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엉 Apr 01. 2022

N에 대한 단상

1. 올해 드디어 nn 연차로 접어들었다. 수고했다 나 자신. 천둥벌거숭이 같은 시절도 고뇌하던 시절도, 앞날을 모른 채 모두 던져버렸던 시절도 아름다워 보인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마음이 너무 약하다. 이성이 더 앞서나가면 좋을 텐데 아직 감성을 포기 못한 모양이다.



2. 수치로 따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nn 연차라면 책임이 필요하다. 나 자신에 대한 책임과 주변에 대한 책임,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대표로서의 책임이기도 하다. 누가 가라고 말한 길도 아니고 우연처럼 떠밀려 온 길도 아니다. 그러니까, 죽을 만큼 열심히 해 보고 나서 울어야 한다. 



3. 예나 지금이나 영화의, 다큐멘터리의 글귀 하나가 나를 감동시킨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친구가 영화여서 참 좋았다. 하늘을 보면 무어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이 세상 아래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함을 느끼는 찰나의 시간. 



4. 아직도 인간관계는 어렵다. 미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가까이 다가갔다가 머쓱해지는 순간이 있다. 어떨 때는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기도 한다. 상대방이 나빠서도, 내가 나빠서도 아니다. 내가 추구하는 인간관계가 무엇인지 정리 내리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5. 하지만 인간관계는 돈이 된다. 돈의 흐름을 타려면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 덩그러니 떨어져서, 많은 돈을 바라기는 어려운 법이다. 간혹 성공한 아웃사이더들이 자발적으로 지갑을 꺼내나, 그들은 아주 소수다. 아주 소수의 행운에 인생을 걸기에는 더 이상 젊지 않다. 무던하게-아주 어려우나 전반적으로 행복한-상태를 추구하고 싶다.



6. 어머니와 아버지는 열심히 살았다. 감정을 제외하고, 아무리 돌이켜 보아도 그들은 열심히 살았다. 나를 할퀴고 간 것을 뒤로하고서도 어쨌든 열심히 살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내가 몹시 나이가 들어도, 둘을 떠올릴 때 그렇게 말할 것 같다. "어쨌든 열심히 살았지."



7. 나에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거울을 보면 온전한 내가 보인다. 남은 것이라는 건 도대체 어느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걸까. 스스로를 남처럼 느끼는 버릇은 언제쯤 고치게 될까. 자리를 잡지 못해 그런가 싶다가도 내가 거부했던 것임을 다시 깨닫는다. 평양 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라지. 하지만 해 보고 싶다. 평양 감사. 

매거진의 이전글 며칠이면 아홉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