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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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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따비 Jun 03. 2023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정면으로 맞서기

일의 원칙 #1

일하는 원칙 첫번째 깨달음.

풀기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절대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라.

변죽을 두드리지 마라. 생각보다 많은 것이 빠르게 해결된다.






조직 운영 관련해 꽤 오랜 기간 마음에 품고 있던 고민이 있었다. 임팩트가 크지만 여러 이슈가 얽혀있고 대안이 뚜렷하지 않으며, 문제제기 했을 때 나와 우호적인 동료와의 관계 또한 흔들릴 확률이 높은 이슈였다. 심지어 그 사람은 조직에 어느정도 기여도 하고 있었다. 섣불리 헤집어놓았다가 이후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 나는 그 문제를 방관하면서 사실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길 바라며 외면해왔던 것 같다.


그리고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별 것 아니라며 스스로 합리화 했던 그 문제는 크기와 영향력을 점점 확장해갔다. 조직 곳곳에 사소하면서도 때로는 심각한 사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저마다 유형은 조금씩은 다르지만 사실 이면의 원인은 한 곳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을 흘려보낸 만큼 문제는 조직 내에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면서 더욱 풀기 어렵게 두터워져 있었다.


그럼에도 위의 이유들(문제의 복잡성, 대안의 부재, 관계에 대한 위협, 당장의 긍정적인 기여를 상실할 위험성 등) 때문에 1, 2주를 다시 망설였다. 문제를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여전히 머릿속 고민과 불평만 되풀이되었기에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달아나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더이상 지체할 수 없겠다고 판단할 때가 왔다.


하루 일과를 모두 끝내고 조용한 구석에 노트북을 들고 자리잡았다. 빈 페이지를 켰다.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방향성을 이미 숱하게 그려본 후였고, 이제는 정말 움직여야 할 때였다. 머릿속 추상적인 구상안을 바탕으로 페이지에 구체적인 대안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그렇게 몇 개월을 버텨왔던 것이 조금 무색하게도) 한두 시간만에 페이지가 채워졌다. 100% 완벽한 안은 아니었지만 만족감은 매우 컸다. 긴 시간 골머리를 앓던 문제를 정조준하여 뿌리 뽑는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속시원했다. 몇 가지 우려되는 점들도 이 새로운 안의 커다란 임팩트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었다.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개 너무 어렵고 고통스럽기 때문에 우리의 본성은 어떻게든 피할 방법을 찾는다. 문제의 중요성을 평가절하 하거나, 주변의 사소한 것들만 바꿔보거나, 아예 외면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여행, 쇼핑, 과식 등으로 해소하거나 보상 받으려는 심리도 비슷하다. (나도 그랬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것을 인상깊게 봤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스트레스를 주는 원인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생각보다 그 효과가 굉장하다고 느꼈다. 더군다나 무언가 성장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경험을 귀중하게 기억하면서 나의 일하는 원칙으로 삼았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금보다 용기를 낼 확률이 높다.


이제는 구상한 안을 들고 행동하면 된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또다른 용기가 필요하다. 복잡했던 이슈이기에 그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 같다. 그런데 기대되는 점이 있다. 덕분에 '두번째 일하는 원칙'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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