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작게 농사를 하는 아빠덕택에 부추김치에 오이소박이, 상추가 넘쳐나서 상추물김치를 담그셨다고 나보고 가지고 가라고 주말이 지난 월요일아침이면 늘 전화가 온다.
엄마의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나도 모르게 엄마를 닮아 가고 있었다.
결혼을 한 지 거의 10년이 넘었는데
5년 동안은 두 번의 출산과 육아를 나머지 5년은 워킹맘의 삶을 살아왔다.
올해 나는 마흔 기념으로 나에게 안식년을 선포했다. 내가 더 나은 중년으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나에게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뒤 낸 결론이었다. 올 한 해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에 나는 자몽청을 담그고 장아찌를 담그고 있었다.
핸드메이드 중독..
요새 나를 정의하는 단어가 이게 가장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시작은 상추장아찌와 양파장아찌였다.
아빠가 적양파를 텃밭에서 수확했다면서 한 움큼 주셨다. 이걸 어쩌지? 하다가 장아찌를 담갔고, 상추도 많이 주셨는데 남편이 아는 형한테 또 상추를 커다란 봉지에 받아왔다.
저걸 하나하나 따느라 고생한 수고로움을 알기에 맛있게 오래 두고 먹을 방법을 생각해서 장아찌를 담갔다. 고기랑 먹으니 꽤나 맛있었다.
나는 늘 깐 마늘만 샀는데, 그날은 유독 햇마늘이 사고 싶어 졌을까? 엄마에게 매번 힘들게 마늘을 왜 까고 있냐고 했는데 나도 엄마처럼 그 모습 그대로 마늘을 까고 있었다.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귀로 밀리의 서재 책을 듣거나 좋아하는 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들으면서 손을 움직이는 단순노동은 즐거움이었다.
저 날 마늘장아찌와 마늘종장아찌, 그리고 셀러리 장아찌를 담갔다.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반찬들 요 근래참 많이 하게 된다. 깻잎김치도 자의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타의였다.
역시나 이번에도 남편이 아는 형에게 커다란 봉지 한가득 깻잎을 또 받아왔다. 늘 귀한 것들을 나눠주시는 고마운 마음과 그걸 또 하나하나 따셨을 남편의 지인분의 수고로움에 맛있게 먹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라고 생각하고 깻잎김치를 담갔다.
당근, 오이, 깻잎
아빠의 텃밭수확과 남편지인분의 넘쳐나는 인정에 나는 또 집에서 월남쌈까지 만들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저렇게 야채와 닭가슴살을 맛있게 구워서 월남쌈에 싸 먹으니 건강식도 되고 맛도 참 훌륭했다.
넘쳐나는 상추는 계속해서 모든 요리에 다 활용되어 샌드위치 속 야채로 아이들의 든든한 한 끼가 되어 주었다.
아빠의 텃밭표 당근은 당근라페로 만들어 또 어른용 샌드위치로 멋진 브런치가 되어주었다.
처음 만들어본 뱅쇼
이것의 시작도 핸드메이드 중독병에 걸린 내게 먹지 않아 쌓여있는 와인 3병이 눈에 거슬려서였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에게 들어온 와인 3병, 내 주변에도 술을 드시지 않는 분들이 많아서 마땅히 선물할 사람들도 생각나지 않아서 저걸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에 뱅쇼를 만들었다. 마침 냉장고 속 과일들이 있어서 적당하게 잘라 함께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