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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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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따비 Jun 08. 2023

신뢰하는 사람과는 많은 것을 공유하기

일의 원칙 #2

일하는 원칙 두번째 깨달음.

당신이 신뢰하는 사람에게는 많은 것을 공유할수록 좋다.

깊은 고민도, 또는 혼자 안고가려고 했던 감정도.

곧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조직의 중대한 문제 앞에서 리더인 나는 어떻게든 과감하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진행해 이 상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책임에 놓여있었다. 내 결정에 따라 누군가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조직을 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게 나의 역할이었다. 그 과정을 겪는 동안 의외의 깨달음 하나를 얻었다.


의사결정 자체의 난이도도 높았지만, 더 어려웠던 건 이슈의 성격 때문에 나의 새로운 계획을 함께 일하는 핵심 동료들과 논의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회사 내부의 보안상의 이유로 혹은 그들에게 이 이상의 불안과 혼란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 우선 내가 방안을 최대한 정리해본 후 공유할 계획이었다. 그래서인지 무척 힘들었다. 내가 방향을 잘 잡고 있는 걸까에 대한 불안과 함께, 고민의 깊이만큼 부정적인 에너지가 바깥으로 전혀 해소되지 못하고 온전히 내 안에서만 맴돌았기 때문에, 벼랑 끝에 선 외로움까지 덮쳤던 것 같다. 나의 강한 책임감이 무색하게도 모든 걸 놓고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느 정도 안이 정리된 후, 내가 신뢰하고 있는 몇 명에게 우선 공유해보기로 했다. 이제는 그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봐야 하는 때였다. 사실 나의 새로운 계획을 공유하기 직전, 그들에게 첫마디를 꺼내기 직전까지도 조금 떨렸다. 계획의 방향성이 옳다라는 확신은 있었지만, 다소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기에 아무리 역량과 태도가 뛰어난 이들일지라도 반응이 단순하지만은 않으리라 예상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싶어졌을 만큼 결과가 좋았다.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도 했지만, 이 계획에 담긴 나의 고민들과 그 과정에서 겪었던 감정적 힘들까지도 비로소 '누군가와 함께 하게 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경험을 허심탄회하게 전했을 때 그들 또한 이 이슈에 대해 그들이 품고 있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주었다. 그들과 나는 동료 대 동료로서 어려운 상황을 함께 보내며 각자의 고민과 감정을 진심으로 나누고 교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감격스럽게도 그들은 나의 새로운 계획을 응원하며 나에게 더 많은 신뢰를 보여주었다. 새삼 이렇게 얘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동료들이 몇이라도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감격스러웠다.


그 대화를 통해 느낀 감정은 마치 카타르시스 같았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시간 내내 나를 압박했던 것들로부터 한순간 해방된 듯한. 그래, '해방'이라는 단어가 적절하겠다.


이전까지는 조금 두려웠던 것 같다. 대안이 불확실한 고민을 공유하여 내가 이끌고 도와야 하는 이들에게 큰 짐을 주고 싶지 않았고(그들은 이미 그들 나름의 업무적 압박을 받고 있었으므로), 결국 내가 직접 정리해야 할 문제이니 다같이 고민을 얼싸안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들이 그런 상황에 놓이게 하는 게 두려웠고, 어쩜 리더로서 무능력해 보일 거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참 오랜만에 긍정적이고 든든한 감정을 느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위를 막론하고 동료로서 신뢰하고 있는 사람과 문제를 공유하고 서로의 고민을 듣고 보듬고, 나아가 앞으로 새롭게 시도하며 기대하는 것들에 대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 그 힘은 참 위대하다. 이런 게 없다면 회사에서 도전적인 일을 하는 동안 버틸 수 있을까. 적어도 퇴사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피할 수 없었던 지금의 나에게 무척 필요했던 일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는 신뢰하는 동료들과 좀더 많은 것들을 쉽게 공유하며 가야겠다는 마음, 나에게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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