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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수 Jul 22. 2016

명함은 나의 첫인상이다

저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첫인상은 누구도 두 번 줄 수 없다. 

그러나 첫인상의 위력은 의외로 막강하다. 

- 주디 갈런드(1922~1969). 미국의 가수이자 배우. 


대학교 1학년. 나의 취미생활은 명함 수집이었다. 한 해 동안 모은 명함이 80장이 넘었다. 

경영학원론 첫 수업시간의 과제가 기업탐방이었다. 첫 방문 기업에서 담당자께 인사를 드리는데 나에게 작은 종이를 건네주셨다. 나는 명함이라는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디자인도 너무 예뻤다! 명함에는 이름,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의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었고 나와 그분들이 이어져 있다는 연대감이 들기도 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유명 기업의 관계자를 알게 된 것이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었다. 명함을 통해 이번 만남이 끝이 아니라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가는 끈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구점에 들러 명함첩을 구입했다. 총 120여 장의 명함이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군대를 가기 전 이 명함첩을 다 채워야겠다고 다짐했다.  


당시 나는 기업 관련 세미나에 가서 현장의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세미나에 재미를 붙여갈 무렵 인상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세미나가 끝나면 청중들이 강사에게 몰려들어 무언가를 교환하는 모습이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것은 명함이었고 나도 엉겁결에 강사의 명함을 받을 수 있었다. 

‘세미나가 명함을 교환하는 중요한 자리였구나!’ 

그때부터 나는 세미나가 끝나기 20분 전부터 혼란 상태에 빠졌다. 우선 강사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끝나고 명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용기를 내서 인사를 드리고 명함을 받아야 한다는 긴장감, ‘그냥 다음에 받지 뭐’하는 일종의 포기 의식과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포기 의식이 승리하게 되면 집에 가는 길에 후회라는 반갑지 않은 선물을 받게 된다는 것과 늦게 가면 명함이 떨어져 받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끝나자마자 가서 누구보다 먼저 인사를 드리며 명함을 받곤 했다. 게다가 나중에는 강의 후에 바로 강당을 떠나시는 강사분들이 계셔 강의 전에 미리 강사님께 가서 명함을 교환했고, 강사분이 안 보이시면 대기실을 관계자 몰래 침입해 받기도 했다. 


대우전자 ‘탱크주의’로 유명하셨던 정통부 장관 출신의 배순훈 회장님. 명함에 사인을 해주셨다... 앞으로 부단히 노력해 비즈니스 관계로 만나자는 야심찬(?) 다짐을 했다.


“저… 죄송한데요… 숭실대 다니는 유덕수입니다. 명함 좀 받을 수 있을까요?” 

명함을 주게 되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명함을 꺼내게 되는데 나는 명함이 없으니 무조건 ‘저… 죄송한데요…’를 연발해야 했다. 결국 명함을 먼저 건네면서 상대방의 명함을 받는 것도 예의에 맞는 것 같았고 나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나의 명함을 만들기로 했다.   


‘내 명함에는 무슨 내용이 들어갈 수 있을까?’ 

누군가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던가. 아주 작은 크기의 종이였지만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를 생각하니 너무도 막연했다. 일단 내가 소속되어 있는 곳을 살피니 숭실대학교와 창업동아리가 있었다. 하지만… 간지가 나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대학과 동아리는 나를 ‘그들 중 하나(one of them)’로 만드는 것 같았다.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들고 있을 때 나는 ‘자신만의 닷컴 도메인을 만들어 가치를 높여라’는 칼럼을 읽게 되었다. 지금은 개인이 닷컴을 보유하는 경우도 많지만 당시에 닷컴은 기업만 사용할 정도로 보편적이진 않았다. 나는 바로 유덕수닷컴(yudeoksoo.com)을 등록하고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이메일 주소도 대부분 다음 한메일을 쓰고 있을 때 @yudeokosoo.com으로 계정을 만들었다. 포토샵을 열고 명함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앞면에 도메인 주소를 쓰고 혹시 오해할까봐 개인 도메인(personality domain)이라고도 썼다. 드디어 나의 첫 번째 명함이 만들어진 것이다!   


명함이 완성된 이후 참가하게 된 첫 세미나를 잊을 수가 없다. 내 가방 속엔 유덕수닷컴 명함이 한가득(뭣 하러 한가득씩이나 들고 갔는지...)들어 있었다. 이것은 마치 전쟁을 나간 군인이 엄청난 신식 무기를 장착한 기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세미나는 1시간 30분 동안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끝나고 강사님께 명함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나는 부리나케 달려가 명함을 건네 드렸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강사님이 ‘나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당시 H.O.T가 죽지 않았던 시기여서 나는 강타 머리의 헤어스타일과 세미 힙합 바지와 함께 농구화를 신고 다녔다. 바지를 질질 끌고 다녀 이때는 다들 “넌 왜 이렇게 바지에 흙을 묻히고 다니니.”라는 소리를 한 번은 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심 찌질이 취급을 받기도 했다. 앳된 얼굴과 프리한 복장. 그리고 건네진 닷컴 명함이 실리콘밸리 청년창업가의 냄새!!를 풍겼는지 사장님은 나에게 yudeoksoo.com(읽기도 힘들다)이 뭐 하는 곳인지를 묻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남들보다 많은 대화가 이루어졌고 어떤 사장님은 따로 한 번 찾아오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나중에 주변 사람들에게도 명함을 나눠 주었는데 그들은 명함을 통해 나를 오래도록 기억해주었다. 명함은 제2의 얼굴로 첫인상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매개체였다. 첫인상이 그 사람에 이미지의 대부분을 결정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와우 프로젝트’에서 개인 브랜드를 강조한 현대 경영의 대가, 톰 피터스는 자기 자본의 2%라는 엄청난 금액을 명함에 투자한다고 한다. 누구나 소속이 없더라도, 또는 젊더라도 명함을 만들길 권한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탐탁지 않다면 자신의 미래를 명함에 넣는 것도 매우 멋진 방법일 것이다. 내 이름 석자를 넣은, 나를 표현하는 가장 크리에이티브 한 명함! 생각만 해도 설레지 않는가! 


이후 한국 최고의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메일이 왔다. 그 업체의 사장님과는 얼마 전 명함을 교환한 후였다. 내용인즉슨 B2B(Business to Business)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B2B라니! 기업과 기업 간의 전자상거래를 하자는 얘기였다. 유덕수닷컴을 그들은 기업으로 알았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나는 유덕수닷컴을 기업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통해 나를 기업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기업이고 나의 능력을 쌓아서 궁극적으로 고객을 만족시킨다. 고객은 내가 속한 회사도 될 수 있고 나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 컴퓨터 폴더에 ‘유덕수’ 폴더를 만들었다. ‘유덕수’ 폴더 안에 ‘일’, ‘자기계발’, ‘건강’, ‘인간관계’, ‘여가’ 폴더를 만들었다. 조직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해당 팀들이 조화와 균형을 통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세미나가 끝난 후 자연스레 강사에게 명함을 건네 드렸다. 

“저는 미래의 경영자를 준비하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열정대학 스토리


프롤로그(Prologue)

1. 가짜 대학을 만들다

2. 알통학과? 섹스학과! 무슨 대학? :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학교


Part 1 20대, CEO에 미치다

3.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4. 명함은 나의 첫인상이다 : 저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5. 벽은 내 마음이 만든다 : 돈이 없어도 비싼 세미나를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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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덕수 프로필 : http://ydslyl.blog.me/220587592313

유덕수 블로그 : http://www.yudeoks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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