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 레니게이드 1년 타고 하는 솔직하고 개인적인 리뷰!
오늘부터 나의 취향과 관련된 콘텐츠를 남길 예정이다. 꾸준함이라고는 1도 없는 사람이지만, 내 일상에서 나의 취향을 자극한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나름 지구력을 가지고 다루고자 한다. 그 대상은 직접 경험한 것, 소유한 것, 먹은 것, 느낀 것, 좋아하는 것 등등 여러 가지이다. 당신도 이러한 취향에 맞는다면 우리는 공동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취향의 공동체! 제 글을 취(取)해보고 흥미가 생기신다면 함께 취(醉)해보시길 바란다!
작년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를 했다. 계획에는 있었지만 그동안 필요하지 않아서 실천하지 못했던 '자동차'를 구매했다. 특별히 자동차에 큰 관심은 없어서 선택지가 다양하진 않았다. 풍족하지 않은 예산은 더더욱 나의 선택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2019년 10월 말, 내 인생의 첫 차인 'JEEP 레니게이드'를 구매했다.
1. 레니게이드를 선택한 이유는?
보통 자동차를 구매할 땐 이런 프로세스를 걸친다고 한다. (1) 예산을 설정한다 ▶ (2) 예산 내에 살 수 있는 차를 본다 ▶ (3) 옵션을 추가해 본다 ▶ (4) 추가하니 이 금액이면 다른 차를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 (5) 다시 옵션을 추가해 본다 ▶ (6) 이 금액이면 다른 차를 살 수 있다는 걸 안다 ▶ (3)-(6) 무한 반복. 아반떼가 벤츠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러한 과정이 없었다. 합리적이지 않은 나의 취향 덕분이다. 차종에 크게 관심은 없었지만, 언젠가 자동차를 필요로 하게 된다면 JEEP를 타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다 31년 인생에서 드디어 자동차가 필요하게 되었고 레니게이드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특유의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아마 좁디좁고 연약한 내면을 나름 덮어보기 위한 반발 심리일지도 모른다.
레니게이드는 JEEP에서 내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모델이다. 가격 이야기다. 당시에는 차의 성능, 자재, A/S 품질 등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기본적인 스펙은 생각했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렇게 따지다가는 결국 위의 '무한 반복' 루프에 걸려 나는 결국 분수에 맞지 않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샀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JEEP라는 취향이 더 중요했고 차는 굴러가기만 하면 된다.
마침 JEEP에서는 (랭글러를 제외한) 모든 차종에 대하여 20%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랭글러도 할인했으면, 랭글러로 했을 텐데 절대 할인 안 하겠지) 수중엔 목돈도 있었다.
정리하자면,
1. 레니게이드는 내가 접근할 수 있는 JEEP 모델이다.
2. 마침 JEEP가 20% 할인 행사를 했다.
3. 마침 목돈도 있어 경제적 부담도 없다.
이 네 가지가 트리거가 되어 레니게이드로 결정을 했다.
2. 레니게이드를 1년 타본 후기는?
레니게이드는 총 4가지 모델로 이루어져 있다. (1) Longitude (FWD/가솔린), (2) Limited (FWD/가솔린), (3) Limited (AWD/가솔린), (4) Limited High (AWD/디젤) 등이다. 자동차 구매에 유일한 고민이었던 부분은, 전륜이냐 사륜이냐였다. 그러다 '오프로드 갈 것도 아닌데, 무슨 사륜까지 필요하겠어?'라고 마음을 먹고 (2)를 선택했다. <JEEP 레니게이드 Limited 2.4 FWD>다. 지금부터 상세한 설명 대신 '차알못'의 관점으로 JEEP 레니게이드 Limited 2.4를 설명한다.
첫째, 역시 예쁘다.
일단 외관이 예쁘다. 랭글러를 사고 싶지만 그런 여력이 안되는 나에게 레니게이드는 JEEP 입문으로 딱이다. 컴패스나 체로키 등의 SUV도 있지만, JEEP의 헤리티지를 유지하고 있는 모델은 당연히 랭글러와 레니게이드이다. 컴패스, 체로키, 그랜드체로키는 도심형 SUV를 지향하는 반면, 레니게이드는 작지만 랭글러와 함께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JEEP의 정체성이 반영된 모델이다(근데 난 사륜구동 아님).
랭글러까진 아니지만 나름 각진 박스형 외관이 투박한 듯 귀엽다. 나는 Carbon Black Metalic 색상을 골랐는데, 그냥 블랙이 아니라 은은한 Pearl 광채가 나서 더 마음에 든다. 검정 색상이 관리는 어렵지만 색 선택은 잘한 것 같다. 무엇보다 JEEP를 상징하는 Seven Slot Grill이 마음에 든다. 그 옛날 군용 차량이었던 JEEP의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역시 레니게이드와 랭글러뿐이다.
둘째, 내부는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
차체는 어떨 때 보면 작은 것 같고, 또 어떨 때 보면 나름 크게 느껴진다. 정확한 제원 비교는 귀찮아서 패스하겠다. 셀토스, 코나보다는 조금 더 크지만 내부는 셀토스, 코나가 더 넓은 것 같다. 네이버 자동차에서는 티구안이 동급이라고 뜨는데, 티구안보다는 확실히 작다. 티구안은 준중형 SUV라고 한다. 오히려 BMW MINI 컨트리맨 정도와 비교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뒷좌석은 확실히 좁다. 어머님께서 뒤에 한번 타보시고 불편함을 말씀하셨다. 이건 레니게이드의 한계라고 본다.
실내는 솔직히 고급스럽진 않다. 플라스틱 위주의 자재에 시트도 그냥 가죽시트다. 2019 모델에는 뒷좌석 열선도 없어서 나는 구매와 동시에 딜러분께 요청하여 열선 추가를 부탁드렸다. 레니게이드에게서, 아니 JEEP에게서 고급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다. 다만 운행에 문제가 없는 필수적 요소들이 다 있다. 인터페이스도, 넓은 터치스크린도 직관적이라 좋다. 번잡한 조작을 어려워하는 나에게는 이 정도가 딱 미니멀하고 좋다.
또 많이 나오는 이야기! 풍절음이 있다. 창문을 모두 폐쇄하더라도 고속도로에서 열심히 달리면 바람소리가 들어온다. 이것도 JEEP라는 갬-성으로 이겨내야 한다. 음, 안 좋은 이야기만 한 것 같다. 좋은 이야기를 하자면 파노라마 선루프다. 천장 전체를 커버하는 선루프를 날씨 좋은 날 최대로 개방해 놓고 다니면 청량함과 함께 하늘에 날리는 머리가 느껴진다.
셋째, 연비는 아직 잘 모르겠고, 주행감은 좋다!
연비는 다시 체크를 해봐야 한다. 자동차를 사고 난 뒤 얼마 안 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다. 특히, 나와 여자친구는 어딘가를 방문하는 것을 조심해야 했고, 덕분에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공회전과 가스에 주의하면서도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차에서 보내다 보니 연료를 많이 소모하게 되었다. 6만 원 정도면 연료통의 90%는 채우는 것 같다. 서울에서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대략 13.5 ~ 14 km/L가 나왔다.
주행감은 좋다. 좋다는 느낌은 주관적이기 마련이리라. 조용하고 안락한 주행보다는 도로 면을 그대로 느끼고 묵직하게 나가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이것이 바로 JEEP의 감성인가! 언젠가 렌터카로 셀토스를 운행해본 경험이 있는데, 핸들이 너무 가볍고 쉽게 움직여서 낯설었다. 레니게이드는 핸들도 묵직하다. 힘주며 운전하는 것이 은근히 좋다.
나는 운전과 속력을 즐기는 사람이 아닐 줄 알았는데, 막상 운전자가 되어보니 은근히 이런 것들이 재미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량의 스텔스 같은(?) 주행감보다 이런 날 것의 주행감이 더 나에게 맞는 것 같다. JEEP의 비효율적인, 덜 진보적인 주행을 포장하는 느낌이 들지만, 역시 이것도 JEEP의 갬-성이다. 취향의 영역이다. 이런 날 것의 취향도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바뀌려나, 그때는 편안함이 가장 우선이 될 수도 있겠다.
3. 총평
결론적으로 이 차를 산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트리거가 있었고, 이 트리거는 나의 상황에 아주 적중했다.
장거리 운전 보다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데이트를 하고 간단하게 마실 나가는 용도로만 활용하기에도 레니게이드는 아주 적합하다. 물론, 큰 차 타면 적재공간도 많고 좋다. 그렇지만 레니게이드는 탁월하지는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삶에 도움을 주는 충분한 차라고 생각한다.
단점이 많은 차다. 대부분의 자동차 구매가 그러하겠지만 특히나 레니게이드는 아니, JEEP라는 브랜드는 합리성으로 구매하기는 쉽지 않은 차 같다. 철저하게 취향의 영역에 있는 차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JEEP라는 브랜드가 마음에 든다면, 레니게이드의 헤리티지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면, 그리고 비슷한 가격의 합리성 높은 차보다 감성을 택하고 싶다면 레니게이드를 추천한다.
취향의 공동체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