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더 이상 그 무엇도 전할 수 없는데, '전할 수 없음'이 나의 착각이 아닌지 고민했어. 다시는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음에 아쉬워하면서도 정말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지 확신할 수 없었어. 자책감과 억울함이 저울처럼 내 마음 양쪽에서 나를 짓눌렀는데 그 두 개의 무게가 크게 다르지 않았어. 그래서 버틸 수 있었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나를 지탱할 수 있었어.
보고 싶은 사람이 참 많은데 그 감정이 단순한 그리움은 아니야. 나는 뭐가 그렇게 다 미안할까. 내가 미안해할 일이 맞을까. 미안해해도 되는 일일까. 한심한 나를 지켜줘서 고마워. 그렇게 여기고 잊어버리면 그만인 일일까.
다시는 도망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서야 내가 무엇으로부터 달아났었는지를 깨달았어. 살아있는 일이 두려웠어. 내일을 기대하게 될까 봐 두려웠어.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면서도 나를 살게 하는 것들을 믿지 못했어. 희망을 가지면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할 것만 같았어. 온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모순이 나 자신의 욕망조차 왜곡시켜버렸던 거야.
나는 잘 지내. 그렇지만 여전히 바보야. 닿지 못한대도 계속 안녕을 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