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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덕수 Oct 06. 2016

대한민국 최고의 CEO를 만나다

간절히 원하면 기회가 보인다

그대에게 유리한 기회가 없다고 하지 마라.

기회는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쪽에서 발견해야 한다.

모든 기회는 그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잠자코 있다.

- 로렌스 굴드(1986~1995) 미국의 지질학자, 교육자


'안철수 소장은 향후 6개월 동안 약속이 잡혀 있다.'


이미 두 분의 CEO를 만난 직후라 자신감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다. 이제는 대한민국 대표 CEO를 만나 내 가슴의 불덩이를 더욱 크게 키우고 싶었다. 검색을 해보니 2000년 당시뿐만 아니라 매년 가장 존경받는 CEO로 안철수 소장님(현 국회의원)이 선정되고 있었고 이 분을 꼭 만나고 싶었다. 이메일 주소를 얻기 위해 마치 스토커가 된 양 폭풍 검색에 들어갔다. 메일 주소를 간신히 알게 되었는데 더불어 나쁜 소식도 알게 되었다. 6개월이나 약속이 잡혀 있으시다니…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나는 왜 이리도 CEO를 만나는 것에 집착했을까. 돌이켜보면 그것은 열등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선시대의 세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왕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당대 최고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선생이 되는 최적의 환경에서 왕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다. 삼성을 크게 성장시킨 이건희 회장의 일화도 있다. <이건희 개혁, 10년>이라는 책에 따르면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나오면 이 회장은 세계 최고의 디자인 전문가를 모신다고 한다. 호텔 방을 잡고 이틀 동안 나오지 않는다. 밤새도록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한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에게 배우는 통찰력은 매우 강력할 것이다. 대학을 다니거나 강연을 들을 때도 그렇다. 어떤 선생님한테는 6개월을 배워도 그 주제에 관해서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떤 선생님은 2시간 강연만으로도 그 분야의 전체 그림이 그려지기도 한다. 그만큼 누구에게 배우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나는 그게 부러웠다. 이 짧은 생에 돈도 빽도 경험도 없는 내가 보다 좋은 조건에서 사는 사람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건희 회장의 사례를 접하면서 내가 도통 따라잡을 수 없겠다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그래서 스무 살 때부터 스승을 찾아다녔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세미나를 찾아다니고 세미나가 끝나면 꼭 명함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니 내 명함첩에는 어느덧 수십 명의 CEO 분들의 명함이 쌓여 있었다. 마침내 명함에 나와 있는 연락처로 연락을 드리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것은 당시에 품게 된 궁금증도 한몫을 했다. CEO가 되는 방법을 알고 싶은데 책을 봐도 교수님께 여쭤봐도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성공하는 방법은 성공한 사람이 가장 잘 안다고 CEO가 되는 방법은 CEO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두 분의 CEO에게 메일을 보냈다. 걱정과는 다르게 흔쾌히 만남에 응해주셨고, 나는 책에서 보지 못했던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대한민국 최고의 CEO이고 워낙 바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만날 수 없다고 단정 짓지는 않았다. 그만큼 만남이 간절했기 때문이었다. 그분을 만나는 장면을 상상하면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다. 게다가 아무것도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선을 다해 부딪혀보고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야 비로소 안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안된다는 말은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럽지만 당시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학점이 1점대가 나와 학사경고를 받았는데 안철수 소장님 만나는 방법을 고민하다 학교에 안 갔다고 오버해서 얘기할 정도로 정말이지 머릿속에는 고민이 한가득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을 만나기 위해 한 달 동안 야후 포털사이트 메인 배너에 ‘손정의 사장, 당신을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광고를 띄웠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열정이 대단했다. 광고를 이용해 사람을 만나다니. 물론 나는 수천만 원이나 하는 광고비를 마련할 재간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젊음과 열정이 있었다.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인터넷을 보다 눈이 번쩍 띄었다. '한글 도메인 서비스 개시!'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당시 인터넷 주소는 모두 영문이었는데 유덕수닷컴이면 유덕수는 한글로 쓰고 .com만 영어로 쓰는 것이었다. ‘주소창에 한글을 쓸 수 있다니!’ 지금이야 한글만 치면 되니까 사라진 서비스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만나고 싶은 사장님이 있는 회사 도메인 3개를 예약했다. 회사에 우선 배정될 수도 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서비스 오픈 당일 메일을 받았다.

      

내가 ‘안철수연구소.com’을 구입해 버렸다. 


“안녕하세요. 안철수 소장님. 제가 한글 도메인 ‘안철수연구소.com’을 갖고 있습니다. 저에게 1시간만 투자해주세요.”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그리고 군입대가 2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제발 그전에 만나주세요."

군대 날짜라니... 내 상황 때문에 무척이나 황당해하셨을 것 같다. 여하튼 메일을 보내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폭풍 확인했는데 마침내 받은편지함에 답장이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메일을 열었다. 하지만… 2주 안에 미팅은 쉽지 않다고 하시면서 메일로 질문하면 뭐든지 답변해 주신다고 하셨다. 실망스러웠다. 직접 만나 인사이트도 얻고 명함도 받아 명함첩에 넣고, 사진도 찍어 SNS에 올려야 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군대를 잘 다녀오겠다고 답장을 드렸다. 며칠 후 안철수연구소에서 택배가 왔다. V3 디럭스 정품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일주일만 하면 나처럼 컴퓨터 한다와 같은 안철수 컴퓨터 특강 친필 사인본이 들어있었다. 불행히도 당시는 영혼이 있는 승부라는 책이 나오기 전이었다. 나는 결국 군입대를 하게 되었고 도메인은 선물로 드렸다.   


2년 여가 지나고 전역을 즈음하여 소장님의 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다. 세미나장을 두리번거리니 소장님이 좌석 맨 앞자리에 앉아서 강연을 준비하고 계셨다. 또다시 두근거리는 이놈의 가슴을 부여잡고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유덕수닷컴 유덕수입니다." 

소장님은 나를 힐끗 보시더니 이내 말씀하셨다. 

"유덕수, 군대 전역했어요? 축하드려요." 

나를 기억하고 계시다니! '무언가 특이한 행동은 다른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제대로 만나 뵌 적은 없지만 가끔 메일을 보내면 답장을 꼭 해주셨다. 당대 최고의 경영자와 이렇게라도 연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자신감을 키워주는 큰 자산이 되었다. 나름 절반의 성공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최고의 CEO를 만난다는 어쩌면 무모해 보였던 도전을 통해 간절히 원하면 주변의 상황들이 기회로 보이기 시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한글 도메인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었다. 원하지 않으면 그것이 기회인지도 모른다. 어떤 일이든 간절한 마음이 전제가 되어야만 조금이라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열정대학 스토리


프롤로그(Prologue)

1. 가짜 대학을 만들다

2. 알통학과? 섹스학과! 무슨 대학? : '하고 싶은 일'이 모두 과목이 되는 학교


Part 1 20대, CEO에 미치다

3. 라이프워크를 만나다 : 자신의 일생을 걸고 쫓아가야 할 테마

4. 명함은 나의 첫인상이다 : 저는 유덕수닷컴의 CEO 유덕수입니다

5. 벽은 내 마음이 만든다 : 돈이 없어도 비싼 세미나를 가는 방법

6. 5년 후, 너는 무엇을 하고 있지? : 꿈과 목표의 차이

7. 대한민국 최고의 CEO를 만나다 : 간절히 원하면 기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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