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혼자 떠나려 하는가?
새해 첫날, 보통 연초와 연말은 대부분 가족과 함께 있어야 하는 시간일 텐데 나는 새해 첫날, 무거운 가방을 끌고 메고 길을 나선다. 혼자서 고속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러게 ‘나는 왜 혼자 떠나려 하는 걸까?’
2023년 여름, 내 생애 처음으로 혼자서 20여 일의 긴 해외여행을 해 보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2025년 겨울, 다시 혼자 여행을 계획하고 길을 나선다. 나는 왜 주변의 걱정스러운 시선과 아줌마 혼자 여행을 가는 일이 흔치 않다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서 길을 나서려고 하는 걸까?’
첫째, 이미 자유로운 여행을 맛을 알아버렸다. 사실 자유여행은 미리 조사하고 알아봐야 할 일도 많고 예약하는 과정도 번거롭다. 뿐만 아니라 낯선 해외에 혼자 다녀야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크다. 그런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혼자서 낯선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오롯이 혼자 담아내는 그 즐거움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나의 첫 여행 영국은 세 도시를 중심으로 움직였고, 사전 예약해야 하는 프로그램도 3-4개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번에 여행하려는 스페인은 머물러야 하는 도시도 4곳이고 여행 출발 2-3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곳도 많다고 해서 쉽지 않은 출발이었지만 그래도 혼자 떠나고 싶었다. 힘들면 힘든 대로, 잘 풀리면 잘 풀리는 대로 그 과정에서의 기쁨과 수고로움을 온전히 흠뻑 맛보고 싶었다.
둘째, 나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고 싶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책임도 의무도 혼자 겪어내야 하는 여행이다. 보통 60세의 아줌마는 이미 젊지 않고 육체적, 체력적으로도 많이 떨어져 있는 나이이므로 모든 일에 점점 자신감이 결여되어 가는 나이이다. 그래서 이 나이가 되면 대부분 자신의 그런 현실을 그냥 체념하거나 ’ 나이가 들어서,,,‘라는 이유로 합리화해 버리기도 한다. 나는 그런 자신에게 다른 환경, 다른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나이는 들었어도 생각이나, 꿈, 도전 정신은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나를 지켜보는 가족들은 ‘잘한다’ ‘멋지다’ 격려해 주는 분위기여서 나는 걱정과 두려움을 잠시 접어두고 온전히 용기만 내면 되는 일이었다. 사실 예약하면서도 두려움이 앞선다. ‘내가 잘 찾아다닐 수 있을까?’ ‘혹은 나이도 적은 나이가 아닌 60의 나이에 낯선 곳에서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소매치기도 많다는데... ’ 걱정거리를 나열하다 보면 여행을 혼자 가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그래도 나른하고 늘어지기 쉬운 60대의 일상에서 벗어나 도전하고 부딪히며 해결해내고 싶었다. ‘엄마는 이미 여행 도파민 중독이어서 못 빠져나올걸요?’ 농담하는 딸아이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살이라도 더 늦기 전에 내가 원하는 도전을 실행해 보고 싶었다.
셋째, 혼자 여행을 가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원 없이 하기 위해서다. 패키지여행을 가거나 누군가 동행자가 있다면 일정에 따라야 하거나 동행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므로 하고 싶은 일과 동행의 희망을 고려한 일정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혼자 가는 여행은 내가 원하는 곳에서 내 희망만큼 머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의 여행 콘셉트는 ‘미술관, 그리고 유적들을 충분히, 시간에 쫓기지 않고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경제적, 시간적 제약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내가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어 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강행군 방식의 도전적인 혼자 여행을 흉내 낼 수는 없다. 그래서 조금 여유 있게 느긋하게, 그리고 안전한 혼자 여행을 계획하고 건강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살펴보는 여행을 계획하였고 실제로 그렇게 여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