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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전문직도 인공지능과 경쟁토록 해야

[22.4.26. 전자신문 김장현의 테크와 사람(2)/내 글]

요즘 검찰 수사권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하는지, 해외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논쟁과 팩트 체크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행사라는 것도 결국 사건 관련 당사자나 그들의 행위에 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그것에 대해 기소 여부와 내용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미 개인이나 기관의 투자 활동에도 인공지능(AI)이 조언하고, 심지어 AI가 주인의 개별 명령없이 자동으로 자산을 매매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AI가 국내외 시장과 기업 동향 관련 자료를 자동으로 분석해서 실시간 대응하고, 시장의 가격 변동 추세에 숨어 있는 패턴을 찾아내 예측과 투자에 활용한다. 그런데 수사, 기소, 판결이라는 대국민 서비스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투명하게 첨단 기술의 도움을 얻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얼마나 진행돼 왔을까. 그러한 권한이 담당 공무원의 개인적 판단과 재량이라는 인적 요인에 의해 사유화돼 왔다는 비판에 이제 답할 때가 온 것이다.



필자는 범죄 사실과 증거 분석, 관련 법조문 검색이나 중요 정보 추출, 이전 유사 사건 분석, 최적 형량 추정치 보고 등은 자연어처리, 비전, 지능형 데이터베이스, 설명 가능한 AI 기술 등을 통해 상당 부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도출된 AI 의사결정 제안이 담당 공무원의 자체 판단과 비교되고 경합해야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의사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 시스템이나 의사결정 지원시스템이 활발하게 활용돼 온 것은 수년 전부터가 아니라 수십년 전부터다. 그런데 왜 법률·사법 서비스 영역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 사법 서비스 영역이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동시에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느냐보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요인이 많은, 낙후된 영역임을 잘 보여 주는 것은 아닐까.



사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법 서비스 영역에서도 정보기술 도입은 오래 전부터 논의돼 왔다. 우리나라 법원에서도 이용자가 비용을 지불하면 실명을 삭제한 상태의 판결문을 온라인으로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검사·검찰공무원·대학교수나 사전에 법원도서관장 허락을 받은 사람 등은 판결문 방문열람제도를 활용해 원문을 열람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민원인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할 만큼의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하고, 또 정보를 조합하고 활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신있게 답하기 어렵다.



법 관련 서비스에 정보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리걸테크'(legal tech)라고 한다. 그런데 국회가 제정한 법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 정도만이 활성화돼 있을 뿐 일반인이 자신을 변호하기에 가장 적합한 변호사를 찾거나 변호사 서비스의 질과 비용을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변협은 작년 5월에 수립한 '변호사 윤리장전'에 변호사들이 변호사나 법률사무를 소개하는 앱을 활용하는 영업에 참여하거나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긴 변호사는 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보주권 보호나 법률 서비스의 자본예속 방지를 위한 노력을 인정하더라도 거실 침대에 누워 AI 스피커만 호출하는 것으로도 많은 일을 하는 시대에 법조 관련 서비스만 왜 이렇게 난해하고 접근이 어려운지 한 번쯤 되돌아볼 때가 된 것은 아닐까. 판사, 검사, 경찰, 변호사들의 과감한 리걸테크 도입으로 스스로 과중한 업무에서 벗어나고 법률 소비자가 활짝 웃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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