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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 Nov 03. 2022

크리에이터 콘텐츠 플랫폼, 구독제가 답일까?



온라인으로 취미생활해볼까?

몇 년 전부터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끌었다. 전문가들의 강의를 집에서 온라인으로 쉽게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준비물 키트까지 배송해 준다는 점은 취미생활을 고민하던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의 '회사 밖에서 돈 벌기' 강의가 성행한 것도 이 플랫폼의 활성화와 맞물린다. 나 또한 평소 좋아했던 일러스트 작가의 드로잉 강의를 듣기 위해 과감하게 결제했다. 클래스는 보통 20만 원에서 많게는 30만 원까지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물론 더 저렴한 강의도 있고, 가격은 클래스 영상 개수와 종류에 따라 다르다. 조금 비싸지 않나? 싶지만 집이나 회사나 언제든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들을 수 있고, 기간 안에는 들었던 강의를 다시 들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클래스 퀄리티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지나치게 자기 스타일대로 밀고 나가며 빠르게 진행하는 강사도 있었지만, 다들 혼신을 다해 클래스를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강의를 들으며 나 또한 온라인 클래스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캘리그래피와 드로잉을 사이드잡으로 오랜 기간 하며 다수 광고 캘리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가끔 주위에서 지인들이 클래스도 한번 해봐~ 하고 제안해주었지만 오프라인 클래스를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차였다. 이런 나에게 온라인 클래스는 나의 사이드잡을 한 단계 더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운 좋게 가장 유명한 플랫폼과 계약을 하고, 첫 클래스 제작을 시작했다. 


담당 PD가 배정되고, 함께 커리큘럼을 논의했다. 생각보다 꽤 체계적이구나 싶었다. 그렇게 살인적인 스케줄을 따라가기 위해 퇴근 후 매일 저녁은 강의교재를 만드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주말엔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며 꼬박 두 달을 바쳐서 클래스를 완성했다. 그렇게 완성한 강의가 론칭하던 날의 두근거림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수강생들이 강의를 듣고 피드백을 남길 때마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모두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플랫폼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하나씩 싹트기 시작했다. 




첫 번째, 수수료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거진 50%에 달한다. 여기에 결제 수수료 기타 세금을 제하고 나면 나에게 남는 비율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20만 원 강의를 판매했다고 쳤을 때, 내가 정산받는 금액은 90,000원인 것이다. 촬영/편집을 모두 내가 했을 경우에 정산율이 50%였고 플랫폼에서 지원을 해줄 경우에는 내가 정산받는 비율은 3-40%대로 쪼그라든다. 처음 계약했을 때 나는 플랫폼에서 이렇게 많은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은 없었다. 그만큼 홍보나 마케팅에 신경 써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나의 가장 큰 오산이었다. 나중에 고객센터에 문의해보니, 별도로 자기들은 해주는 것이 없다고 한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홍보해야 하며 자기들은 할인 쿠폰 정도만 적용시켜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플랫폼 메인에는 노출되는 강의는 늘 상위 TOP10에 있는 강의들(주로 재테크 관련)이었고 이미 오랜 기간 플랫폼에서 강의를 진행한 크리에이터들이 자주 노출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 강의는 오픈 예정 때만 잠깐 노출되었고 그 이후엔 이렇다 할 노출을 보지 못했다. 몇 번을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을 늘 같았다. 실제 추천 로직이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알 길은 없으나, 메가 크리에이터 위주로 플랫폼이 운영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건 사실이다. 





두 번째, 저작권


이 저작권 이슈도 계약하면서 의아했던 부분이다. 음원사이트도 저작권은 크리에이터 또는 앨범사에 있지, 사이트에 있지 않다. 하지만 몇몇 플랫폼을 제외하곤 콘텐츠 저작권은 플랫폼에 귀속된다. 나는 온라인 클래스를 처음 개설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때만 해도 이 시장은 이런 거구나, 하고 넘겼던 것 같다. 저작권이 플랫폼에 귀속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 동일 콘텐츠를 일정 계약기간 동안은 올리지 못한다. 크리에이터 입장에선 해당 플랫폼에서 수익이 잘 나와준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대부분 그렇지 않다고 본다) 수익 파이프라인을 다양화할 기회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세 번째, 구독제 


언제부턴가 콘텐츠 플랫폼에 '구독제'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구독 경제는 사실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파고든 시스템이다. 과거 신문이나 우유 배달로 시작된 구독 서비스는 동영상, 음악 등 콘텐츠 영역으로 확장되었고 쇼핑, 백화점, 식품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다. 구독 서비스는 잘 운영된다면 매출을 견인하는 기점이 된다. 쉽게 생각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늘려 파이를 키우는 것이다. 나 또한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매일 일정 금액만 내면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으니 유저 입장에선 단건 구매보다 훨씬 더 유리한 조건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는 콘텐츠 제작자에게는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스포티파이를 보자. 스포티파이는 음원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매출의 70%를 앨범사에게 지급한다. 콘텐츠 사용료와 저작권에 대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비용을 들이고, 배우들과 감독들에게 일정 급여를 지급한다. 콘텐츠 인기도나 시청비율에 따른 인센티브도 지급될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콘텐츠이기 때문에 구독 서비스로 벌어들인 매출을 회사 운영과 직원 급여로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은 어떠한가? 

 플랫폼마다 구독제 정산방법은 다르겠지만 보통 영상 시청 비율로 계산하는 것 같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가 해당 콘텐츠를 얼마나 시청했는지에 따라 정산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유저가 결제를 하면 시청과 상관없이 금액을 정산받았다. 이는 콘텐츠를 소비하기로 마음먹고, 결제하는 순간 그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유저에게 발생하고 크리에이터는 이에 대한 비용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는 플랫폼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하며 그중 어떤 콘텐츠를 일부 시청했을 때에만 크리에이터는 플랫폼으로부터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임금에도 최저 시급이 정해져 있는데, 크리에이터 콘텐츠 이용에는 베이스 이용 금액이 없다. 구독으로 모든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에 대해,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에게 기본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적절한 비용 산정이 크리에이터에게 전혀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단건 결제와 병행으로 진행하고 있다곤 하지만, 월 19000원에 모든 클래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택과 하나의 강의를 20만 원을 주고 들어야 하는 선택이 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가 전자를 선택할 것이다. 


콘텐츠 플랫폼은 크리에이터의 저작권을 자신들에게 귀속시키고, 유저가 당신의 클래스를 스트리밍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산할 수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플랫폼에만 올릴 수 있는 조건을 내걸면서 저작권 비용은 지불하지 않고, 구독 서비스 정산 비율 또한 크리에이터에게 높게 산정하지 않는 것은 누가 봐도 크리에이터에게 너무나 불리한 조건이다간혹 보면 구독 서비스에서 제외되는 클래스들이 있는데, 이 클래스들은 주로 인기 있는 클래스이거나 수익이 높은 크리에이터들의 요구에 의해 구독 서비스에서 제외된 것들이다. 이런 부분들도 어떤 형평성에 의해 정해지는지에 대한 안내조차 없다. 



지난달, 신규 수강생이 10여 명 정도 더 늘었다. 하지만 내가 정산받은 금액은 15,000원 남짓이었다. 정산금액을 보는 순간 허탈함이 밀려왔다. 차라리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걸 그랬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구독 서비스는 유저에게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고 앞으로 계속해서 규모가 커질 시장이다. 문제는 온라인 취미 플랫폼들이 구독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정작 콘텐츠를 제공하는 크리에이터에 대한 제대로 된 지급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터는 강의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노하우와 시간, 노력을 모두 쏟아붓는다. 하지만 최근 만들어진 구독 서비스들은 크리에이터에 대한 배려가 거의 전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장 큰 플랫폼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클래스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들도 주변에 몇몇 있다. 이게 과연 옳은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드는 것은 사실이다. 



결국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크리에이터들은 콘텐츠 제작을 위한 동기를 잃어버린다. 결국 플랫폼은 양질의 콘텐츠를 잃어버리게 되고, 구독을 해도 볼만한 강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구독 서비스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크리에이터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다시는 그 플랫폼에 강의를 올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대우에 대한 고민보다는, 유저를 모으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급급해 보이는 플랫폼들의 행보가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아쉽고 실망스럽다.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통해 플랫폼은 향후 오랫동안 크리에이터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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