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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Mar 21. 2023

[캠핑 장비 리뷰] 백컨트리 320 쉘터

제가 백컨트리 320 쉘터를 구입한 이유는



첫 번째는 설명서 탐독 또는 영상 학습 등 텐트 설치에 대한 특별한 과외가 없이도 설치할 수 있다는 난이도 그리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재너두 4P, 2P와의 도킹 등의 호환과 쉘터와 텐트의 색상을 맞추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따뜻한 봄이 찾아온 3월, 저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기존에 보유한 산토리니 2를 사용할 것인가, 320 쉘터를 새로 장만하느냐."



만일 제가 경제권을 쥐어 잡고 있는 강력한 가부장제의 상징과도 같은 가장이었다면, 고민 없이 320쉘터를 구매했겠지만, 저는 우리 집에서 서열 4위 ( 바깥양반(와이프) - 아들(망나니) - 도마뱀 (귀여움) - 아빠(밥 좀 그만 먹어) )의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상황이라 비교적 큰 지출이 예상되는 320쉘터를 제 능력으로 구입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절약이냐 지출이냐'라는 모순된 양극을 가지고 고민하던 저는 결국 "인생을 즐기자! 나는 놀려고 태어난 호메 루덴스다!" 라는 생각으로 더 재밌고 많은 시간을 신나게 놀기 위해 320쉘터를 장만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매년 텐트를 기변하고 있는 저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와이프와 그녀의 추종자(아들, 10세, 인생의 적= 구몬)를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집념의 아저씨입니다. 320쉘터를 구매를 다짐한 지난 12월부터 와이프와 아들의 머릿속에 백컨트리와 320 이라는 단어를 주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와이프에게는 "백컨트리" 라는 영화 (곰이 백패커들을 공격하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잔인해요.) 이야기했고, 와이프의 각 잡힌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공략을 위해 인스타와 인터넷의 칼각이 잡힌 320 쉘터를 보여주며 "와 세상에 이런 텐트도 있네." 라며 "또 텐트 사려고 하는 개수작이지?"라는 말과 등짝을 맞으면서도 꾸준히 보여줬습니다.



아들에게는 300 더하기 20은?이라는 수학적 난제에 대한 질문을 수시로 던지며 백컨트리 320 쉘터를 머릿속에 꾸준히 각인한 결과 드디어 바깥양반께서 320 쉘터에 대한 구매를 허락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매번 반복되는 "이제 이게 마지막 텐트인 거 알지?" 라는 말을 했고, 저는 해맑게 "응! 당연하지" 이게 올해의 마지막 텐트겠지... 라고 답했습니다.


처음 배송되었을 때 320 쉘터와 이지폴 입니다. 말 그대로 미개봉 상태였고요. 재너두 4P와 비교 사진을 찍어뒀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찍어두지 못했습니다. 일단 이게 정말 쉘터의 크기가 맞는다고? 하는 의심이 될 정도로 작고 가벼웠습니다. (물론 다른 쉘터들과의 수납 크기를 비교했을 때 작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지폴의 경우 생각보다 묵직해서 오히려 튼튼하고 견고하겠다는 믿음이 갔고요. 역시 믿음의 DAC..



그리고 일요일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있음에도 급하게 캠핑장을 예약하고 든든한 캠핑 파트너 망나니를 데리고 캠핑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지폴을 세우고 320쉘터를 한쪽만 걸쳐놓은 모습입니다. 이지폴 세우는 것은 정말 쉽습니다.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하고 이지폴을 들 힘만 있다면 아마 초등학생도 충분히 조립할 수 있을 만큼의 난이도입니다. 그리고 위아래로 쉘터 스킨을 걸어주고 텐트의 생명인 텐션만 주면 쉘터의 기본 완성은 끝입니다.



생각해 보니 쉘터를 올리는 시간보다 팩질하는데 시간을 더 잡아먹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 글을 읽으시는 토르를 능가하는 망치질 잘하시는 캠퍼같은 경우 더 빠른 시간에 320쉘터의 완공을 마치실 수 있을 것입니다.




320 쉘터의 실내 공간입니다. 탄탄하게 각이 잡힌 사각의 모양이라 아무리 죽여보려 노력을 해도 죽는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는 이제 저 안에 재너두 2P를 이너용으로 넣을 계획이었는데, 2명이 캠핑할 경우 그래도 생활할 만한 공간이 나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320 쉘터의 장단점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먼저 320쉘터의 장점은



1. 수납했을 때 크기와 무게



기존에 제가 사용했던 산토리니 2라는 쉘터의 가방은 크고 웅장합니다. 산토리니 2의 풀 세트 가방은 저희 아이가 모유수유할 때 열심히 받아먹은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도 들지 못했는데, 320쉘터를 들어보라고 했을 때 손쉽게 들고 뛰어다니기까지 합니다.



이지폴을 제외한 쉘터 + 루프폴의 무게는 4.5KG 정도입니다. 산토리니 2 풀 세트를 넣은 가방의 무게가 거의 20kg 정도였으니 거의 1/4 수준입니다. 그리고 가방 크기 또한 일반 돔텐트 하나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쉘터를 들고 다니고 싶어 하는 승용 캠퍼에게는 최고의 조건이 아닌가 싶습니다.




2. 설치가 간단합니다. 그리고 정말 쉽습니다.



저는 텐트를 잘 못 칩니다. 더럽게 못 칩니다. 하지만 320쉘터는 이런 저도 설명서를 보지 않아도 칠 수 있을 만큼 난이도가 쉽습니다. 단 루프폴을 넣을 때 조금 힘들었는데 이건 한 두번 더 설치해보면 요령이 생길 것 같습니다. 320 쉘터 설치 시 가장 큰 난이도는 팩질하는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설치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팩질 (저는 6개 박았습니다.)까지 포함해 30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간은 돈이라는 명언이 있는데 320쉘터를 사고 참 많은 돈을 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20쉘터와 함께 캠핑을 한다면 조만간 시간 재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허허..



3. 죽는 공간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그리고 주변에 봤던 쉘터들은 원형 또는 변형된 원형이었는데, 그런 쉘터들에 비해 정사각형 모형의 칼 각을 유지할 수 있는 320 쉘터는 죽는 공간이 거의 없어 내부 공간에 대한 활용이 높은 것 같습니다.



4. 재너두 4P 및 다른 텐트와의 도킹



이건 아직 제가 시도해보지 않아서, 나중에 도킹해보고 추가하겠습니다. 기존 사용하신 분들의 말에 의하면 간단하게 도킹이 된다고 합니다.




그럼 단점을 말씀 드리면



1. 바람에 약합니다.



저는 바깥양반 아니 와이프만 사랑하는 외부 바람에 아주 강한 존재인데, 320쉘터는 이런 저와 다르게 바람에 약한 것 같습니다.

320과 함께한 첫 캠핑이었던 지난 주말 비바람이 불었는데, 바람이 조금이라도 세게 불면 쉘터가 흔들흔들합니다.



좀 만 바람이 더 강하다면 쉘터가 제로투 춤을 추는 광경을 볼 거 같다는 걱정이 슬슬 들기도 했습니다. 대자연에서의 스릴을 만끽하고 싶으신 분이 아니시라면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강한 바람이 부는 바닷가 같은 곳은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풀팩을 한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비가 고입니다. (이건 제가 풀팩을 하지 않은 것과 첫 설치의 미숙함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첫 피칭에 비를 흠뻑 맞았습니다. 덕분에 320쉘터의 문제점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비가 내릴 경우 사각형으로 된 구조의 문제인지 몰라도 지붕 아래쪽에 물이 고이고 스킨이 늘어지게 됩니다. 한 번씩 물이 고인 곳의 물을 내려줘야 하는데, 만일 비가 많이 내리는 경우 쉘터에 손상이 있을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가방에 다시 넣기 힘들다.



이것 또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제 비를 흠뻑 맞고 집에서 드라이기 + 제습기 등 다양한 열고문의 과정을 거친 뒤 다시 가방에 집어넣기 위해 접었는데.. 스킨을 가방에 다시 집어넣기 너무 힘듭니다. 결국 온갖 몸부림과 쑤셔 넣기 신공으로 집어넣긴 했는데, 왜 320쉘터를 사용하시는 분들이 별도 가방을 구매해서 사용하시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4. 출입구가 낮다.



저는 키가 182인데 출입구가 낮은 편입니다. 단 겸손한 자세로 입장하되 쉘터 내부에서는 다시 떳떳하게 설 수 있습니다. 320 쉘터에 대한 예의를 지켜라인가.. 아무튼 출입구가 낮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편하게 다닙니다.



320쉘터는 장단점이 너무 확실한 텐트인 것 같습니다. 승용 캠퍼에 빠르게 쉘터를 설치하고 싶은 저 같은 분들에게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바람에 약하다는 약점 등이 신경 쓰이는 분들은 그냥 거르시고 단단한 쉘터를 선택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별도 쉘터를 넣은 가방을 하나 장만한 뒤 당분간은 320 쉘터를 주력으로 사용할 것 같습니다. 저와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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