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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수 Aug 25. 2016

벽은 내 마음이 만든다

돈이 없어도 비싼 세미나를 가는 방법

모든 게 우리 마음에 달려 있다. 

사람이 하늘을 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하라.  

- 그레이스 머레이 호퍼(1906-1992). 미국의 프로그래밍 언어 설계자. 


잠자리에 들기 전에 꼭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명함첩을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는 것이었다. 경영이라는 라이프워크에 빠진 이후부터 비즈니스맨들은 나의 우상이자, 연예인들이었다. 그분들의 기업 로고, 직위, 이름들을 보면 내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고 명함첩의 마지막 장 즈음에 가서는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가 되고 싶은 CEO라는 직함을 가진 분들의 명함들이 따로 모아져 있었다. 그렇게 명함첩을 가슴에 안고 미소를 지으며 단잠에 빠져 들곤 했다.   


명함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가급적 유명하고 대단한 기업의 사장님의 명함을 모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유명한 분들이 참석하시는 세미나는 참가비가 비쌌다. 용돈을 쓰기에도 벅찼던 스무 살의 나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었다.  


그러다 어느 날 한 비즈니스맨을 만났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나는 기업 세미나들이 왜 이리 비싸냐며 핀잔을 늘어뜨렸다. 조용히 경청해주시던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덕수군, 며칠 전에 우리 회사에서 세미나를 열었어. 그런데 그 세미나를 들으려고 한 여학생이 지방에서 올라온 거야. 등록을 하려고 하는데 우리 세미나가 좀 비쌌거든. 몇 십만 원이라고 얘기를 하니, 무척 당황해하더라고. 그러더니 한참 동안 주변을 서성이다 다시 나에게 와서 얘길 하는 거야." 

"저, 죄송한데요. 이 세미나 꼭 듣고 싶습니다. 많이 바쁘신 것 같은데 직원 분들 도와드리고 끝나고 청소라도 할 테니 꼭 듣게 해주세요." 

"그때는 좀 황당했지만 결국 팀장님께 이야기했고, 그 친구는 우리 세미나를 들을 수 있었어." 


누가 내 뒤통수를 한 대 후려치는 것 같았다. 상황이 같은 데 결과가 달랐다. 

20대 초반의 두 명의 학생이 있었다. 둘 다 값비싼 세미나를 듣고 싶어 했지만 돈이 없었다. 하지만 한 명은 들을 수 있었고, 한 명은 듣지를 못했다. 불행히도 난 후자였다. 도대체 어떤 차이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돈이 비싼 세미나가 있었다.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세미나를 갈 수 없다고 쉽게 단념했다. 그러자 어떠한 행동도 할 이유가 사라졌고 결국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돈이 없었던 나에게 비싼 세미나는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싼 세미나와 돈이 없다는 같은 상황에서 다른 친구는 그것을 넘을 수 있을지로 모르는 낮은 높이의 벽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어떠한 행동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찾기 시작했다. 이내 분주하게 일하시는 직원분들이 기회로 보이기 시작했고 결국 그분들을 도와 드리는 조건으로 세미나를 들을 수 있었다.  


30m의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과 3m의 조금만 노력하면 넘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높이의 벽. 그리고 아주 먼 곳에 희미하게 보이는 나무 한 그루. 그 벽의 크기를 30m로 보고 단념해버리면 먼 곳의 나무 한 그루는 그냥 불필요한 나무 한 그루지만, 3m의 벽은 그 나무조차도 사다리가 되는 기회로 보이게 만든다. 그 상황이 비싼 세미나가 됐든, 10억의 빚이 됐든 마찬가지다. 결국 벽의 크기가 이외에 상황마저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내 마음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때 나는 내가 처한 문제라는 벽의 높이는 외부 상황을 통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들어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상황이 바탕이 되지만 결국 내 마음이 벽의 높이를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나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그 벽을 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로 비싼 세미나는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에게 아르바이트라도 할 테니 한 번만 듣게 해달라고 졸랐다. 대부분의 담당자분들이 당황해하셨지만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몇몇 세미나를 공짜로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아르바이트도 없이 말이다! 그 후로 내 시각이 달라졌다. 또 한 번은 너무 가고 싶은 세미나가 있었는데 참가 대상이 기업 임원이었다. 평소였다면 포기했지만 이제 그럴 수 없었다.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했고 임원만 가능했던 그 세미나를 학생인 내가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사회적 구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생각은 없다. 나는 사회가 만들어 낸 보다 높은 장벽들의 문제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우리 개인의 내면의 힘 역시 과소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세상을 변화시킨 수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내면의 힘을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썼기 때문에 세상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함이 늘어갈수록 공허함도 커졌다. 이렇게 명함만 갖고 있는 게 무슨 소용인 가도 싶었다. 나는 당시 'CEO가 되기 위해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화두에 사로잡혀 있었다. 성공하는 방법은 성공한 사람이 잘 안다고 했던가. CEO분들에게 찾아가 직접 대답을 듣고 싶어 졌다. 명함첩에 CEO분들의 명함을 골라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표 CEO분들을 직접 만날 차례였다.  



열정대학 스토리


프롤로그(Prologue)

1. 가짜 대학을 만들다

2. 알통학과? 섹스학과! 무슨 대학? :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학교


Part 1 20대, CEO에 미치다

3.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4. 명함은 나의 첫인상이다 : 저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5. 벽은 내 마음이 만든다 : 돈이 없어도 비싼 세미나를 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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