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히 그립다. 보고 싶어서인지 알 수 없다. 너와 인연을 이어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립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아른거릴 때마다 잘못을 생각한다. 소리침을 떠올린다.
내가 그리울까? 의미 없는 물음이다. 마음 한가운데 시절이 있었으면 한다. 가슴 한 켠이 쿡쿡 쑤시도록 그리워했으면 한다. 잘 살라는 거짓말보다 이기적이다.
우리는 즐거이 지내었을까? 너는 흐릿하다. 밝게 웃었던가, 그 웃음이 비릿했던가. 모래사장 위에 그려졌던 이름처럼 인연이 짧았다. 보고 싶은 마음이 의문일 만큼 나눈 것이 없다.
말은 조각에 불과하다. 방해가 될 뿐인 사소한 얼음 조각. 배는 거칠게 회전하려 한다. 빙하 위로 피가 뚝뚝 떨어진다. 아무도 개의치 않는다. 잊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