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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성이 Apr 01. 2024

아빠도 아이도 먹을 수 있는 "고성 베짱이 문어국밥"

저는 여행을 떠나면 열심히 '술'을 마십니다. 중년 아저씨가 가족에게 허락받은 여행에서의 유일한 일탈이라고나 할까요. 


돌아오는 날을 제외하면 거의 시도 때도 없이 마시는 편입니다.

(만일 집으로 복귀하는 마지막 날, 운전하지 않는다면 마십니다. 어김없이 마십니다.) 


물론 음주 운전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제 옆에는 저보다 운전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매드맥스의 퓨리오사에 버금가는 '로드 워리어 와이프'가 있거든요. 평소에는 현모양처인데, 운전대를 잡으면.... 제 운명대로 천수를 누리고 싶은 마음에 그다음 단어는 생략하겠습니다.


아무튼...


고성 여행의 마지막 전날 속초의 어느 유명한 물회집에서 간단히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포장해 온 회 그리고 속초의 만석 닭강정을 안주삼아 소주와 맥주를 또 마셨습니다. 내일이면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섭섭함에 저도 마시고, 집에 가기 싫다 유치원 때로 돌아가고 싶다며 한숨 쉬던 아들 녀석도 옆에서 김 빠진 콜라를 함께 마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해장, 그리고 성장기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공복을 채워줄 음식이었습니다. 


부지런한 와이프는 인터넷 검색으로 숙소 근처 맛집을 검색했고, 집에 가기 싫어하는 두 녀석을 데리고 이곳으로 안내했습니다.


우리가 찾은 곳은 바로 


베짱이 문어국밥이었습니다.







맛있게 먹었으니 별이 다섯 개.. 대신 장소를 다섯 번 찍어 드리겠습니다. 


왜 식당 이름을 베짱이라고 했는지 궁금한 마음에 갔는데 식당 입구에 떡 하니 저렇게 베짱이 이미지가 있습니다. 아마도 사장님이 베짱이와 스킨스쿠버? 다이빙? 이런 것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블로그 글을 보니 웨이팅 (저는 아저씨니까 대기라고 하겠습니다.)이 많은 거 같았는데, 다행히 저희가 방문했을 때 앉을자리가 있었습니다. 



메뉴를 보자마자 "이 집은 맛집이겠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메뉴가 모두 문어와 관련된 것입니다. 제 기준에서 맛집이란 "한 놈만 패"입니다.


오직 한 가지 재료로 승부 보는 식당이 진정한 맛집이라는 생각인데, 베짱이 문어국밥 집에는 그 흔한 황태 해장국도 선지 국밥도 국민의 고기 삼겹살도 없이 오직 문어로만 승부하는 식당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맛집의 조건 "1인 1 메뉴"도 어김없이 기본 옵션으로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초등학생 이상)


대다수의 맛집들은 1인 1 메뉴라는 배짱을 부립니다. 


그나마 베짱이 문어국밥의 국밥은 맵지 않아 매운 음식을 먹지 못하는 초등학생 또는 그 이하 어린이들도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간혹 아이들이 먹지 못하거나 어린이들 메뉴도 없으면서 초등학생 1인 1 메뉴를 고집하는 식당에 가면 드는 생각은 "돈독이 제대로 올랐구먼.."입니다. 자본주의에 중독될까 봐 걱정까지 됩니다.


뭐.. 그런 식당 사장님이 제 글을 보실리는 없지만, 적어도 초등학생이 먹을 수 있는 메뉴는 한 가지 넣으시고 1인 1 메뉴 원칙을 고수하길 바랍니다.


아무튼 베짱이 문어국밥의 국밥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남녀노소 즐길 수 있습니다. 전혀 맵지 않다는 소리죠.


참고로 저는 신생아, 영유아, 일부 초등학생처럼 매운 음식을 못 먹습니다. 그리고 저희 아들은 살짝 고추향만 풍겨도 맵다고 먹지 않습니다. 그런데 저희 부자가 먹고 마시고 씹었으니 베짱이 문어국밥은 하나도 맵지 않다는 것이겠죠. 



얇게 썰린 문어와 숙주가 말 그대로 듬뿍 들어있습니다. 


숙취에 고생하는 아빠도, 성장기에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한 아들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일정이 맞는다면 문어전과 문어국밥을 한 그릇 시키고 부족할 거 같으니 문어숙회도 한 접시 시킨 뒤 소주, 맥주, 막걸리를 각 1병씩 마시고 싶습니다. 


* 베짱이 문어국밥 요약


1. 본문에는 없지만 식당에서 바다가 보입니다. 끼룩끼룩...  

2. 제 입맛에는 콩나물국밥에 문어가 들어간 맛이었습니다. 정확히는 숙주국밥에 문어 토핑이 맞겠네요.

3. 해장국으로도 괜찮고, 맵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먹기도 괜찮습니다.

4. 처음 나왔을 때 양을 보고 성인 남성 뚱땡이 기준 부족할 거 같았지만 다른 음식 (문어숙회 또는 문어전)을 시키지 않았음에도 배불리 먹었습니다. 

5. "다음에 또 갈 거야?"라고 물으신다면 앞서 본문에 있는 것처럼 또 가서 다양하게 문어 요리 한 가지씩을 시킨 뒤 술을 마실 겁니다. 

6. 저희는 대기 없이 먹었는데, 다른 분들 말씀으로는 대기열이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인생과 맛집은 타이밍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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