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건 게으르고 싶은 순간 인정하기!
어느덧 창업 2주년이 다가왔다.
그림작가로 바빠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수많은 강의로 내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전, 오후, 저녁 시간으로 하루 일과가 가득 차 버거운 날도 많았다. 특히, 봄/가을에는 비어있는 시간이 없어 강의를 거절하는 일도 있었다.
성인 미술 강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동미술 문의가 들어왔고, 아이들을 위한 수업을 꾸리기 위해 아동미술 학원에서도 근무를 시작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센스는 정말 엄청나다!
그런데 쉴 때 쉬고, 일할 때는 바짝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지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그래서 시간관리에 좋다는 3p바인더를 찾아 구입했다. 30분마다 새어나가는 시간이 없도록 촘촘하게 짜인 계획표로 이루어진 다이어리이다.
그런데 이거, 나랑 정말 안 맞는다.
애초에 30분마다 내가 무얼 하는지 체크하면서 숨 막히는 일정을 보내고 싶지 않다. 게다가 메모가 공백인 날이 하루라도 있으면 게으른 사람으로 낙인찍힌 것만 같다. 그러면 내겐 어떤 방법으로 하루를 계획하는 것이 잘 맞을까?
모든 사람들의 입맛이 다르듯이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촘촘한 계획표 안에서는 오히려 업무 효율이 떨어졌다. 매시간마다 무언가를 해야만 쓸모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워라밸이 가장 중요했던 내 시간 속에서는 그런 건 맞지 않는다.
먼저, 두 가지 사항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성수기에 바쁜 만큼 수입이 생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나를 갈아 넣을 수는 없었다. 주말까지 SNS 조차 손에서 놓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오갔다. 최소한 주말에는 쉴 수 있어야 했다.
- 주간일정 중 온전히 쉬는 날 만들기
- 주중에 일하지 않는 공백 시간 만들기 (반차 개념)
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남들은 많은 일들을 세부적으로 세세하게 쪼개서 하기 바빠 보였지만, 나는 이것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었다. 내게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지 않은 일로 일이 나뉘었고, 별도로 하고 싶은 일을 추가하면 되었다. 이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위해 지금의 직업을 택한 것도 있으니 말이다.
공방을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고객 상담과 강의실 청소 등의 일이 있다. 수업이 없거나 이동시간이 긴 틈새 시간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강을 나갈 때는 이동시간이 1시간 가까이 될 때도 있기 때문에.) 출근시간 전 30분의 시간을 내어 무언가를 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이다.
평일에 만들어둔 공백의 시간은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시간으로 남겨두었다. 콘텐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당장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후에 이루고 싶은 일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는 일이다. 지금도 일주일에 2-3시간 이상은 이 일에 시간을 들이고 있다.
대부분의 성공 기준에 따르면, 게으른 하루를 보낸다는 건 성공과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부지런할수록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할수록 성공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해서 일까? 그런 기준으로 이룬 성공이라면 내가 원하는 성공이 아니다.
나는 적당히 일하고, 괜찮게 벌고 싶다. 그러려면 일하는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쓰고, 나만의 시간도 필요하다. 그래서 게으르고 싶은 순간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 다닐 때 쉬고 싶은 날 연차를 사용하듯이 자영업자에게도 쉬는 날이 있어야 재충전의 시간이 주어지니 말이다.
게으른 성향을 가진 내게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하루야말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바쁜 만큼 수익이 늘어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게으른 시간들도 분명히 도움이 된다. 게으르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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