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투어에서 확인한 어린 시절 조기교육(?) 성서이야기
스페인 여행 시작 전 예약했던 가우디 투어가 있는 날이다. 아침에 모임 장소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해야 했으므로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출발했다. 왜냐면 조용한 아침 시간, 나 혼자만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즐겨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와 고개를 돌리니 정말 ‘짠~~’하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멀리서 볼 때는 석고가 엉겨 붙어 무슨 모양인지 잘 구별도 되지 않는 듯했는데 가까이에서 보니 너무나 정교하고 세밀하게 성경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조각들로 구현되어 있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목이 뻐근할 만큼 한참을 올려다 보아도 감탄만 나오는 건축물이었다. 이 건축물을 매일 볼 수 있는 그곳 사람들은 무심하게 성당 앞 공원에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아침 풍경에 나는 부러움을 담아 바라보았다.
약속 시간이 되어 가이드와 만나니 투어가이드는 투어 시작 전 가우디의 건축물 가운데 카사비센스, 구엘저택, 콜로니아 구엘성당, 구엘공원, 카사바트요, 카사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7개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자랑스럽게 설명해 주었다. 사실 바르셀로나를 찾는 관광객들이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고 싶은 로망을 이루기 위해 찾아온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탄생, 수난, 영광의 세 가지 파사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탄생과 수난의 파사드는 완공이 되었으나 영광의 파사드는 현재 미완성이다.
가이드는 먼저 탄생의 파사드를 설명해 주었다.
가이드는 이탈리아에서 가이드 생활을 했다는 본인의 설명에 걸맞게 성당 앞면의 조각 작품의 장면 하나하나를 예수의 삶과 연결해서 세밀하게 설명해 주었다. 정말 당시 사람들이 성경을 읽지 않아도 매일매일 성당 앞을 오고 가면서 예수의 일생을 저절로 학습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어떤 수도사나 성직자의 설교보다 가우디의 건축물이 사람들의 신심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이 성당의 앞면을 바라보며 충분히 이해할 만큼 성서적인 이야기들을 내가 전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 순간만큼은 내가 어린 시절 교회에 다녔다는 사실이 너무나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의 선택에 의해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반농반어의 시골에 살던 아버지는 작은 고깃배의 선장이셨는데, 틈만 나면 선원들이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아마도 아버지는 그런 상황에서 술을 멀리하고 정신을 차리고 살려면 종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을 것이고 가까이 교회가 있으니 기독교를 선택하셨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부모님의 종교가 기독교였으니 어린 시절 나도 당연히 교회에 나가게 된 것이다. 그 시절 교회에 나가게 되어 좋은 점은 일요일이면 다른 아이들은 논, 밭일에 동원되어야 했으나 우리 집은 아버지가 기독교인이어서 일요일에 교회에 나가기면 하면 일을 안 해도 되어서 나는 그것만으로도 그저 좋았다.
매주 일요일 주일학교에 가면 예수님의 탄생과 그의 성장, 그리고 예수님이 펼치신 기적과 그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제자들과 각 인물들에 대해 매주 옛날이야기처럼 반복적으로 들었던 기억들이 있다. 결혼 이후에는 교회에 잘 가지 못했는데도 어린 시절 조기교육(?)으로 들었던 이야기들이 가이드의 설명과 어우러져 너무나 쏙쏙 이해가 되었다.
특히 당시 유다의 통치자인 헤롯왕이 예수의 탄생 즈음해 베들레헴의 별을 보고 온 동방박사들을 만난 후 아기 예수를 죽이기 위해 2살 이하 아기들의 학살령을 내리게 되었고 그 장면은 실제로 근처 산 파우 병원에서 죽은 아기들을 모델로 해서 조각했다는 설명을 들으니 더 극적인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성당 같은 거대한 건축물에 얼마나 많은 조각과 손길이 필요할 텐데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정성을 기울였다는 것을 가까이서 바라보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새길 때도 스님들이 한 글자 새기고 부처에게 절하고 다시 새기기를 반복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정말 인간의 최고의 경지는 종교에 몰입할 때 나타나는 것인지, 상상할 수 없는 인간의 놀라운 잠재성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서양의 문화는 기독교에 뿌리를 두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만큼 많은 건축물과 예술작품에 기독교의 이야기가 녹아 있었다. 다행히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어린 시절 주워들은 귀동냥으로 알게 된 이야기들이 미술관에서, 건축물에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보면서 어떠한 지식이던지 쓸모없는 지식은 없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