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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간 Aug 17. 2024

프로젝트 매니저 말고 프로덕트 매니저 하고 싶어요.

서비스 기획 이야기

PM이라는 두 글자로 말해버리기에는 좀 다른 두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다.


프로덕트 매니저 / 프로젝트 매니저


물론 대부분의 회사에서 PM이라고 부르며 프로덕트 매니저를 말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하는 업무는 프로젝트 매니저인 경우들이 꽤 있는 것 같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떤 니즈를 충족시킬지 정해서 프로덕트를 정의한다. 그리고 그 프로덕트의 비전과 전략을 설정한다. 전반적인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이다. 이 방향을 로드맵으로 정의하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 모든 것을 유관부서 이해관계자들에게 공유하여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이끌어간다.


프로젝트 매니저는 말 그대로 특정 프로젝트의 계획, 실행, 관리, 종료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프로젝트의 범위에 맞게 일정, 예산, 자원들을 관리해서 일정과 예산에 맞춰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것이 목적이다.


결국 프로덕트 매니저는 방향을 정해 끌고 가는 사람이고, 프로젝트 매니저는 정해진 목표를 일정에 맞게 도착하게 하는 사람이다.



당신은 프로덕트의 방향을 정할 수 있나요?


우리 모두 내 프로덕트의 방향을 직접 결정하고 싶다. 주인이고 싶고, 내가 고민한 대로 방향을 정하고 싶다. ‘셀프 리더십’도 한때 많이 들렸다. 내 업무에서는 주인처럼 리더십을 가지고 일하는 것. 너무 좋다. 나도 이렇게 일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실제로 일부 회사나 혹은 일부 부서에서는 이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그 운 좋은 사람이라면 지금 상황을 즐기길 바란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 그렇지 않을 것이다. 큰 방향은 윗선에서 정하고 개인은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프로덕트들에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는데, 우리 같은 직원이 정하는걸 얼마나 근심걱정하며 바라보겠는가.


게다가 예전보다 많은 상황들이 프로덕트 매니저로 하여금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도록 만든다. 내가 생각하는 요인들이다.




빠른 속도를 위해 보고 체계가 단순화되었다.


10년 전,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보고 문서 수십 장을 만들었다. 보고해야 할 대상도 여럿이고, 한번 보고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내기 위해 1주일 넘게 고민하여 탄탄한 논리의 보고자료를 만들었다. 아무리 뛰어난 의사결정권자라 하더라도 실무자만큼 고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실무가 제대로 준비만 한다면 원하는 방향대로 보고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것 같다.


지금은 모든 회사들이 보고 체계를 단순화하고 있다. 의사 결정까지의 단계도 줄었고, 더 간단한 형식의 보고와 빠른 실행을 기대한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장점이 많다. 보고가 간단해진 것은 어찌 보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PM입장에서는 고민하고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동시에 의사결정권자가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기 쉬워졌다. 이전 회사에서 규모가 꽤 큰 과제들을 몇 번 참여했는데, 매일 임원들이 모이는 온라인 리뷰 회의를 했다. 보고 자료는 간소화되었지만, 매일매일 현황을 보고하게 되니, 임원의 의사결정에 맞춰서 매일매일 과제가 움직이게 되었다.



많은 IT인프라들도 탑다운 의사결정을 더 유리하게 만들었다.


예전에도 메신저는 있었고, 과거에 오히려 새벽과 늦은 저녁까지 더 울려댔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휘발성이거나, 히스토리를 관리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메신저와 메일 시스템이 분리되어 있어, 더 쉽지 않았다.  


요즘은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의사결정권자가 실무자와 비슷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슬랙과 같은 메신저는 메일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게 해 주었고, 피그마, Jira, Confluence, Notion 같은 시스템들은 작업 중인 최신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보고를 기다리지 않아도 의사결정권자가 충분한 내용을 바탕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성장이 둔화되었다.


회사 외적으로도 프로덕트 매니저들이 주체적으로 일하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오프라인의 무엇이든 온라인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던 몇 년 전과는 달라졌다. 지금은 프로덕트들이 나타날 기술적 전환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AI는 분명 훌륭한 기술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프로덕트를 만들 기회보다는 소수가 그 프로덕트들을 더 강화하기에 더 유리한 기술로 보인다. 신규 아이디어들도 세상에 많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성장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면서 프로덕트들에 투입될 리소스관리도 엄격해져가고 있다. 이런 경우, 더더욱이나 바텀업으로 프로덕트들이 진행되기는 더 어려워진다. 보수적이 될수록 프로덕트의 성패에 대한 책임이 중요해지고, 이 책임은 실무자들보다는 단기계약자들인 임원이나 의사결정자들에게 더 많은 걱정을 안겨준다. 이 걱정은 결국 많은 지시사항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럼 우리 같은 중간관리자 또는 실무 프로덕트 매니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냥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다. 아니라면 정면 돌파의 방법도 있다. 더 빠른 속도에 맞춰 충분한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다. 그만큼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논리보다 믿음을 얻는 게 더 효과적일지도. 그래도 짧은 호흡 내 논리로 끊임없이 설득하고 부셔가며 일을 한다면 이전보다 훨씬 많은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도파민은 충분할 것이다. 숨이 너무 차지 않게 조절만 할 수 있기를.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나도 아직은 다시 이렇게 일하고 싶다. 믿어주는 사람 아래에서 누구에게도 무뎌지지 않을 논리의 칼로.




내 주변과 들리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만든 편협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은 확실히 예전보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일하는 것이 더 힘들어 보인다. 그래서 고생하고 있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세상이 그런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그래서 다 알고 있다고. 힘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는 것도 같아 보인다. 남들 기준에 따라 살거나, 해야만 하는 것들을 기준으로 살아간다면 나 자신도 프로젝트가 되어버린다. 누가 하란대로 계획대로 그 일정에 맞춰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되지 않기를. 각자가 스스로의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기를.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는 프로덕트를 만들길. 당연히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나도 머리로만 쫓아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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