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했다면 vs. 의도하지 않았다면
대기업 전략팀 그리고 CEO를 보좌하는 조직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이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물론 그렇게 고심했는데도 시장, 그리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요) 제가 DB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거나 또는 그룹 사업전략을 담당했다면 아래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처음 광고를 보고 '뭐지?'라는 생각을 하고 'WHY' 왜 그랬을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 걱정이나 해야 할 텐데 말이죠 ㅎㅎ) 생각의 출발점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최근 동부그룹이 DB그룹이란 이름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각 계열사들은 Corporate Brand (DB그룹)를 강보증 하는 형태로 각각의 이름을 변경하였고요. DB손해보험 / DB생명 / DB금융투자 등등
(홈페이지에 보면 동부대우전자는 사명 변경이 안 되어 있는데 이는 글 말미에 ‘추측컨대’의 의견을 써볼게요.)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지진희와 설현을 모델로 쓰고도 이런 촌스러운 광고와 좀 어처구니없는(죄송) 온. 오프라인 노출을 엄청나게 쏟아내고 있을까요?
이 광고가 처음 론칭되었을 때 SNS에 '촌스럽다.' '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 '이해하기 어렵다.' 'B급도 아닌 C급이다' '모하비 석상이 세 개냐?' '칼라 진짜 구리다.' '그러데이션은 뭐니? '라는 반응들이 많이 올라왔었습니다. 물론 저도 첫인상으로는 같은 느낌이었고 '에효~'하는 생각마저 들었고요.
하지만 그룹 (회사)의 일이란 본래 내부적으로 탄탄한 사업전략과 많은 의사결정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기에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고, 그런 접근 아래 사업 전략과 브랜드 전략의 연계점에서 제 생각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프로젝트하듯 많은 시간 투자와 자료조사를 통한 내용이 아닌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가볍고 편하게 봐주세요. 혹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의견 주시면 바로 본문에 표기해 드리겠습니다.)
처음 광고를 보고 '뭐지?'라는 생각을 하고 'WHY' 왜 그랬을까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제 걱정이나 해야 할 텐데 말이죠 ㅎㅎ)
생각의 출발점을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들어가 보았습니다.
동부화재가 DB손해보험으로의 (좀 촌스러운) 브랜드 리뉴얼을
대기업 전략팀 그리고 CEO를 보좌하는 조직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이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상당히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한 의사결정을 합니다. (물론 그렇게 고심했는데도 시장, 그리고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요)
제가 DB의 브랜드 전략을 담당하거나 또는 그룹 사업전략을 담당했다면 아래와 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습니다.
1. 우리가 사명을 바꾸는 이유가 자의에 의한 것인가 타의 (외부환경)에 의한 것인가?
2. 자의에 의한 것이라면 '꼭 바꾸는 것이 맞는가?' 타의에 의한 것이라면 '바꾸었을 때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가?'
- 동부그룹의 경우에는 ‘동부’ 상표권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PEF에 매각된 동부건설이 보유하고 있기에, 동부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려면 매년 동부건설을 사들인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에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이를 원치 않아 사명 변경 작업이 이루어짐. 그러므로 위의 단계에서 타의(외부환경)에 의해 사명을 '바꾸었을 때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3. 어쩔 수 없이 바꾸게 되었다. 그렇다면 바꾸었을 때 무엇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까?
- 주력 계열사는 어디이고 고객 접점이 가장 많은 계열사는 어디인가?
- 그렇다면 동부화재의 주 이용 고객 및 그들의 성향 및 니즈는 무엇일까?
- 사명을 변경했을 때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은 무엇일까?
- 그렇다면 어디에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인가?
--> 여기서 제 관점에서 질문의 답을 정리해 보자면
- 주력 계열사이자 가장 많은 고객 접점을 가진 동부화재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됨
- 동부화재의 주 이용 고객은 자동차 보험을 선택하는 30대 중반 ~ 60대 후반 고객일 가능성이 높음. 그리고 보험업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므로 기존에 한번 믿고 사용하던 보험사를 계속 이용하는 경우가 많음
- 그러므로 사명을 변경했을 때 가장 타격을 받을 것은 동부화재가 DB손해보험으로 사명만 바뀌었다는 것이 고객들에게 인지되지 못하는 것. 즉 '동부화재는 망했나? DB손해보험이 뭐야? '듣도 보도 못한 회사인데 불안하다.' 등의 심리로 재계약 시점에서 대규모 고객 이탈이 발생하는 리스크가 예상됨.
- 그렇다면 결국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동부화재가 DB손해보험으로 이름만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의 결론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유추) 됩니다.
브랜드 전략 관점에서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특히 사람, 돈, 시간 등의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에게 적합한 방법이기도 한) 인지도를 우선 빠르게 높이고 --> 우리를 제대로 알게 하는 이해도를 끌어올린다. --> 그리고 고객의 참여(Engagement)를 이끌어 낸다의 순서로 전략을 세워보았습니다
1. 일단 긍정이던 부정이던 인지도(Presence)를 높이자.
2. 그게 긍정이던 부정이던 (정이든 오이든)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보게 되고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고 있다면, 그다음 원래 우리가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꾸준히 전달하여 이해도(Understanding)을 높이자
3. 그리고 이해도(Understanding)가 충분히 올라왔으면 부정 연상이 있던 부분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 여기서 핵심은 1,2단계의 인지도 확산만 되면(동부화재에서 DB손해보험으로 이름도 디자인도 촌스럽게 바뀌었다 해도) 부정 연상은 딱 ‘바뀌었는데 촌스럽다’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동부그룹 사업전략단의 목표는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기존 브랜드 자산(아마 신뢰)을 유지하기 위해 '사명만 바뀌었다는 것만 최대한 빨리 알리면 된다.' '촌스럽다는 것은 신뢰도나 안정성을 중시하는 보험업에서는 고객 주요 구매요인 (Key Buying Factor)에서 상당히 후순위일 것이기에 이는 차차 이해시키면 된다.'의 전략을 세웠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 그렇다면!
DB손해보험 (동부화재)는 촌스럽다는 평을 들어 다소 부끄러울 수 있겠지만, 그들의 사업전략 측면에서는 어떻게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 제가 위에 언급한 많은 대중의 SNS의 정성적 반응만으로 평가는 어려우니, 아주 간단하게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ㅎ) 네이버 키워드 검색 수로 찾아보았습니다. (정량적 숫자 좋아하는 분들 --> 저 같은 사람 ㅡㅡ+ 을 위해서)
아직 이전 사명 키워드 검색에는 못 미치지만 11월 1일 사명 변경을 하여 딱 1개월 된 현시점에서, '동부화재' 다음인 '동부화재다이렉트자동차 보험'의 검색량과 유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아~ 촌스러운 애들, 얘네는 뭐야?' 하면서도 많이 궁금했구나 그리고 이를 실제 확인해보는 행위(활동)를 직접 했구나를 아주 아주 대략적으로나마 유추할 수 있겠습니다.
그만큼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사람들이 단기간에 사명 변경을 인지했음을 확인할 수도 있겠고요. ('뭐야~ 너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아니야!'라고 하신다면! 시간 들여 프로젝트한 내용은 아니니 태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ㅎㅎ)
제가 DB그룹(구 동부그룹)의 오너라면 이번 사명 변경 프로젝트를 지휘한 총괄과 팀에게 연말 회식비라도 크게 쏘겠습니다만.. 그건 회장님 마음이실 테니 ioi
다시 돌아가서! '의도했다면'으로 본다면, 브랜드 전략이 사업전략과 연계되어서 충분히 잘 실행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부정 이미지 (다행히 금융. 보험업에서는 고객 주요 구매 요인 (Key Buying Factor)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촌스러움 정도만 얻었으니)를 차치하고도 고객 이탈 방지 및 Retention에는 지금까지는 성공했다고 보입니다.
담당자분들, 촌스럽다는 평을 예상하고도 사업의 근간 및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뚝심 있게 론칭까지 하셨음에 큰 박수를!!
그렇다면~
아.. 무슨 이야기든 쓸 수가 없네요 ㅎㅎ
사업의 근간 및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부끄러움을 감수하고라도 진행한 것이 아니고. 그냥 진짜 이 디자인이 좋아서 아니면 '뭐 아무렴 어때'의 마음으로 우리 회사의 Brand Identity (브랜드 정체성 또는 브랜드 에센스)가 이런 CI 디자인과 브랜드 론칭 활동으로 진행된 거라면~
올해 로또 사셔야겠습니다 ㅎㅎ 신의 가호가 엄청 나시네요! 두 마리 토끼까지는 다 잡지 못했지만 사업 성과 (그게 매출이던 고객 인지도이던) 측면에서 정말 한 마리 토끼는 확실히 잡으셨습니다
축하드려요!
에필로그
'아참..' 서두에 왜 동부대우전자만 DB로 사명이 안 바뀌었는지의 추측을 말씀드린다고 했는데 추측컨대 2013년 동부그룹이 대우 일렉트로닉스를 인수 후 사명을 동부대우전자로 바뀌었는데 올해(2017년) 중반부터 동부대우전자의 매각이 공론화되었었습니다. 아마 곧 매각할 회사에 굳이 사명 변경 시 이루어지는 막대한 리소스를 들이지 않기 위해 다른 계열사와 달리 변경을 하고 있지 않을 거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처럼 브랜드 전략은 사업전략과 참 밀접하지요?)
주위에 몇 번 물어보면 사명 변경 작업이 외부 전문가를 통해 작업했는지 했다면 거기 어디인지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글을 쓰는데 바이어스가 낄 수 있을 거 같아 론칭 전 진행의 과정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순수하게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한 저의 생각과 분석이니 '브랜드 전략이 곧 사업전략이다.'라는 관점에서 '아~ 사업전략이 이렇게 브랜드 전략으로 풀릴 수 있구나.' '보이는 게 다가 아닐 수도 있구나'의 관점에서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브랜드 전략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존재하는 이유는 결국 영속하는 기업(회사, 사업)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니까요 :)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이 처음부터 ‘브랜딩’을 염두에 두고 시리 얼 박스를 만들어 팔았을까? 사용자 1억 명이 되었을 때 내놓을 ‘멋진 스토리’를 일부러 준비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대선 전당대회에서 시리얼을 팔겠다는 생각은 사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생존전략에서 자연스럽게 비롯된 것이다. 현재의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는 생존과 지속을 위해 하루하루 헤쳐나간 노력들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창업가에게 사업과 브랜드는 별개의 것이 아니며, 따로 접근해서도 안 된다. 사업전략은 곧 브랜딩의 과정이며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이 사업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창업가의 브랜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