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IK’S ETHIC | 배우 류덕환 프로젝트
NONFUNGIBLE : 대체 불가한 당신의 이야기
보통 조용히 앉아 생각할 때 보다 업무 중에 자료 서칭할 때나, 책을 읽을 때 꼭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아마도 좋은 인풋이 들어오면 뇌에서 반응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회사에서 레퍼런스를 찾을 때 밑도 끝도 없는 생각들이 떠오르는데, 최근에는 '인터뷰'의 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회사에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했었던 직무인터뷰나, 행사 영상에 사용할 인터뷰 등등 몇 번의 기회가 있어 진행했었는데, 처음 해보는 거라 궁금한 내용 물어보기 정도로 생각하고 진행했었다. 하지만 해보고 나니까 인터뷰어가 인터뷰이에게 어떻게 질문을 던지냐에 따라서 인터뷰의 퀄리티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날 떠올랐던 아이디어는 'Here i am(가제)'이라는 타이틀의 인터뷰 매거진인데, TV에서 스쳐 지나가듯 한 번쯤 봤던 무명의 배우들의 삶과 노력을 인터뷰해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기록해 놓고 싶었다. 아마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의 인물탐구를 깊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발전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우연히 배우 류덕환이 기획한 전시 티켓 판매 페이지를 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와 완전히 맞는 결은 아니었지만, 배우와 인터뷰 그리고 직업 뒤의 한 사람이라는 단어들이 평행을 이루었다. 어떤 질문들을 하고, 어떤 모습의 전시로 기획했을지 너무 궁금해 티켓을 결제했다. 명절 연휴 기간에 여유롭게 다녀오려 했으나 일정이 안 맞아 목요일 저녁 퇴근 후 급히 입장 마감 한 시간 전에 전시를 관람했다.
좋아하는 배우 천우희! 나는 배우들이 연기를 할 때 자기 배역을 100% 흡수해 연기하면서 동시에 배역에 그 배우의 성격이나 쪼가 묻어 나는 걸 좋아한다. 인간적이게 느껴지고 좀 더 친근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배우 천우희도 그런 느낌이 있어 좋아하는데 인터뷰도 내가 상상한 그녀의 모습과 많이 가까워 더 몰입됐다.
전시가 전부 영상이라 각 섹션마다 어두운 공간 속에서 온전히 영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서 몰입감이 엄청났다. 마치 스텝이 되어 배우의 인터뷰와 영상을 내가 직접 참여해 촬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 드라마 삼달리에서 봤던 배우 지창욱. 인터뷰한다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위해 씻지도 않고(?) 왔다고 했나. 아무튼 평소에 큰 관심은 없었는데 연출된 영상을 보니 매력적이었고, 인터뷰를 듣다 보니 개인적인 친밀함까지 들 정도였다!
그리고 또 좋아하는 배우 류승룡 선생님(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른 배우들도 연출된 짧은 영상들이 다 좋다고 느꼈었는데 류승룡 배우의 영상에는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물에 빠져있는 저 영상은 바닥을 내려보는 구조로 설치되어 있어서 더 실감 났다. 다음 섹션에 나오던 짐을 짊어지고 가는 영상도 너무 공감되었고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늘 인상적인 연기로 다가오는 배우 박정민. 인터뷰는 솔직히 너무 솔직했다. ㅎㅎ 나도 솔직함을 좋아하지만 진짜 진짜 내면의 민낯 같은 솔직함은 드러내지 않는 게 모두를 위해 좋다는 생각이 있다. 오히려 불편한 감정이 들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배우 박정민의 인터뷰에서 몇몇 부분은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 박정민은 그게 잘 어울리긴 했다. 솔직함과 진정성을 갖더라도 언제나 늘 얇은 포장지를 준비하는 나와는 다르게 말이다.
마지막 섹션은 관람을 하는 우리들을 위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옆방에 개인 인터뷰 공간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늦게 가서 그곳은 못 들어갔지만 이 공간만으로도 이 전시를 의미 있게 마무리하기에 충분했다. 여러 가지 질문지가 준비되어 있고 우리는 자유롭게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준비된 질문들이 다 좋아서 모두 작성하고 싶었지만 고심해서 딱 2가지 질문만 골라서 작성했다.
내가 고른 질문 하나는 '어제까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오늘부터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였다. 자주 자기 검열과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를 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때마다 이미 지나간 시간임을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난 항상 지금 존재하는 사람임을 기억하려고 한다.
또 다른 질문은 '1년 뒤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였다. 내가 해나가는 일들에 대해 나의 확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의지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 자신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진짜 뭐든 다 괜찮으니까 해보자고!
우리는 각각 다 고유한, 이미 그 어느 것으로도 대체불가한 존재들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질문과 답도 읽어보니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물론 그 안에는 희망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비관과 슬픔과 자책 등등..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대체불가한 존재로 만들어지는 과정이겠지.
다음에 시즌2, 시즌3으로 더 많은 배우들의 '사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고, 나도 인터뷰에 대한 공부를 통해 인물탐구 프로젝트를 시작해 봐야겠다. 무엇과도 대체불가한 모든 사람들의 스토리는 매력적인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