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날, 첫 번째 이야기
올해는 두 번째로 여행하는 일본입니다. 간사이는 네 번째 방문입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에 간다 하니 또 가냐고 물어봅니다. "네. 그렇게 됐어요."라고 답했습니다만 이번 여행은 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가는 첫 번째 여행입니다. 항상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곤 했습니다. 혼자 가는 여행을 꿈꾸었지만 막상 혼자 가려하면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걱정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니면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야 혼자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혼자 여행하기에 일본만큼 좋은 나라가 없을 겁니다. 일본에 갈 때마다 음식이나 잠자리 모두 1인 생활자에게 잘 맞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본에서라면 5일간의 나 혼자 여행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을 택한 또 다른 이유는 기차 여행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JR 간사이 와이드패스'를 보고 이 패스를 이용해 기차 여행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사이 지역뿐만 아니라 오카야마나 시코쿠 지역까지 갈 수 있는 말 그대로 '와이드' 패스였기 때문입니다. 생각하고만 있던 것을 행동으로 옮겨 신오사카에 나만의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간사이 주변을 기차로 여행하는 계획을 짜게 됐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는 항상 설렙니다. 비행기를 타기 직전, 그 설렘이 최고조를 이루고 도착하는 순간부터 그 설렘의 강도가 점점 엷어지곤 합니다. 이번 여행도 비슷할지 모릅니다. 그래도 처음 이 느낌, 계획하고 출발할 때 느꼈던 설렘을 간직하는 5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앞자리에 앉은 덕분에 비행기에서 후다닥 나왔음에도 입국심사는 꽤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2015년에 왔을 때보다는 훨씬 빠르게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보다는 확실히 효율적인 체계가 잡힌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내 앞의 줄만 잘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앞에는 인도 사람이 있었는데 유난히 오래 입국심사를 했습니다. '심사하는 사람이 까다로운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보여줄 e티켓과 호텔 바우처를 주섬주섬 챙겼습니다. 챙기고 옆 줄을 보니 거기에서도 인도 사람이 오랫동안 심사받고 있었습니다. e티켓과 호텔 바우처는 보여줄 필요도 없이 후다닥 진행된 나의 입국심사를 경험해 보니, 인도 사람의 입국 심사는 일종의 인종차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하게 더 자세히 심사하는 것이었을까요. 아니면 차별의 발현이었을까요.
간사이 공항을 나서니 낯익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네 번째이지만 간사이공항역은 바뀐 게 거의 없습니다. 올 때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시내에 들어갔는데 오늘은 특급열차인 하루카를 타고 오사카로 들어갔습니다. 한국에서 사 온 간사이 와이드 패스에는 유효기간이 적힌 도장이 쾅하고 찍혔습니다.
하루카를 타는 건 전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석에 앉기 위해 줄을 길게 서있었습니다.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타는 것도, 캐리어를 놓아두는 것도,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다 경쟁입니다. 오래 기다린 덕분에 좋은 자리에 캐리어를 두고,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기차인 하루카를 타고 신오사카로 향하는 길. 날씨는 흐리지만, 낯익은 모습들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