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 밥을 먹던 중 갑자기, 어릴적 크리스마스 때면 산타할아버지가 와서 선물을 준다는 것을 너무나 진실되게 믿었던 나의 감정이 생각이났다.
산타할아버지는 선물을 머리맡에 두고가신다기에 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머리 주변 부터 살폈는데 선물이 없었다. 나는 거의 울 것 같은 마음이었지만 꾹 참으며 ‘내가 잠깐잠깐 친구를 미워했던 게 들켰나...? 착한 어린이만 받을 수 있다던데 올해는 틀렸나보다...’ 생각했었다. 엄마한테 가서 태연한척하며 “엄마~ 산타할아버지가 안 왔다가셨나봐~” 했는데 엄마가 당황한듯 내방으로 와서 머리맡이 아닌 다른 곳을 가리키며 “여기 있잖아 선물!! 산타할아버지 오셨네~~~!” 했다. ‘어, 왜 머리맡이 아니라 여기 있지?’하고 잠깐 의아했지만 일단 없는 줄 알았던 선물이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더 컸다. 선물이 뭘까 궁금하기보다 일단은 ‘휴, 친구 쪼끔 미워했던 거 안 들켰나보다,’ 하며 안도했었다.
그당시 엄마는 머리 근처에 선물을 두기가 애매했든지, 아니면 ‘머리맡’에 선물을 주실 거라는 말을 내가 그토록이나 토씨하나 안 틀리고 믿고 있었을지 생각하지 못해서 선물을 둘 장소까지는 섬세하게 고려하지 못했던 걸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그때는 그렇게나 온맘 다해 믿어졌을까? 나의 아이가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날이 오면 나는 설레고도 마음이 아릿할 것 같다. 어린 시절의 나와 재회하는 느낌, 그 어리고 여린 나를 어루만지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산타할아버지는 정말로 착한 어린이에게만 오신다.
나는 세상의 이치를 너무 알아버린 죄로 더 이상 착한 어린이이지 못하여 산타할아버지가 오지 않는다.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 찬,
너의 어린 시절 동안 마음껏 산타와 함께 뛰어놀기를.
산타 뿐만 아니라 루돌프, 유니콘, 빙봉이들과 함께 그 어떤 제약도 한계도 없는 행복의 나라를 훨훨 날아다니길.
2020.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