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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반컬티스트 May 12. 2019

01 알듯 말듯한 힙플레이스 의미

지역만의 독특한 매력과 개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prologue | 지난해 처음 알게 된 표현이 있다. '이부망천'. 2018년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이 인천을 비하한 표현이다. '이혼하면 부천 살고, 망하면 인천 산다'는 뜻이란다. 이 표현을 두고 굉장히 시끄러웠다. 정 의원 발언에 대해 집단 소송을 준비한 인천 시민들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인(IN) 서울 못하는 사람들이 인천에 자리 잡아 사는 게 맞는 말'이라며 무기력한 패배감을 보여준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지방 간의 격차는 인천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유독 인천은 수원·고양·안산 등의 수도권 지역보다 도시 가치가 절하된 측면이 있다. 특히, 인천에 거주하는 청장년층은 인천을 빠져나가 서울에서 문화소비생활을 하길 원하고, 또 그렇게 한다. 그래서 이번 글을 시작하게 됐다. 최근 인천도 서울 못지않게 힙플레이스가 생겨나고 있음을 기록하고 알리려고. 



인천의 힙플레이스를 소개하기에 앞서 '힙플레이스'가 뭔지를 알아야겠다. 최근 2-3년 동안 매스컴에서 '힙스터', '힙플레이스', '힙하다' 등 '힙(hip)'의 형용사를 붙이는 단어 사용이 증가했다. 여기저기서 많이 사용하는데, 정확히 무슨 뜻일까. 아래 사진에서 힙스터는 패셔너블한 사람을 뜻하나? 그럼 힙플레이스는 패션피플이 많은 곳?  


결론부터 말하면, 힙스터는 패션피플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힙스터가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 그렇다.



힙(hip)과 힙스터(hipster)의 유래

힙의 유래는 1940년대 미국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재즈 씬에서 사용된 슬랭 중 하나가 '헵'이었는데 '쿨하다, 멋지다'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후 hip뒤에 '-ster'가 붙으면서, 흑인 재즈 뮤지션을 추종하던 백인 중산층과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됐다. 당시 힙스터들은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떠돌던 흑인 재즈 덕후(?)였던 것.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힙스터의 뜻이 바뀐다. 원래 단어의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대에 따라 변하니까. 1960년대부터 힙스터는 하위문화(counter culture) 중심의 소비코드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지칭하게 됐다. 즉, 대량생산·대중문화 등의 주류 문화에 대항한 것이다. 이때의 힙스터는 자신만의 독립적인 사고방식과 자신만의 삶의 기준이 명확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나온 힙스터의 라이프스타일이 친환경적인 제품을 선호하고, 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보다 사람이 만든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었다. 

이때 성장한 기업이 '벤 앤 제리'이다. 1960-70년대 유행했던 대항문화코드(환경과 사회문제를 생각한다는)를 활용해 사업 시작 10년 만에 미국 2대 아이스크림 브랜드로 급성장


힙스터의 단어 의미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에 또 변화해, 브루클린과 포틀랜드에 거주하면서 보헤미안 전통에 기반해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게 됐다. 최근에 들어서는 '힙스터'라는 단어가 마케팅을 위한 단어로 사용되고 소비되면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게 된 측면이 있다. 과거 '힙'이라는 표현이 힙스터들의 생활양식 자체를 일컬었다면, 지금은 표층적인 부분만을 '힙'이라고 표현한달까. 조금 특이한 선글라스를 낀 강호동이 힙스터가 된 것처럼. 


그럼에도, 시대가 변함에도 '힙'이라는 단어에는 변하지 않는 코드가 있다. 


바로 '대항문화(counter culture)'이다. 주류 문화에 편승하지 않고, 남과 다른 '나만의 것'을 추구하려는 성향이다. 그래서 힙스터는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세터'로 불리기도 한다. 늘 새로운 것을 만드니까.



힙플레이스 : Hip + place

힙플레이스는 힙과 플레이스가 결합된 용어다. '힙'이라는 형용사에 장소가 붙었다. 힙플레이스 외에도 '힙한 동네', '힙타운', '힙한 도시', 영어로는 'Hipster Neighbourhoods'로 불리기도 한다. 공간적 범위가 도시인지, 지역인지, 동네인지에 따라 다르게 불릴 뿐이다. 국내에서는 '힙플레이스'를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최근 힙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성수동, 사진=seouland


그럼 힙플레이스는 무슨 뜻일까? 힙과 힙스터의 뜻을 고려하면 2가지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힙'의 형용사를 남과 다른 '개성 있는'으로 이해하면, 힙플레이스는 개성 있는 장소/지역이 될 것이다. 다른 지역과 다른,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거리과 공간들이 있는 곳이다. 둘째, 힙플레이스를 '힙스터들이 좋아할 만한 지역'으로 본다면,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역이라 하겠다. 그들이 좋아하는 독립 상점, 수제 맥주 가게, 유기농 음식점 등이 많은 곳이다. 


성수동에 위치한 카페 어니언, 사진=중앙일보(유지연, 2016.11.16일 자 기사)


위에서 힙플레이스의 의미를 2가지로 나눴지만, 결국은 하나로 수렴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 상점들이 많아야 개성 있는 지역이 되고, 그런 곳을 힙스터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가 많은 지역을 개성 있는 지역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즉, 힙플레이스는 '다양한 독립 상점이 많은 개성 있는 지역'이다.





참고문헌

김영준, 2017, 『골목의 전쟁-소비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스마트북스

모종린, 2017, 『골목길 자본론』, 다산

문희언, 2017, 『후 이즈 힙스터?』, 여름의 숲

사쿠마 유미코(문희언 역), 2016, 『힙한 생활혁명』, haru

야마자키 미츠히로(손예리 역), 2017,『포틀랜드, 내 삶을 바꾸는 도시혁명』, 어젠다

BRIDGE LAB(박수현 역), 2014,『트루 포틀랜드』, 터닝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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