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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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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Oct 17. 2024

빈집


문이 닫힌다

아버지와 아들, 딸이 차례로 떠나고

어머니마저 서둘러 나간 뒤 마침내 비어 버린 집

창 밖 저 너머 공사장엔 포크레인이 길게 땅을 판다

밭고랑처럼 이어진 저기에는 아파트가 또 세워지는 중인데

거기 사는 가족도 서둘러 나가고 나면 집은 날마다 비어 있을 예정인데

여기 그리고 저기

모든 집이 동시에 문을 닫는 시간

뱃 속의 아기가 깜짝 놀라 잠을 깨고

학교에서 공부하던 아이가 서둘러 밥을 먹고

군대 간 아들은 사격을 중지하고 갑자기 달리기 시작한다

문을 열어 줄 어머니는 신호등에 갇혀 퇴근하지 못하고

전화벨은 아까부터 울리고

아아

빈 집은 슬프다

아직도

하늘 아래 그늘을 짓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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