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를 찾아가기 위한 질문들, 그리고 깨달음
To Empower Startups and Let Them Change the World.
"우리는 스타트업의 문제를 해결해서 세상을 혁신한다."
이 문장은 우리 회사의 미션이다. 우리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우리는 누구인가를 정의하기 위해 우리 팀이 모여서 함께 지은 문구이다.
사실 이 문장은 나에게 무척 숭고한 문장이다. 그 이유는 사실 역설적인 이유에서 오는데, 그것은 사실 나와 우리 팀이 이것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아실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많은 고전 문학, 철학서, 영화, 음악에서 인생의 소명의식을 이야기하곤 한다.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 5단계 이론처럼, 자아실현의 욕구는 가장 고차원 된 인간의 욕구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많은 순간에 이상향처럼 떠올리고 고뇌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왜 세상에 존재하는가? 에 대한 질문은 누구에게나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건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금세 깨달을 수 있다. 이건 인생을 살면서 계속해서 정답이 변화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고차원적인, 존재론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고뇌하는 멋진 사람들이지만, 변화하는 문제에 자신을 계속 들춰보며 하나의 정답만을 찾는 바보이기도 한 것이다.
결국 "우리는 왜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은 우리의 존재와 소명의식을 찾기 위한 타당한 질문이 아닌 것이 된다. 즉, 이 질문은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나는 그래서 우리 회사의 미션이 좋다. 우리 팀은 약 8개월 만에 스타트업이라는 작은 조직들을 위해 희생하고, 그들을 위한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미친 사람들이 되었는데, 이건 온전히 우리의 선택인 것이다. 우리는 원래 그렇게 태어난 게 아니다. 이번 삶에서 이런 시간들을 통해 뭔가 멋진 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선택을 했고, 어느새 소명이 된 것이다.
고백컨데 단순한 내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비즈니스가 우리 팀의 소명 의식으로 이어지게 될지는 몰랐다. 고객의 시간 몇 분을 줄이기 위해 며칠을 고민하고, 사소한 기능에도 밤새 집착하고 타다를 타고 퇴근하는 팀원들의 모습에서 책임감과 소명 의식을 못 찾는 것이 더 어려운 게 요즘이다. 가끔은 이런 팀원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멋지게도, 쿨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제 이 비즈니스와 미션은 우리 회사 팀원들의 인생이자 소명이 되었고, 많은 고객들의 기쁨이 되었다. 우리 덕분에 투자를 받았다며 찾아오는 스타트업, 우리 덕분에 첫 투자를 했다고 연락해주는 신생 VC까지. 요즘 우리의 일상은 점점 기대감과 의무감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런 인생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그간 "나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년째, 수없이 했었다. 즐거울 때도, 우울할 때도. 후회할 때도. 아플 때도. 그리고 나는 내가 왜 존재하는지 여전히 모른다. 하지만 어떤 존재가 될지는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