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대놓고 밀고 있는 드론 산업
다른 중국 기업들이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DJI도 적극적인 중국의 드론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은 바도 크다.
중국 정부는 2003년 민간용 드론 비행허가를 시작했고, 2015년부터 드론 산업은 10대 중점분야로 지정해서 단계별 산업 육성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2016년 중국 정부가 발표한 '제조 2025년 전략’에도 드론 산업은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 적극 육성하는 최첨단 산업 중 하나이다. 특히 농업과 임업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드론을 활용하고 있으며 농업 현대화 차원으로 작황 상태 파악, 임업 분야에서는 병해충과 산불 감시로 드론을 활용한다.
이런 중국 정부의 지원에 따라 중국 민간용 드론 시장은 매년 1.5배 이상 매출 성장을 보였고 이에 따라 당연히 중국 내 드론 관련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 드론 제조 기업은 1,300개사를 초과했고 정식 등록된 드론 대수는 33만 대를 넘어섰다.
따라서 2015년도 중국 드론 시장에서 민간용 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0%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56%로 절반을 넘었다(나머진 군용). 당연히 DJI의 민간용 드론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변화된 수치다.
DJI의 성공에 또 하나의 숨은 공신은 적극적인 드론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이다.
연구개발에 많은 인력과 자금을 투자하는 만큼 DJI의 드론 관련 특허를 독보적인 수준이다. DJI는 2017년 이후 출원한 드론 관련 미국 특허 건수가 급증했으며 2019년에는 하루 1개 수준인 총 364건의 특허를 신규로 출원하여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10년 이후 DJI가 미국에 출원한 드론 특허는 789건에 달하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2018년과 2019년에 집중되었다. 2019년 기준으로 일본에서는 185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위 업체보다 약 3배 이상 많다고 한다.
2020년 기준 미국에서 100건이 넘는 드론 관련 특허를 보유한 기업 자체가 DJI가 유일하며, 1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기업도 30여 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DJI의 드론 관련 특허수를 봤을 땐 상대가 없다고 볼 수 있다.
DJI 특허 분야로는 드론 비행체에 전체 특허 중 75%(579건) 이상이 집중되어 있었으며, 다음으로는 지상지원 장비 23%(175건), 드론 활용 서비스에 2%(17건) 정도 특허가 집중되었다.
드론 활용 서비스 분야에 특허수가 가장 적지만 DJI가 비단 드론 기술뿐 아니라 드론을 활용한 사업 자체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므로 향후 이 분야의 사업 진출도 예상이 된다.
그중 대표적으로 DJI가 출원한 ‘애완동물 산책 시스템 및 방법’ 특허는 드론을 이용해서 사전에 지정된 경로를 따라서 애완견을 안내하는 방법이 제시되어있다. 아직은 상용화시키기엔 부족하다는 평이 있으나 참신한 사업 아이템이기도 하다.
DJI의 매출은 다른 중국 글로벌 기업과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띄고 있다.
놀랍게도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가 넘고, 중국 내수 비중이 20%가 채 안된다. 즉, 처음부터 내수 기반으로 시작한 기업이 아니라 바로 선진 시장, 즉 북미 지역에서 제대로 된 매출을 올리기 시작해서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간 것이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장 먼저 설립된 미국 지사 외에 독일, 일본, 중국, 한국 등 17개의 해외 지사를 두고 있다.
DJI가 미국에 처음 진출 과정에서 바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콜린 귄(Colin Guinn)이라는 미국인이다. 그는 항공촬영 영상 제작자로서 앞서 이야기한 항공촬영의 고비용과 저효율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러던 중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던 왕타오를 만나게 되었고 DJI의 우수한 드론과 FC 기술이 귄의 고민을 크게 해결해주었고 DJI에 감명받은 귄은 DJI의 투자자로 합류하여 DJI의 북미지역 지사장으로 일하게 된다.
상기 언급한 대로 DJI의 첫 완제품인 ‘팬텀 1’이 그 자체로 드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혁신적인 제품이기도 했지만 콜린 귄의 진두지휘 하에 DJI는 2011년 매출액이 420만 달러에서 2013년 1.3억 달러로 3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매출액 증대는 대부분 북미 지역에서 일어났다. 지금도 사용되는 DJI의 슬로건인 ‘The Future of Possible’도 콜린 귄의 작품이다.
DJI가 북미에서 얻은 커다란 성공이 자신의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므로 귄은 DJI에서 본인이 더 많은 발언권을 가지기 희망했고 북미지역 지사장이 아닌 DJI의 혁신 최고경영자가(CEO of DJI Innovation) 되길 희망했다. 그러나 왕타오 입장에서는 귄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여겨졌으므로 2013년 5월 DJI의 북미 지사의 주식을 인수하고 귄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둘은 법정 다툼까지 벌였지만 결국 귄은 DJI를 떠나는 것이 확정되고 왕타오는 창립자이자 일인자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귄은 추후 DJI의 경쟁 드론 업체인 3D로보틱스로 자리를 옮겼고 3D로보틱스도 솔로(Solo)라는 모델을 출시해서 시장에 내놨지만 DJI보다 비싼 가격, 잦은 고장 및 버그 등으로 결국은 시장에서 퇴출되는 수순을 겪고 현재는 하드웨어 제품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업종을 전환한다.
비록 왕타오와 콜린 귄의 관계가 마지막에는 파국으로 치달았지만, 처음에 왕타오가 콜린 귄이라는 미국 현지 사정을 잘 알고, 미국 드론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해서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줄 알았던 훌륭한 현지 파트너를 만난 것은 DJI 입장에서는 둘도 없는 기회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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