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심장박동은 극에 달해서 금방이라도 깔딱 숨이 넘어갈 것만 같으면 어디라도 좋으니 철퍼덕 주저앉아야만 한다. 엄살을 떠는 게 아니라 그러다가는 정말 황천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 쉬어가는 게 장땡이다.
산을 좋아한다면 전국 어디든 산이라는 이름이 붙은 곳이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개가 하나 있다. 조금 가파르고 되다 싶은 고갯길은 어김없이 그 이름이 '깔딱 고개'다.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는 등산객들만의 암묵적 신호기도 하고 버젓이 이정표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다.
목고개 한 번 뻣뻣해지도록 치켜보고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만 해! 일종의 경고를 날리는 거다. 고개의 초입에서 숨도 한 번 크게 몰아쉬고, 팔다리도 잠깐 주물러주는 여유가 꼭 필요한 거다 얘기를 하기도 하고.... 그렇게 숨 돌릴 시간을 갖고서야 비로소 대거리를 하는 깔딱 고개라는 거다.
누구나 다 잠시 쉬어 가라 얘기할 때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숙이는 게 현명하다. 저 혼자 얼마나 잘났다고 잡는 손을 뿌리치면 십중팔구는 중간에 널브러져 민망한 꼴을 당하고야 만다. 용가리 통뼈로 나대는 것도 적당해야 그나마 애교로 봐준다. 선을 넘으면 결국은 비아냥에 조롱이 전부다. 스스로 감내할 수 없는 극한의 좌절이 기다릴 수도 있다. 쉼은 그저 한갓진 게으름이 아닌 이유다. 쉬어야 다음 걸음이 유연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
몸을 최대한 편하게 하는 것, 그래서 숨을 평온하게 쉬는 것, '쉬다'라는 말의 뜻이다. 말 그대로 몸을 편하게 쉬는 것과 숨을 쉰다는 두 가지의 뜻을 갖는다. 고단한 몸을 잠시 쉬었다가 크게 숨 한 번 몰아쉬는 건 짝으로 움직이는 동무이기도 하다. 높은 고갯마루를 앞에 두고 다잡는 마음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쉼은 그래서 다음이다. 다음을 위한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