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술과 소통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22.4.12 전자신문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1)/내 글]

스마트폰 문명 시대에 우리는 스스로 독립성을 유지하며 살기가 참으로 어렵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뉴스를 검색하는 순간 이미 내 성향을 간파한 AI는 내가 클릭할 만한 뉴스를 앞쪽에 배열한다. '나도 (내 관점도) 틀릴 수 있다'는 겸손과 그에 바탕한 이질성의 선택보다는 '내 기존 성향을 강화할' 정도의 당의(糖衣)가 입혀진 정보를 클릭할 수밖에 없다. 이 그물망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은 로그아웃한 상태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한 불편함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습관적으로 손 위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우리를 길들이는 방식에 순응하는 삶을 살기 마련이다.



하루의 첫 순간부터 시작되는 이러한 종속성은 결국 분노와 격앙이라는 감정의 변화로 이어지거나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달콤함에 빠져들기를 반복하는 나를 발견하게 한다. 요즘은 하루하루의 어느 순간에도 차분함, 숙고, 냉정함, 고요와 정적 같은 것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 가지를 곰곰이 생각하려다가도 스마트폰을 쳐다볼 때 순간적으로 엄습해 오는 다른 욕구를 채우기 위한 욕망의 배를 서둘러서 출항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뉴스를 읽다 보니 떠오른, 어제 깜빡하고 잠이 들어서 미처 하지 못한 쇼핑을 빨리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세계에서의 쇼핑은 내 취향을 어쩌면 나보다 더 잘 아는 온라인 쇼핑몰의 달콤한 초대에서부터 출발한다. 내 구매 이력 및 나와 비슷한 사람의 구매 이력뿐만 아니라 내가 구입했던 물건들(장바구니)의 특성을 종합 분석해서 나온 소비자 분류, AI가 추론한 내 직업이나 거주지와 겹치는 사람들의 취향 등 많은 정보가 결국은 오직 내 눈앞에 펼쳐질 추천 상품 목록이라는 이름의 버라이어티 쇼를 위한 숨은 엔진으로써 기능한다. 엄밀하게 말해 데이터 그 자체보다는 데이터라는 원유(原油) 추출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이라는 논리체계가 우리의 욕망 충족에 간섭하고 나선다.


한참을 스마트폰에 빠져 있던 우리는 눈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나서야 바깥 세상에 나가보려 한다. 그런데 집을 나선 지 불과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주변 상황에 무감해지는 '스몸비', 즉 스마트폰 좀비로의 변신을 경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내가 이러면 안 되는데' 하다가도 곧 그러한 자각조차 작동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스마트폰 응시로 인한 주의력 결핍은 전체 보행 가운데 교통사고 원인의 무려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늘 첫 회를 맞는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은 무조건적인 기술에 대한 찬미보다는 기술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일상과 사회에 대한 조심스러운 점검을 시도하고자 한다. 특히 AI스피커, 커피숍의 바리스타 로봇, 햄버거 체인점의 키오스크, 뷔페 식당의 그릇 수거 로봇, 스마트폰의 '시리'나 '빅스비'와 소통하고 협업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공존 시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제 기술은 피하거나 찬미하기만 해서는 그것을 결코 제대로 바라볼 수 없는 다면성을 띠고 있다. 우리는 기술을 만들고 소모하고, 기술과 협업하며 우리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강화시켜 나간다. 이런 시대에 전자신문 독자들과 함께 기술과 소통하는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는 건 꼭 필요한 일인 것 같다.


<필자 소개>


김장현 교수는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에서 인간과 AI의 소통을 연구하고 있으며, 데이터가 보여 주는 다양한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데이터사이언스사회분석'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사회적 이슈의 갈라파고스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