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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조 Jul 25. 2016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 커피마시며 전시보기

뚝섬역 카페

일요일

누워있다가는 오늘 하루를 침대에서 보낼 것만 같아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화장을 하며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영화를 볼까 싶어 cgv 앱을 뒤적이다 이미 봤거나 내키지 않는 영화들뿐이라 포기. 카페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기엔 애매하다고 생각하던 중 가고 싶던 전시가 생각났지만 역시 포기했다. 전시는 주말엔 사람이 많고 평일은 퇴근 후 가자니 늘 늦어버리곤 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투정을 부리는 나를 다독이며 서울숲으로 데리고 갔던 너였다. 



와인 한 병들고 간 서울숲에서 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누워 있었더니 이내 출출해졌다.

도시락 싸올걸 그랬다. 괜찮아.

너를 따라 발걸음을 맞추어 걷다 보니 녹슨 철재, 매스적인 갈색 벽돌 낡은 건물에 도착했다.

카페 같은데 여기서 밥 먹게? 응. 들어가자. 



들어가자 초록색 메뉴판과 직원분이 우릴 반겼다.

주문하는 곳 옆의 쇼케이스에는 판매하는 더치커피와 반가운 맥주가 진열되어 있었다.

호밀 치즈 파니니와 이제는 팔지 않는 메뉴인 아몬드라떼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자 귀여운 캐릭터 그림이 있는 쿠폰을 찍어주셨다. 이 캐릭터는 누구냐고 묻는 나에게 직원분이 답해주었다.

저희 카페는 뉴욕 브루클린 덤보 지역을 모티프로 삼았어요. 덤보 지역의 분위기나 예술을 공간에 담아 예술적 욕구와 영감을 자극하고자 하는 공간이에요. 쿠폰의 캐릭터는 뉴욕 덤보 지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에요.



그러고 보니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와 성수동은 참 많이 닮았다.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는 만들 때부터 이미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이토록 분명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으니. 



주문을 하고 작품이 올려진 테이블 오른편 지하로 내려가는 길, 직원분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던 브루클린 브릿지의 펜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저 펜스 안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이 공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네가 한 번 더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그러게, 상징성이란 거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우리가 참 좋다.

이번 전시인 송엘리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고 있으니 파니니와 커피를 가져다주셨다. 파니니의 맛있는 향이 식욕을 자극했다. 원두 자체에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해 아메리카노 맛도 좋았고, 아몬드라떼 또한 많이 달지 않아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남은 작품을 마저 구경했다. 공간 속에 작품이 잘 녹아들어 편안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는 길, 따뜻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벽면에 걸려있었고 도착한 2층에서는 전시된 작품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생각나게 해주었다. 그 속에 홀로 앉아 있는 여자는 자신만의 공간처럼 참 잘 어울렸다. 여자의 공간과 시간을 침범하고 싶지 않아 이내 너를 데리고 내려왔다. 



다시 지하로 내려와 나는 글을 쓰고 너는 책을 읽었다. 덤보는 낡았지만 새로웠고, 수다쟁이처럼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덤보가 들려준 이야기는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유난스럽지 않게 날 이곳으로 데려와준, 덤보와 닮은 너는, 늘 나에게 영감이다. 펜스를 보며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함께 전시를 볼 수 있고, 글을 쓰는 내 옆에서 책을 읽는 너와의 시간이 소중했다. 



첫 번째 성수동 공간,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섞여들어 넘나드는 성수동을 닮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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