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꼭 그림 관련 일을 하지 않는 일반인분들도 이모티콘 수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내 동생까지도 아이패드를 이용해 이모티콘을 그리고 있다. 내가 자주 방문하는 카페의 사장님께서도 내게 이모티콘에 대해 물으셨다. 직접 만든 콘텐츠로 연금처럼 돈을 벌 수 있다니. 이게 얼마나 솔깃한 제안인가!
게다가 카카오톡, 라인, 밴드 등 유명 SNS의 작가로 등록되어 있다고 자랑도 할 수 있다는 부수적인 재밋거리도 있다. 나 역시 이모티콘 출시 초반에 여러 군데에 자랑하느라 바빴다.
* 카카오톡, 밴드, 라인, OGQ 마켓에 종류별로 입정되어 있는 이모티콘들 :)
하지만 이모티콘 제안을 넣을 준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 과정은 굉장히 지친다. 캐릭터를 만들고, 콘셉트를 생각하고 모션을 주는 것까지. 그런데 제안에서 탈락하기까지 한다면? 아마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솔깃함에 이 작업을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제안을 넣는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실 거라 생각한다.
수강생분들 중에서도 시안을 한 세트 완성하셨던 분들은 정말 손에 꼽힌다. 애초에 디지털 작업이 필수이기에 디자인 툴이 익숙지 않으면 시행착오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이다. 손으로 그림을 그려 컴퓨터로 옮겨 그리는 것조차도 일이다.
대중의 관심은 쏟아지고 작업과정을 알고 싶은 사람의 마음 때문인지, 이모티콘 관련해서 콘텐츠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강의들을 구입한 내 주변 친구들과 수강생분들의 공통된 질문은 정말 하나같다.
이모티콘 업계에서 비인기 작가인 나는 '여러분도 앉아서 돈 벌수 있어요!'라고 해맑게 웃으며 말하지는 못하겠다. 다달이 소액의 저작권료가 들어오기는 하나 외제차를 구입하는 인기 작가님들의 발끝도 못 따라가고 있다. (혹시 모르지. 내년엔 나도..?)
이건 마치 내 노동력을 대가로 한 로또와 같다. 출시 직전까지 이게 1등짜리인지, 5등짜리인지 모르니 말이다.
아니, 부자가 될 수 있다!
대신 몇 가지 조건이 붙는다.
최근 이모티콘 업계의 상황을 보면 예쁜 그림보다는 센스 있는 그림이 인기가 더 많은 것 같다. 콘셉트만 확실하다면 낙서처럼 그려진 그림도 판매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기에 좋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실력도 센스도 중요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건 꾸준하게 도전하는 것이다. 매달 몇천 명의 도전자들이 이모티콘 스튜디오에 제안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 승인되는 작품은 5%나 될까 모르겠다. 나도 공개조차 못한 이모티콘이 몇 세트나 있다. (미승인됐다.ㅠ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섣부르게 대답할 수가 없다. 실력과 인지도가 빠진 상태로 유명 작가가 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 전업작가가 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반대로 갑자기 유명해져서 그 괘도에 오르는 분들도 있다!)
평소에 그림을 취미로 그리거나 디자인 툴에 익숙한 분이시라면 취미로 시작해 보시길 권한다. 만약 학생이라면 방학을 노려 작업에 매진해 볼 수도 있겠다.(부럽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기를 추천하는 이유는 투자한 시간 대비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제작하고 돈을 정산 받는 게 전부가 아니라, 아주 소액의 수입이라도 부가세 신고와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더욱 머리 아프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모티콘 제작에 대해서 글을 남기는 이유는 너무나 많은 질문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특별한 유머 센스를 가진 것도 아니고, 여러 번 거절당한 상대에게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강한 멘탈이 있는 것도 아니라 어떤 대답을 주기는 힘들다. 그리고 유명 작가님들도 꾸준한 작품 활동 없이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지도 궁금하다.(설마 연금복권처럼 20년 동안 같은 수익이 들어올까.)
그래서 나 역시 이모티콘 작업은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취미처럼 진행한다. 딱히 1위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없어서 마음을 놓은 상태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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