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적 직불제는 규제와 유인책 묶은 패키지 정책
공익형직불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농업계 안팎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익형직불제는 문재인 정부의 농정분야 핵심 공약이면서 지난 대선 당시 주요 논쟁거리 중 하나였던 기본소득과 연결되어 많은 관심을 받은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공익형직불제 도입 이유는 쌀에 집중되어 있는 직불제 예산을 다른 품목으로 확대하고 대신 환경보전, 공동체 유지, 경관 유지 등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차원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고하고 있다.
현행 쌀 직불제는 가격 하락 시 농가 경영안정에 기여는 했으나 공급과잉 심화‧중소농 소득안정 기능미흡 등 한계가 노출되면서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다. 특히 쌀 농가에 집중되고 그 중에서도 대규모 농가에 예산이 집중된 부분이 도마 위에 올라 있어 개편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2017년 1ha미만 쌀 농가(72%)는 직불금의 29% 수령, 3ha 이상(7%)은 38% 수령)
정부는 환경보전, 공동체 유지, 경관 등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요구가 커지고 있으나 현행 직불제 이행의무는 공익적 기능의 적극적인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 직불제 내에서 공익적 기능은 농지의 형상 및 기능유지, 농약, 화학비료 사용기준 준수 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와 달리 EU의 경우 수질오염관리, 동물서식지 보호, 농약의 관리기록 증빙(살포시기.대상 작물.사용량) 등 다양한 공익적 활동을 상호 준수 의무로 설정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직불금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농업이 환경에 이로운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보전에 대한 의무가 약하다 보니 농업이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인식이 매우 팽배하다.
우선 직불제가 쌀과 대규모 농가 중심에서 쌀 이외 다른 작물‧중소농가 소득안정과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직불제가 개편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지급요건과 단가 등이 상이한 쌀(고정·변동),밭,조건불리직불 등을 하나의 직불제로 통합, 작물 가격에 상관없이 동일금액 지급하게 된다.
소규모 농가에게는 경영규모와 관계없이 일정금액(기본직불금)을 지급하고, 경영규모가 작을수록 면적당 지급액 우대한다.
공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생태 환경 관련 준수의무는 대폭 강화되거나 신설된다.
정부가 예시로 들어 놓은 내용을 보면 볏짚 등의 농지환원, 생태교란식물 제거, 생태수로 및 둠벙 조성, 영농폐기물 공동 수거, 저수지 주변 청소 및 수생식물 식재 등을 들고 있다.
정부는 농업인단체, 전문가가 참여하는 직불제 개편 협의회 논의를 바탕으로 세부시행방안을 마련해 2020년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기본직불 수령자격, 지급수준, 단가체계, 직불금 지급면적 상한선 및 이행점검체계, 준수의무 설계와 수준 등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2020년 실시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특히 공익형직불제 도입시 쌀 관련 직불제는 폐지한다는 기조여서 이 부분에서 갈등이 첨예한 상황이다. 농정 당국이 쌀 직불제 폐지에 앞서 농가 설득작업이 먼저 선행되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쌀 중심의 직불제가 폐지되면 당장 쌀 생산량은 감소하여 쌀값이 상승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타 품목 이탈농가가 많을 경우 쌀 가격은 높게 상승하고 타 품목의 농작물 가격이 하락할 수 있어 정부가 수급조절에 더욱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익형직불제는 공익적 기능 수행에 따른 보상적 차원이 크다. 공익적 기능은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혜택을 보는 다수 국민이 납부한 세금으로 농가의 공익활동에 대한 보상을 한다는 의미다.
공익형직불제 대상에 축산업이 포함될 경우 축산농장에도 어떤 공익적 역할을 의무로 부여받게 된다.
축산업은 가축분뇨를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수질과 토양을 오염시키기 쉽고, 악취는 삶의 질을 악화 시키고 더불어 미세먼지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가축분뇨의 적절한 처리(부숙도), 가축분뇨를 활용한 농작물 및 사료작물재배(농지확보), 악취저감, 미세먼지 저감 활동 등이 의무로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축질병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 등이 반복되면서 많은 자원의 낭비가 있는 만큼 방역수준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부분도 의무로 주어질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동물복지 수준의 향상이다. 동물복지 향상 요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것을 감안해 가축사육단계, 출하단계, 도축단계 마다 동물복지 수준을 명시하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의무화 할 가능성이 있다.
공익형 직불금은 눈먼 돈이 아니다. 농가들이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보상이기에 일찍 정착된 유럽의 농촌은 목가적이고 여유로워 보인다. 우리는 농업생산에서 대부분의 소득을 올려야하기 때문에 더욱 밀집되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지급수준에 대한 이야기는 구체화 되지 못하고 있는데 회자되고 있는 내용은 농정예산의 50%를 직불금 예산으로 돌리면 농가당 50만 원 정도의 직불금을 매월 지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푼돈으로 농가에게 공익적 의무를 요구하기에는 너무 미약한 수준이다. 영세농이야 매우 유용한 생활비가 되겠지만 축산과 같이 전업화, 규모화 된 농가의 경우 공익적 기능 수행에 따른 효과는 크지만 보상 수준이 작아 공익적 기능을 수행토록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공익형직불금을 영세농에 더 유리하도록 설계가 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또한 공익형직불제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직불제로 영세 농가 소득을 보전해주고 공익적 기능도 모두 담보한다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 일정 소득이나 규모 미만의 농가는 복지 차원에서 복지부와 지자체 예산으로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일정 규모 이상 전업농에게 공익적 역할을 부여하고 직불금을 지불하는 게 정책 도입 효과가 있다.
즉, 농촌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농업의 산업적 측면과 공익적 측면은 영세 소농이 아닌 적정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전업농에게 부여하고 이들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도록 확실한 보상을 실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