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찾아오는 그의 습격
떠올리고 싶지 않은 x
여름 하면 떠오르는 건 수박, 시원한 계곡, 물놀이..... 그리고 그 녀석이다.
날이 따뜻해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 친구 때문에 결혼 전 자취 집에서도 고생 꽤나 했었다.
당시 함께 동거하던 친구와 나는 같은 일을 하고 있었기에 함께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았다.
짧게는 3일, 길게는 한 달도 비울 정도로 장기 출장이 잦았던 우리의 빈 집은 그들에게 최적의 보금자리였을 것이다. 거기다가 에어컨 없고 습한 환경, 버리지 못해 쌓인 쓰레기까지 있으니 금상첨화였지 않았을까.
그래서 언제나 피곤한 출장을 다녀온 후에 반기는 건 초파리들이었다.
벌레를 극혐 하는 나와 달리 무덤덤한 친구는 그들도 생명이라고 그냥 두자고 했다.
하지만 도저히 그들이 음식 위를 날아다니는 꼴을 두고 볼 수없어 각종 트랩, 약을 사서 모았다.
현관 위 수상한 액체
한 날은 친구들 여럿이 우리 집(친구와 동거하던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실컷 놀고 다음날 집으로 가기 전, 그들은 현관에서 이름 모를 액체가 담긴 통을 봤다고 한다.
그건 마치 섬유탈취제처럼 보였기에 수상한 뿌연 액체를 돌아가면서 그들의 옷에 뿌렸다.
"악, 야 이거 왜 이렇게 시큼한 냄새나!!!, 상한 거 아냐?? "
순식간에 시큼한 냄새로 도배한 그녀들은 우리에게 그 수상한 액체의 정체를 물었다.
그건 사실 초파리를 잡기 위해 친구와 내가 제조해 둔 야매 약이었다.
식초 + 알코올(소주) + 치약 조금
한동안은 친구들 단톡방 사이에서 <쟤네 집에 가면 함부로 액체를 뿌리지 말 것>이라는 금지령이 떠도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 정도로 초파리 죽이기에 진심이었다.
어.. 어떻게 알고 찾아왔어?
결혼하고 새집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가장 제일 신경 쓴 건 청소 습관을 들이는 것이었다.
두 번 다시는 벌레와 동거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 하나로 매일 쓸고 닦고 소독한다.
음식물 쓰레기와 쓰레기는 자주 비우기, 그건 거의 광적으로 하는 편이다.
"위이이잉~"
어! 티브이를 보는데 익숙한 실루엣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한다. 하 이런, 또 초파리다.
초대한 적도 없는데 잘도 알고 찾아왔다. 역시 오래된 아파트는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예전 집에서 여름이면 초파리와의 투쟁을 끊임없이 벌여온 탓에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각종 벌레 죽이기 용품을 사모우는 행위가 또 시작됐다. 뿌리는 것, 트랩 등등 장바구니에 담겼다.
월세라도 내지 그래?
인생의 큰 목적, 동기가 사라져 무료한 일상을 살아가는 요즘, 나를 위해 새로운 미션이 추가된 것일까?
미션: 초파리 박멸하기
더 극심한 더위가 오기 전에 초파리들을 없애야만 한다. 오랜 동거는 절대 싫다.
마침, 소름 끼치도록 빠르게 내 생각과 마음을 읽어낸 [초파리 퇴치] 광고가 인스타그램에 도배되어 있다.
강력한 한방이라는 문구가 과대 광고인 걸 잘 알지만 뿌리는 퇴치약을 또 산다.
올여름도 초파리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제발 내 집에서 살 거면 월세라도 내고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