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통화에서 잘 지내냐 묻는다면 늘 잘 지낸다고 대답한다. 밥 먹었어? 밥 먹었어. 지금 졸리니? 지금 졸려. 이처럼 복잡한 대답이 있을까. 가장 의미 있는 대답이 고작 물음을 반복하는 것이다. 비극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 지금 내가 그렇다.
바뀌지 않는 불만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나의 청춘은 지친 채로 남아있다. 분노하는 대신 커피에 샷을 추가하며 정신을 달랜다.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있다. 피부를 푸석거리게 하니까. 감정조차도 인과에 불과하다. 이게 사는 걸까 질문한다. 답은 살아 있다. 움실거리는 뱃살과 손에 들린 일감이 증거다.
오늘 많이 힘들었어. 무슨 일이긴. 매일 같은 이유지. 아, 바뀌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아. 어차피 해결하기 힘든 문제 아니겠어? 잘 지내라고? 그래 잘 지내야지.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