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손을 잡아준다는 것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손의 감각을 이용하는 것은 간호사로서 늘 하는 일이다. 여유가 있다면 더 많은 일을 손의 감각으로 해낼 텐데 늘 쫓기듯 일을 하다 보니 그 감각들을 닫아버리는 수가 있는 것 같다. 늘 하는 일이어서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은 그러면서도 늘 뛰어다니면서 일을 하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환자와 간호사의 상호 돌봄이란 말을 그토록 좋아하고 상호 돌봄이 일어나는 간호를 제공하는 것을 내 목표로 삼으면서도 일상에서 실천한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술한 곳에서 출혈이 발생하여 병상 옆에서 응급 시술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환자는 마취된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갑작스럽게 생긴 일에 당황하고 떨고 있었다. 의사가 처치를 하는 동안 옆에서 도와주면서 환자의 손을 꼭 잡았다. 환자는 그 잡힌 손에 의지하며 최대한 의료진을 믿고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나중에 알았는데 그 환자분은 내 얼굴을 기억하지 못 했지만 내 이름표에 붙어있는 팽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별 것 아닌 행동이 이상하게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잊고 있었던 느낌과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상호 돌봄이란 아마도 이런 것이겠지. 환자와 간호사 모두 내가 왜 살아있는지 느끼는 순간. 삶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 바로 이 느낌이겠지. 너무나 소중해서 표현하기도 어려운 이 느낌이겠지. 사실 이 느낌 때문에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