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관철. 한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다른 마음들을 모두 꺾어야만 한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2022년, 작년 한 해 가장 유행했던 문구 중 하나이다.
롤 프로게이머 김혁규 씨가 인터뷰 때 말했다고 전해진다.
김혁규 씨의 팀 DRX는 2022년 롤 월드 챔피언십 최하위 시드에서 시작해서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우승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나중에는 급기아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 경기를 역전승으로 이끈 우리 선수들이 들고 있던 태극기에도 쓰여있어서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게 되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사실 이 말이 유행하기 전부터 쭉 그렇게 생각해 왔었다.
그리고 정작 실천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사실 그만큼 중요한 게 또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중요성을 몰랐고, 또 놓쳤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꺾이는 마음
마음이 꺾이지 않으려면
그만큼 다른 마음들은 꺾여야 하고
안 꺾이면 억지로라도 꺾어야 한다.
그래서 한 가지 마음, 생각, 의지를 남기고
그것을 관철시켜야 한다.
그래야지 뭐라도 된다.
반면에 나는?
꺾이지 않는 마음만 외쳐대다가
꺾이지 않으려는 마음을 하나 둘 무분별하게 품어대다가
그런 마음이 수 개, 수십 개, 수백 개로 불어나버렸다.
이 마음과 생각들이 때로는 비슷한 것들도 있고
때로는 상이한 것들도 있어서
서로 충돌하다가 급기야 다 같이 무너져내리는 형국이 되었다.
포기할 줄 모르면
내려놓을 줄 모르면
결국 빠짐없이 다 무너지게 되더라.
어쩌면 대상포진이 온 것조차
욕심들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 욕심들을 순수하게 내 마음이라고 착각해서
어떻게든 미련하게 품어가려고 무리하다가 온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 몸뚱이로 살면 얼마나 오래 산다고
잘 살면 얼마나 잘 살아본다고
꾸역꾸역 위장색을 칠한 욕망들을 바리바리 싸들고들 살아왔는지
이제는 제발 그 마음들을
그 욕망들을 하나둘씩 꺾어버리고
빈 듯 가득 찬 듯
있는 그대로 평안하게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갈까나 싶다.
이 생각
이 마음
하나 남겨놓고
다른 생각은 다 꺾어버리고 싶어라
옛날에 제사 지내고 나서 버려지던 추구(芻狗: 풀로 엮은 강아지)를 다루듯이
내 기준에서 좋은 생각, 나쁜 생각, 온갖 잡생각 다 버려버리고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천지불인 이만물위추구
자연과 우주가 만물을 바라볼 때
인간의 기준으로 바라보지 않고
추구(芻狗)를 바라보듯이 한다는 옛 말이 있다.
자연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다른 잡념과 욕망들을 언제고 내려놓을 수 있을까?
중요한 건 꺾이는 마음, 꺾어야 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한 생각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그 한 생각만을 놔두고
나머지 모든 생각과 마음을 열심히 꺾고 버리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