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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인류에게 준 깨우침

[20.5.20. 사이언스프리즘 세계일보/내 글] 

공장 멈춰 서자 대기 깨끗해져

여행 줄면서 탄소 발생도 감소

인류의 환경 파괴 참상 드러나

코로나가 끝나도 잊지 말아야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준 새삼스러운 깨우침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우리가 지구의 생태계를 얼마나 괴롭혀왔는가 하는 자각이다. 현지 주민들이 SNS에 올린 내용에 의하면 30여년 만에 인도의 서북부 국경에 있는 펀자브주 잘란다르시에서 300㎞ 가까이 떨어져 있는 다우라다르산맥을 볼 수 있었고, 이러한 변화는 인근 공장들이 코로나19로 조업을 멈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동기에 비해 펀자브주 지역 공기질이 57% 개선되었다고 한다. 필자도 어제 학교 뒷산을 올라보니 북한산, 잠실 롯데타워, 용산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구름은 좀 끼었지만, 워낙 공기가 맑았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툰베리라는 소녀가 등교를 거부하고 왜 어른들은 우리 세대의 미래를 다 빼앗았느냐, 기후변화가 망가뜨린 일상과 미래를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느냐며 지적했던 일이 바로 얼마 전이다. 그렇지만 강대국들은 인류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런 의제설정도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기후변화와 그 책임을 부인하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무척 안타깝다.



둘째는 우리가 서로 얼마나 연결되어 있었던가, 그리고 그러한 연결이 꼭 필요한 것이었는가 하는 자각이다. 항공료가 저렴해지면서, 대륙을 건너 여행하는 일이 웬만한 가구 들이는 일보다 쉬워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SNS에는 세계 명소를 직접 방문해서 인증샷을 찍는 게 유행이었다. 한 사람이 현지를 방문했을 때 남기는 탄소발자국은 그가 얻는 견문보다 진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입하는 플라스틱 여행가방도, 비상식량으로 넣어가는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즉석식품도, 꼭 필요하진 않지만 선물주고 싶어 구입한 면세상품도, 그리고 그들을 실어나르며 항공유를 태우는 제트엔진 비행기도 우리에게는 신용카드 청구서보다 훨씬 더 깊은 상처를 남겨왔던 것이다. 인간의 호흡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항공기 배출 질소 산화물(NOx)은 1990년 이래 두 배로 늘었고 2035년까지 43%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매년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은 최소 800만t으로, 1분마다 바다에 트럭 한 대 분량의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우리는 또다시 잊을 것이다. 그리고는, 예의 그 대량소비시대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기억할 것이다. 인간의 방문이 줄어들어 모처럼 기지개를 켰던 야생동물들도 황급히 우리로부터 피신할 것이다. 남극과 북극의 얼음은 급속도로 녹을 것이고 매년 지역을 바꿔가며 강타하는 40도 이상의 더위와 예고없는 폭설, 산불, 허리케인이 인간과 동식물의 삶을 위협해 나갈 것이다. 더 심각한 뉴스는 바이러스가 우리의 약점을 찾아 스스로를 변신하면서 점점 더 위력의 강도와 양상을 달리하며 괴롭힐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지구를 이렇게 만든 대량소비사회 문화와 그런 문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수십년간 매연을 내뿜었던 공장들과 거기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했던 사람들, 그리고 이런 소비문화를 찬양해왔던 상업주의 언론은 모두 애써 무심한 척할 것이다. 당장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물인터넷 등장으로 전자기기 대부분이 서로 연결되고, 그러한 기기를 이용하는 인간도 초연결네트워크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시대에는 인간이 시공간의 제약을 훨씬 더 빠르게 극복하면서 서로를 더 촘촘하게 끌어당기게 될 것이다. 물리적 공간과 가상공간 양쪽의 연결이 불가피하다면, 전자에서는 기후변화 영향을 최소화하고 후자에서는 대면접촉이 아니라서 놓치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코로나19와 함께 인류가 변화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우리에게 더 강한 신호를 보내 변화를 강요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교과서의 내용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이 당장 사회에 나가서 어떤 기능과 기술을 가져야 살아남을 것인가를 강조하는 만큼, 후세를 위해 지구와 환경에 어떤 책임을 다해야 하는지도 강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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