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성과 감성 사이
수 많은 피사체 중에서 왜 하필이면 꽃을 담고 있을까요? 그건 아마도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 왜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유일 것 같습니다. 꽃을 보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어렵고, 뷰 파인더에는 작은 눈이 살포시 다가가고, 보드라운 손으로 단단한 카메라를 잡고, 이윽고 셔터에 검지 손가락이 꾸욱하고 소리를 내며 눌러집니다.
꽃은 사람처럼 표정을 짓지 않지만, 카메라로 바라본 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표정을 보여줍니다. 그건 바로 여러분이 꽃을 바라보면서 생각한 마음이 반영되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꽃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 그리고 꽃을 향한 두근거리는 발걸음.
올페의 감성 꽃 사진은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담아서 꽃을 찍을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너무나 마음에 드는 꽃인데 나의 생각과 마음대로 담기지 않는다면 저의 글을 통해서 조금 더 원하는 사진을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에게 촬영에 대한 모티베이션을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남의 사진과 노하우를 읽는다고 그간 찍히지 않던 사진이 마법처럼 찍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글과 사진을 통해서 좀 더 한걸음 나아가고 싶다는 마음 가짐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순간 모든 것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꽃 사진에 대한 강좌글을 써온지는 거의 10년이 되가는 것 같습니다. 그간 SLR 클럽과 블로그에서 진행해왔고 2012년에는 '올페의 감성 꽃 사진'이라는 책을 내기도 하였습니다. 금번 브런치 연재는 기본적으로 책의 흐름을 기본으로 두되, 최신 카메라, 렌즈, 고화질 샘플 그리고 좀 더 다양한 기법에 대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렇기에 모든 사진과 내용은 완전히 새로울 것입니다.
저의 글은 기본적으로 여러분 손에 미러리스나 DSLR과 같이 렌즈 교환형 카메라를 잡혀있다고 가정하고 있으며, 기초적인 노출과 초점에 대한 이해가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초보자에게는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흐름을 꾸준히 따라오시면서 모르는 것을 저에게 물어보신다면 아마도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꽃 사진을 촬영하고 싶으신가요? 다르게 질문드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은 지금껏 어떤 꽃 사진을 담아오고 있으셨나요? 사진의 장르가 여러개인 것처럼 꽃 사진의 장르도 몇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걸 2가지로 나누어보고 싶군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이성적인 꽃 사진입니다. 흔히들 생태 사진이나 도감사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도서관에 가서 커다란 백과사전을 펴면 나오는 바로 그러한 꽃 사진이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다큐멘터리나 증명사진 같은 것이 되겠지요.
이러한 이성적인 사진은 그 순간의 모습을 얼마나 리얼리티하게 나타내주느냐가 관건이며, 단순히 꽃 뿐만 아니라 주변 환경까지도 고려해주어야 합니다. 꽃이 살아가는 모습이나 꽃 그 자체를 제대로 표현해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래서 꽃의 형태, 생태 그리고 삶에 대해서 깊게 성찰하는 사람이 더 좋은 이성적인 꽃 사진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서 꽃을 꽃 그대로 표현해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촬영자의 마음과 창작 의도를 반영해서 촬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감성적인 꽃 사진이 바로 그것입니다. 꽃이 얼마나 꽃다운지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꽃의 새로운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가가 목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감성적인 꽃 사진은 화자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때문에 각종 기교와 상황에 따른 다양한 판단이 중요합니다. 마치 예술사진이나 패션화보를 찍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제가 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감성적인 사진들입니다. 때때로 여러분은 제 사진을 통해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그런 꽃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것이 정말 꽃인가하는 물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열고 접해주세요. 제약과 한계를 가지고 접근하는 순간 그건 정말 딱딱한 예술이 되어버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