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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민 Feb 15. 2019

파리바게뜨는 정말 횡단보도 앞에 있을까?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지 전략 분석

얼마 전 한 네티즌의 제보로 SNS 상에서 이슈화된 이야기가 있다.


파리바게뜨는 횡단보도 앞에 있다.


해당 글의 댓글에는 "헉 대박 우리 동네 파바 다 그러네"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는데, 나도 내가 아는 파리바게뜨의 위치를 가만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이었다(그림 1 참고). 오, 재밌는데?


그림 1.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파리바게뜨(네이버맵 거리뷰 캡처)


나만 재밌는 건 아니었는지 그새 관련 기사와 블로그 글이 여럿 나와 있더라(아래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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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블로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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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파리바게뜨 앞에는 횡단보도가 있는가? - EcoDang



그런데 말입니다


저 관련 기사와 블로그 제목을 보자. 대부분이 파리바게뜨가 횡단보도(신호등) 앞에 있다는 것은 "사실"로 전제한 상태에서 그 "이유"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이 사실로 전제한 근거는 크게 1) 몇몇 매장의 로드뷰 확인, 2) 마케팅 이론, 3) SPC그룹 관계자와의 인터뷰 이다. 


나쁘지 않은 접근이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공간 분석을 통해 사실 확인부터 했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다.


그래서 내가 해 봤다: 파리바게뜨는 정말 횡단보도 앞에 있을까?



데이터


1. 파리바게뜨 위치 데이터

실험 대상 지역은 서울시로 한정했다. 네이버 local API를 이용해 서울에 입점한 파리바게뜨 목록(POI명, 주소, 좌표)을 수집한 후, 파리바게뜨 공식 홈페이지의 매장 정보를 크롤링한 것과 대조해 데이터를 정제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현재 전국에 3,434개 매장이 있으며, 그중 728개(21.2%)가 서울에 위치한다.

*데이터 취득의 어려움 1

데이터 정제 과정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네이버 지도 검색 결과와 파리바게뜨 공식 홈페이지의 매장 정보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사이트 모두 완벽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업데이트가 안 됐는지 누락된 매장들이 몇 개 있었고, 파리바게뜨 홈페이지는 같은 매장이 두 번 들어가 있거나 하는 오류(e.g. PB한남더힐)가 있었다. 이런 매칭 오류는 수동으로 확인, 정제했다.


2. 횡단보도 위치 데이터

서울열린데이터광장에서 제공하는 '서울시 횡단보도 위치정보(좌표계: WGS1984)' 데이터를 이용했다. 최종 수정일(2015.09.10.) 기준, 서울에는 32,133개의 횡단보도가 있다. 

*데이터 취득의 어려움 2

서울시 신호등 데이터가 횡단보도 데이터보다 최신 버전(2019.01.18)이 있기에 이용해 보려 했는데, 메타데이터가 없어 각 칼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려워 사용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신호등종류'라는 속성은 0-22 사이의 정수 값을 갖는데, 여기저기 검색해 봐도 각 값의 의미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문의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



분석 1 - 파리바게뜨는 정말 횡단보도 앞에 있을까?


간단히 확인해 보기로 했다. 서울 내 위치한 728개 파리바게뜨 좌표를 기준으로 반경 100m 버퍼(buffer)를 생성하고, 횡단보도와의 공간 조인(spatial join)을 통해 얼마나 겹치는지 봤다. 실험은 ArcMap을 이용했다. 


분석 결과, 728개 중 686개(94.2%) 매장의 100m 거리 내에 횡단보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그림 2. 파리바게뜨 100m 반경 내 횡단보도 존재 여부를 나타낸 지도


썰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인가? 판단하기 전에 먼저, 100m 반경 내에 횡단보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된 42개 매장을 확인해 봤다. 네이버맵 거리뷰와 카카오맵 로드뷰를 이용해 각 매장을 살펴보니 15개 매장은 눈으로 봤을 때 충분히 100m 내로 보이는 거리에 횡단보도가 있었다. 이는 횡단보도 데이터의 최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에(4년 전 데이터) 누락된 정보가 있어 잘못 분석된 것으로 보인다. 그 외 27개 매장은 실제로 100m 거리 내에 횡단보도가 없었는데, 그중 14개는 매장이 아파트 단지, 대학교와 같이 건물 단지 내에 위치하거나 터미널, 병원 등 건물 내에 위치한 경우였다. 


더욱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100m 거리 내에 횡단보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 686개 매장도 일일이 확인해 봐야 한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뒤에서 분석할 다른 업체 매장들까지 모두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기에 모두 같은 조건에서 분석하기 위해, 오류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수치를 보정하지 않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파리바게뜨 100m 거리 내에 횡단보도가 있다는 것은 약 94%의 확률로 사실이 된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파리바게뜨만 그런가? 다른 유사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어떨까? 비교해 보기로 한다.

 


분석 2 - 파리바게뜨만 그런가? 다른 유사 업체는 어떨까?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뚜레쥬르, 스타벅스, 이디야다. 업체별 매장의 위치 데이터는 파리바게뜨 데이터 수집 방식과 동일하게 수집했다. 


먼저, 100m 반경 내 횡단보도가 있는 매장 수 비율을 비교해 봤더니 3개 업체 모두 91%가 넘었다. 심지어 스타벅스(95.9%)는 파리바게뜨(94.2%)보다 비율이 높았다(그림 4). 이 결과를 보니 SPC그룹 관계자의 말이 떠올랐다. 파리바게뜨와 횡단보도 관계가 쟁점화된 이유는 "매장이 생긴 지 오래돼 상권을 빨리 획득했고, 상대적으로 점포수가 많기 때문에" 사람들이 특히 그렇게 느낀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싶어 뚜레쥬르, 스타벅스, 이디야 일부 매장을 거리뷰/로드뷰로 확인해 봤더니, 이들 업체도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사례가 꽤 있었다(그림 3-1, 3-2, 3-3 참고). 


그림 3-1.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뚜레쥬르(네이버맵 거리뷰 캡처)
그림 3-2.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스타벅스(네이버맵 거리뷰 캡처)
그림 3-3. 횡단보도 앞에 위치한 이디야(카카오맵 로드뷰 캡처)


이번에는 버퍼 반경을 80m, 50m로 좁혀 가면서 결과를 비교해 봤다. 그림 4의 분석 결과를 보면, 버퍼 반경이 작아지니 파리바게뜨의 매장 수 비율이 다른 업체에 비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스타벅스, 이디야 모두 횡단보도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파리바게뜨는 횡단보도와 "더욱 가깝게" 위치한다는 것이다. 즉, SPC 관계자의 말도 맞긴 하지만, 사람들이 파리바게뜨를 특히 그렇게 느끼는 것도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그림 4. 업체별 버퍼 반경 거리에 따른 횡단보도 존재 현황


결국 "파리바게뜨는 횡단보도 '앞'에 있다"는 것은 

'앞'을 100m로 정의했을 때: 약 94% 확률로 사실

'앞'을 80m로 정의했을 때: 약 92% 확률로 사실

'앞'을 50m로 정의했을 때: 약 78% 확률로 사실 

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SPC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면 "의도적으로 횡단보도(신호등) 앞에 입점시킨 것은 아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다 보니 공교롭게도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경찰청 및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보행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시설 설치 가이드북'에 의하면, 횡단보도는 "보행자의 통행이 빈번한" 곳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7조 제1항 별표 3에 따르면 보행등(신호등)은 "1일 중 횡단보도의 통행량이 가장 많은 1시간 동안의 횡단 보행자가 150명을 넘는 곳" 또는 "번화가의 교차로, 역 앞 등의 횡단보도로서 보행자의 통행이 빈번한 곳" 등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횡단보도나 신호등 위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지 전략과 일치하게 되는 것이다. 



분석 3 - 다른 '썰'도 확인해 보자


이 주제와 관련해서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 옆"에, "이디야는 스타벅스 옆"에 생긴다는 유사 썰도 있기에 이것들도 확인해 봤다(그림 5-1, 5-2 참고).


그림 5-1. 파리바게뜨 옆에 위치한 뚜레쥬르(네이버맵 거리뷰 캡처)
그림 5-2. 스타벅스 옆에 위치한 이디야(네이버맵 거리뷰 캡처)


그 결과, 서울 내 뚜레쥬르 242개 매장 중 100m 반경 내 파리바게뜨가 위치한 경우는 27.7%(67개), 서울 내 이디야 649개 매장 중 100m 반경 내 스타벅스가 위치한 경우는 14.2%(92개)에 불과했다(그림 6).


이디야는 실제로 입점 초기에 스타벅스 옆에 자리 잡는 전략을 써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후에는 출점 전략을 바꿔, 지금은 스타벅스로부터 독립해 홀로서기 한 이디야 매장이 많다고 한다. 


그림 6. (좌)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분포 지도 (우) 스타벅스와 이디야 분포 지도



분석 4 - 업체별 공간 분포


마지막으로 Average Nearest Neighbor(ANN) 분석 기법을 활용해 프랜차이즈 업체별 공간 분포를 확인해 봤다. ANN 결과 해석은 Nearest Neighbor Ratio(R) 값을 이용하며, 수식은 아래와 같다.


R = ra / re


여기서,

ra: 각 포인트에서 가장 가까운 포인트까지의 거리(최근린 거리) 평균

re: 포인트가 랜덤 분포일 때 기대되는 최근린 거리 평균


값의 해석은,

R > 1: 분산(dispersed)

R < 1: 군집(clustered)

R = 0: 모든 포인트가 한 지점에 있는 경우


이제 결과를 보자. 그림 7을 보면, 모든 업체의 R값이 1보다 작은데, 이는 모든 업체의 공간 분포가 군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99%의 유의확률). 그중에서도 스타벅스(0.61)가 가장 많이 군집된 분포를 보이며 파리바게뜨(0.87)가 비교적 덜 군집된 분포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7. 업체별 최근린 비율


이번에는 시각적으로도 한번 확인해 보자 싶어 커널 밀도 분석을 해 봤다. 결과는 그림 8과 같다. 눈으로 봐도 스타벅스가 중구와 강남구에 특히 집중된 분포를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8. 업체별 커널 밀도 분석 결과



Outro


재미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분석하는데 시간을 많이 썼다. 그 이유 중 8할은 데이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데이터의 소중함과 데이터 정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꼈다. 


*참고: 분석을 시작한 게 엊그제인데, 그새 서울 내 스타벅스 매장이 1개 늘어서 486개가 됐다. 새로운 스타벅스는 리저브 매장(대치대원빌딩R)으로, 강남구에 생겼다. 그렇다면 스타벅스의 R값은 더욱 작아지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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