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페루에서의 조금은 생경했던 기억의 크리스마스
누군가에게서 세상에서 모든 사람에게 유일하게 공평한 것은 시간뿐이라는 무서운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올여름 그렇게 우리를 지치게 했던 무더위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벌써 코끝 시린 계절이 온 걸 보면서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그 무시무시한 시간의 능력을 다시 한번 느끼고 있다.
문득 달력을 보면서, 크리스마스가 일주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을 보며 자연스레 작년 남미 여행을 하면서 보낸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되었다.
작년 12월 내내 페루에서 여행을 하고 있었는데, 각 도시의 시내 중심가에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설치되어 있고, 여기저기 인테리어 소품들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는 그 속에서 아주 사소하지만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 탄생에 대한 여러 가지 조형물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탄생을 기념하는 형태의 조형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옆에 만들어져 있고 사람들 역시 그것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사진을 찍고 구경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는 기독교 또는 가톨릭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많이 변형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날은 누구이건 간에 모두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또는 연인들의 날로 여겨지는, 뭔가 혼자이면 쓸쓸한 것만 같은 그런 날이라고 여기는 그런 느낌?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설치되는 것도 크리스마스트리, 산타할아버지와 관련된 것들- 루돌프, 선물꾸러미- 로 국한되어 있다.
하지만 사실 크리스마스, 성탄절은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고 그날을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날이어야 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남미 국가 대부분은 가톨릭 국가이기 때문에 크리스마스트리와 더불어 이렇게 예수님 탄생에 대해 알 수 있는 그런 조형물들을 여기저기서 만나 볼 수 있었다.
사실, 이건 정말 사소한 부분이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아닌 것도 맞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그렇게 새롭고 신기하게 다가왔고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그리고 페루에서 만난 크리스마스의 두 번째 기억은 정말 태어나서 듣도 보도 못한,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었는데 빠네통(Paneton)과 초콜릿 따다(Chocolatada)였다.
페루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상점들에 속속들이 출현하는 빵이 있는데 빠네통이라는 빵이다. 크기가 크고 빵 안에는 젤리나 건포도, 초콜릿 같은 것이 속속 박혀있다. 이 빵을 가족들이나, 친지들이 모여서 함께 나누어 먹는 것이 그들의 크리스마스 문화라고 한다. 그리고 빵만 먹을 순 없으니 그것과 함께 초콜릿따다라고 불리는 핫초코와 같은 음료를 마신다. 초콜릿을 녹여서 끓여내고 거기에 계핏가루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사실 정확한 레시피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맛은 아주 달콤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페루에서 일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에게 방문했을 때 너무나 운 좋게도 이 빠네통과 초콜릿따다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는데, 모두가 함께 자발적으로 빵과 음료를 준비하며 그것을 나누어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그 모습이 뭔가 모르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때는 처음 느껴본 그 조금은 생경했던 일들이 시간이 지난 지금, 내게 너무나도 풍성한 기억으로 아직까지 남아있다. 이렇게 저렇게 조금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는 크리스마스지만 전 세계 어딜 가나 동일한 것은 크리스마스에는 뭔가 모를 따뜻함과 행복함이 있다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해석하자면, 구원자이신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고 세상이 구원을 받게 되는, 그러므로 따뜻함과 행복함이 있게 되는 것이 당연한 날이지만 그 모든 종교적인 것을 뛰어넘어서라도 크리스마스는 그냥 그런 날인 것 같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JUST BECAUSE IT'S CHRISTMA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