 제품 간 최소한의 선(line)을 지키는 업그레이드 전략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제품 간의 카니발리제이션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 신제품마다 그 당시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출시하는 것도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아닐까 싶다. 아마 다른 경쟁사가 거의 없어서 할 수 있는 DJI 만의 자신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위에 살펴본 대로 멋진 디자인,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는 제품, 내놓을 때마다 혁신을 수반한 신제품, 완벽주의자인 최고경영자, 열광하는 팬덤 등으로 인해서 DJI는 드론계의 애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애플에겐 삼성, 샤오미, 오포, 비보, 화웨이를 비롯한 수많은 경쟁자가 있지만 DJI에겐 내세울 만한 적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미 DJI가 전부 거의 씨를 말려 버렸기 때문이다. 3D로보틱스, 에어 웨어, 패럿, 고프로 등이 모두 한 때 DJI의 경쟁사로 꼽혔으나 지금은 민간용 드론 시장에서 거의 종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같은 중국 드론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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