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도구에 관하여/에버노트와 스크리브너
한 때 에버노트가 메모 프로그램으로 혁신일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시들해진 분위기다. 에버노트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갖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선택지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요즘에는 화려한 기능을 갖춘 노션에 정착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에버노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버노트의 매력인 편리한 자료 수집과 메모 연계 방식을 버릴 수가 없어서다. 재빠르게 내가 필요한 정보를 여러 기기로 수집하고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는 바로 입력한다. 내 머릿속의 모든 생각을 텍스트화 해 저장하고 새롭게 구성하기에 에버노트만큼 적절한 툴을 아직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1차적으로 내 머릿속에, 책상 위에 있는 모든 정보는 에버노트에 저장해둔다. 검색으로 필요할 때마다 자료를 꺼내 쓰고, 태그로 연계된 자료를 찾는다. 그 기능을 활용해 책 두 권도 에버노트로 썼다. 지금은 장문의 글이나 본격적인 책쓰기는 스크리브너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자료를 수집하고 초안을 작성하는 데는 에버노트를 이용하고 있다. 책 쓰기에 활용하는 루틴은 이렇다.
①필요한 정보 수집(온라인, 오프라인 자료) > ②태그와 검색으로 정보의 재구성 > ③자료를 참고해 글을 쓰고 태그와 링크로 목차, 본문 관리
책을 쓸 때도 기획을 할 때도 가장 중요한 건 나한테 영감을 주는 자료나 아이디어를 그 순간 바로 저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기발한 생각이라도 기록해 놓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다.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로, 책의 주제를 잡고 나면 관련 자료는 모두 에버노트에 쏙 집어넣는다. 이를테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책과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에버노트를 켜 키워드만 적는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노트북을 켜고 아이디어를 바로 구체화한다. 또, 책을 읽다가 내 책의 주제에 참고하면 좋을만한 문구가 있다면, 바로 에버노트로 스캔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간단히 메모해둔다. 웹서핑을 하다가 내 책과 관련된 주제의 기사를 보면 스크랩 기능을 이용해 클릭 한 번으로 에버노트로 보내 둔다. 그렇게 아이디어와 자료를 에버노트 태그 하나에 넣어두면, 내 책에 활용할 자료가 급속도로 쌓이는 것뿐 아니라 빠르게 캐치한 아이디어 덕에 주제의 영역도 확장할 수 있다.
스크랩과 더불어 에버노트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고 있는 기능은 태그다. 에버노트는 하나의 노트에 여러 개의 태그를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자료를 아주 알차게 써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허투루 낭비하는 자료가 지극히 적다.
이를테면 프랑스 서점에 대한 기사가 흥미로워서 스크랩을 했다면,
여기에 두 가지 태그를 건다. #프랑스 여행, #외국 서점
당장 이 자료를 활용하는 건 아니지만, 내 관심사 혹은 활동 범주 안의 태그이기 때문에 후에 반드시 쓰게 된다.
이후 프랑스 여행을 하게 되면, 나는 가장 먼저 #프랑스 여행 태그를 먼저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태그 안에 있는 프랑스 서점을 여행 일정에 추가한다. 또 외국 서점에 대한 글을 의뢰받았다면, #외국 서점 태그를 확인하고 프랑스 서점 기사를 참고해 글을 쓸 수도 있다. 자료에 어떤 성격(태그)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활용폭이 달라진다.
책 작업도 마찬가지다. 각 자료와 아이디어 및 원고 등 모든 재료에 태그를 붙어주면 된다. 나는 보통 작업 구분에 따라 태그를 붙여준다. 이를테면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이란 책을 쓸 때, #책 관련 아이디어 #서점 취재 #책 기획 #초안 #수집한 자료 #외국 사례 등 정도로 구분해뒀고, 이 정도만 해도 편하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이런 식으로 구분해도 좋다.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을 작업할 때, 각 서점별 자료를 빠르게 확인하는 게 필요했다. #A서점 #B서점 #C서점 이런 식으로 태그를 각기 붙여도 괜찮지만, 이 책에 나오는 서점은 30개가 넘는다. 태그로 붙이기에는 너무 많아서 오히려 다른 자료를 보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검색 폴더로 처리했다. 검색 폴더는 내가 자주 검색하는 검색어를 저장해두는 기능으로 잘만 활용하면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만드는 방식은 이렇다.
1) 각 노트의 제목을 서점 이름(내가 검색할 핵심 키워드가 들어가게)으로 만든다 2) 제목 검색(intltle: 서점 이름)으로 서점 이름을 검색한다. 3) 검색을 저장한다. 그러면 검색 폴더가 만들어진다. 4) 검색 폴더를 바로가기에 등록한다.
이렇게 해두면, 태그와 별도로 아주 쉽게 각 서점의 자료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
조금 복잡한 방식일지 몰라도, 내가 어떤 식으로 자료를 찾아보는지 패턴을 알아두고 한 번만 제대로 정리해놓으면 나만의 정보 검색 시스템을 에버노트 안에서 구축할 수 있다.
노트 하나씩 만들어 쓰면 되는 간단한 구간이다. 여기에서 유의해야 할 점이라면, 노트 하나에 초안을 작성했으면 그 문서를 계속 수정하는 게 아니라 손을 볼 때마다 각기 노트를 만들어 두는 게 좋다. 이게 에버노트의 불편한 점 중 하나다. 자체적으로 이전 글이 자동 저장되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유료 사용자에게만 해동되고 임의대로 저장되는 방식이라서 별로 소용이 없다(이 기능은 스크리브너에 아주 잘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버전별로 태그를 만들어두면(#초안, #1차 수정, #2차 수정, #최종) 관리하기 한결 편하다. 수정 버전 외에도 내가 어떤 방식으로 보고 싶느냐에 따라 태그를 만들어두면 된다. 만약 지역별로 서점을 확인하고 싶다면 #서울 서점, #경기 서점, #강원 서점 등으로 구분해 태그를 만들면 된다. 내가 어떤 뷰로 확인하고 싶은지에 따라 다른 태그를 주면, 또 다른 시선에서 책 구성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위의 예시처럼 수정 버전별로 태그를 만들어서 관리했다면, 목차를 별도로 만들 필요가 없다. #최종이라는 태그를 클릭하면, 노트 목록이 한 번에 보일 것이고, 그게 목차다.
다만, 단점은 정렬 기준이 유연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에버노트는 만든 날짜, 제목, 크기별 등의 정렬 기준이 있는데, 하나를 정해놓으면 모든 노트가 그 순으로 보여진다. 즉, 내가 원하는 대로 노트를 정렬하기 어렵다(스크리브너는 이 기능이 굉장히 잘 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
노트 하나에 별도로 목차를 정리해도 된다. 내가 에버노트에서 태그와 함께 애용하는 기능 중 하나는 노트 링크 만들기다. 목차 전부를 링크로 걸어서 한 페이지에 정돈해 놓고, 그 노트를 바로가기에 붙여놓으면 단번에 접근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여기에서 하나 더! 책을 쓸 때 원고를 편집자 등 누군가와 논의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도 에버노트를 활용할 수 있다. 목차 노트를 외부에서 볼 수 있게 공유 설정을 해 놓으면, 그 링크를 받는 사람도 웹페이지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정식으로 원고를 보낼 때는 한글을 쓰지만, 가볍게 의견 주고받을 때는 에버노트를 활용했다.
위에서 말했듯 많은 글쓰기 툴이 있지만, 정보를 수집하고 빠르게 찾아내고, 그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데에는 에버노트만 한 툴이 없다. 기획이나 책쓰기에도 에버노트를 활용하면 아주 효율적인 작업을 할 수 있으니 그동안 에버노트를 얕게 활용하고 있었다면 위 글을 참고해 나에게 맞는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보셨으면 한다.
이어지는 글
내가 활용해왔던 글쓰기 툴 https://brunch.co.kr/@yjungin23/80
작가들을 위한 완벽한 글쓰기 툴-스크리브너 https://brunch.co.kr/@yjungin2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