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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석 Feb 17. 2017

행동하는 힘, 포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가렛 에드워즈, 2016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포스라는 힘이 가지고 있는 역할은 뚜렷하다. 포스를 쓸 수 있는 인물은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은 선택받은 자다. 라이트 세이버를 현란하게 휘두르며 포스를 사용하는 제다이 기사는 선택받은 우주의 수호자다. 제국이 지배하는 우주를 루크 스카이워커라는 영웅이 무찌르는 이야기인 오리지널 시리즈. 비극의 영웅, 다스베이더의 이야기 프리퀄 시리즈. 그리고 다시 일어난 제국의 위협 속에 레이라는 소녀가 포스의 힘을 일깨우며 새로운 영웅으로 나서는 에피소드 7:깨어난 포스. 이렇듯 스타워즈 시리즈는 ‘선택받은 영웅’들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들의 '포스’는 제다이 기사들에게 능력을 주는 동시에 그들의 '영웅성'을 증명하는 힘으로서 기능해왔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또한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로그원에서 제다이 기사들의 상징적인 힘 ‘포스’는 거의 볼 수 없다. 다스베이더가 포스를 사용하는 모습은 볼 수 있지만 이는 제다이가 모두 사라진 시대에 다스베이더라는 존재가 저항군들에게 가지는 공포의 무게감을 보이기 위해 사용될 뿐이다.(그가 등장하는 장면은 픽션의 세계관에서 실질적인 공포를 느낄 수 있을 만큼 효과적이다.) 치루트(견자단)는 주문을 외우듯 ‘포스는 나와 함께 있다, 나와 하나다’를 읊조리고,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서로에게 ‘may the force be with you'(포스가 너와 함께하길)라고 얘기하지만 로그원의 주인공들에게 세상을 구할 신비한 힘은 없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초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흐릿하지만 결국은 희망을 옮기고 세상을 바꾼 다소 평범한 포스(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로그원의 대원들은 그들의 특별한 존재 때문에 그 상황에 처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이유로 그곳에 모였고 스스로 행동하기를 선택한다. 이곳에 그들을 이끌어줄 지혜로운 존재나 신비한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이전까지의 삶과 경험에게 지금 이 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냐고 묻는 상황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치명적인 실패 가능성을 안고 출발했던 작전은 수많은 위기를 마주한다. 그 위기 속에서 인물들은 자기 자신의 몰락으로 조금씩 더 다가간다. 하지만 그들은 나아간다. 치루트가 눈을 감고 주문을 읊조리며 날아오는 총알 사이로 나아갈 때, 보디(리즈 아메드)가 전파 장치를 파괴하라는 전갈을 전달할 때, 그리고 진 어소(펠리시티 존스)가 마침내 저항군들에게 데스스타의 설계도를 전달할 때, 이것들은 결코 즉각적인 승리가 아니다. 이것은 작은 승리이다. 어쩌면 새로운 희망을 가져올지 그들은 결코 알 수 없을 작은 발자국이다. 로그원의 대원들이 스스로의 필연적인 파멸을 잊다시피 하며 발을 내딛을 때 스타워즈 세계관에서 포스의 의미는 달라진다.      

스타워즈라는 프랜차이즈는 언제까지나 루크라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영웅의 이야기로, 데스스타를 파괴하는 그의 큰 승리로 기억될지 모른다. 하지만 로그원은 이 큰 승리의 시발점으로서 상대적으로 특별하지 못한 이들의 ‘작은 승리’를 제시한다. 희망이 없는 시대에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서 결국 행동하는 것. 그들의 행동을 이끌었던 ‘포스’는 행동할 수 있다는 믿음의 힘이다.       


데스스타가 행성을 공격하고 어디로도 도망갈 곳이 없을 때, 진 어소의 눈은 공교롭게도 폭발이 날아오는 쪽을 향하고 있다. 자신의 최후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엔 결코 후회나 슬픈 감정 따위 찾아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한 자만의 표정이 있을 뿐이다. 특별한 힘을 가진 영웅들의 이야기가 주목받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자신을 구원해줄 초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역사 속에서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간 것은 신비로운 힘을 가진 개인이 아닌 행동하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작은 승리들이었다.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로그원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에서의 세상을 구하는 힘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그리고 포스는 더 이상 영웅들이 영유하는 단순한 힘이 아니게 되었다. 진 어소의 눈이 아름답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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