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면 그 험난한 여정에 대하여
출산하기 전 여러 육아서적과 유튜브를 통해 접한 정보 중 가장 으뜸을 꼽으라면 바로 '수면교육'이었다.
아기가 있는 지인들도 '수면교육은 꼭 해!' 할 정도였으니 요즘 육아 대세는 수면교육을 모르면 간첩인 셈이다.
일단 나는 쌍둥이를 시터 없이 혼자 봐야 했기 때문에 다른 건 몰라도 '수유텀'과 '수면교육'에는 열을 올렸다. 수유텀을 맞추기 위해 수유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았다면 아가가 배고파하더라도 바로 맘마를 주지 않고 계속 어르고 달래며 둘 뱃골을 맞춰갔다. 이런 나를 남편과 친정엄마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하루종일 쌍둥이를 케어하는 건 나였기 때문에 대체로 따라주었다. 다행히 둥이들도 나를 잘 따라주었고 수유텀은 100일쯤 무렵부터 둘이 비슷해졌다.
문제는 수면교육이었다. 나는 엄청 깐깐하게 수면교육을 진행한 편은 아니다. 일단 아가들의 컨디션을 확인하고 이 아이들의 기질을 먼저 파악하려고 했다. 선둥이는 잠자기 전엔 꼭 한 시간씩 강성울음을 시전 했고 후둥이는 당최 내려놓지를 못하게 했다. 그래도 낮잠이든 밤잠이든 잠을 시작할 땐 항상 침대에 눕히고 백색소음을 틀고 양손으로 하나씩 토닥토닥거렸다. 그리고 주문을 외웠다. 지금은 잘 시간이야, 너넨 낮잠을 자야 해-라고 말이다.
정말 길고도 지리한 과정이었다. 자장가로 나는 '섬집아기'를 불러주었는데 남편이 옆에서 도대체 굴을 몇백 개를 따는 거냐며 우스갯소리를 던질 정도로 자장가를 무한반복으로 불러주었다. 눕히자마자 꽥꽥 울어대기도 했고 겨우 달래서 눕히면 또 빽- 하고 울어대기 일쑤였고 쪽쪽이가 어느 날은 마법처럼 통할 때도 있었지만 어느 날은 퉤 하고 멀리 뱉어버리기도 했다. 그런 나를 옆에서 보던 남편은 안아서 재우자고 했고, 나는 안된다고 했다. 그 과정 속에서 나와 남편도 많이 다투었다. 이미 육아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길게 이어지는 아가의 울음을 듣다 보면 의견이 다른 사람과 싸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수면교육을 성공했다! 지금은 낮잠 시간 30분 전에 침대에 둥이들을 넣어두면 딩굴딩굴하다 잠이 든다. 밤잠도 마찬가지다. 물론 안 잘 때도 있다. 꽥꽥 울 때? 물론 있다(밤잠은 거의 매 순간). 너무 안 자고 계속 놀고 있으면 그땐 내가 투입한다. 자야 하는데 너무 안 잘 경우엔 포대기로 업거나 안거나 유모차에 태워 재우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내가 늘 지향하는 방향은 같았다. '잠은 스스로 잘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방식들을 잠잘 시간에 바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아가들이 스스로 잠들 수 있는 기회를 어느 정도 제공해주려고 했다.
수면교육은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하루 폭식했다고 해서 다이어트에 실패한 게 아니지 않은가. 다시 운동하면 되고 다시 식단을 시작하면 된다. 수면교육도 마찬가지다. 하루 아가를 안아서 업어서 유모차에 태워서 재웠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 아가들도 사람인데, 컨디션에 따라 우리가 맞춰줄 필요도 어느 정도는 있다. 이를 매일 똑같이 지속적으로만 하지 않으면 된다.
나는 둥이들에게 매일같이 섬집아기를 불러주며 가사를 곱씹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일하러 나간 엄마 없이 파도소리(백색소음)를 들으며 스스로 잠드는 아이. 이건 수면교육에 성공한 아기의 이야기였다! 수면교육은 최근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닌 것이다.
아가들의 울음에 너무 민감해하지 말자. 운다고 바로바로 반응하지 말고 조금 지켜봐도 괜찮다. 생각보다 아가들은 똑똑하고 강인한 존재들이다. 수면교육은 우리가 편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처음 태어나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할 수 없는 아가들에게 패턴을 만들어주어 좀 더 편하게 적응할 수 있게 해 주고 아가들이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다. 너무 빡빡하게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은 템포로 꾸준히- 아가들과 합을 맞춰가야 한다. 멈추지 말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 모든 부모들의 수면교육 성공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