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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에 헤네랄리페 정원에서>

돈키호테, 아는 만큼 보이고 나이만큼 느낀다.

by 김영숙

세계 최초의 근대 소설로 평가되는 돈키호테는 주인공인 알론소 키하노의 별칭이다. 주인공은 라만차 지방에 사는 가난한 귀족으로 시골의 신사(이달고)이며 개종한 유대인으로 책을 많이 읽어 주변에 잘난 체를 많이 하는 인물이다.


그는 세상의 문제는 기사도가 결여되어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며 스스로를 “돈 키호테 데 라만차”라고 칭하며 그의 말 로시난테와 함께 세상을 정의롭게 하기 위해 원정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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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생 시절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허풍쟁이에 허황된 주장을 일삼는 돈키호테의 행동들이 마냥 못마땅하고 심지어는 한숨이 나올 만큼 답답해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 나이 60을 바라보니 나이와 처지를 떠나 자신의 주장대로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내 주변에서 만나는 내 나이 또래들은 혼자서 20여 일 정도의 해외여행에 도전하는 나를 대단하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도전해 보라고, 해보면 할만하다고 말하면 본인들은 겁이 나서 혹은 건강 때문에, 언어가 안 돼서 못 떠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만큼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자신감은 사라지고 움츠러들고 용기를 내기 전에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이리저리 따져 보다 결국은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돈키호테는 나이가 들었음에도 주변을 의식하고 주저앉기보다는 과감히 자신의 생각대로 도전해 보는 선택을 한다. 그러한 그의 도전은 논리적 따져보거나 현실주의자의 눈으로 보면 어리석고 잘못된 선택이나 지금의 나이에서 보면 과감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며 한편으로는 그렇게 도전할 수 있음이 부럽기까지 하다. 한 인물의 삶이 나이와 처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무모한 용기와 도전에 부러움이 커지니 객관적인 사실을 보는 것도 나이만큼 느껴지는 것인가 보다.


돈키호테는 농부의 딸을 악당들에게 잡혀간 공주로 인식하고 그 상상 속 연인 둘시네아를 위해 위대한 업적을 이루고자 한다던가 풍차를 ‘모닝스타를 든 거인’으로 오해하여 공격하기도 하는 엉뚱함 속에서 상처 입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글을 읽는 사람들이 황당해할 만한 다양한 모험을 하기도 한다.


또 원래 농부였으나 하인이 된 산초 판사와 스페인을 다니며 여러 가지 모험을 하다 결국 책의 마지막에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고향으로 돌아와 생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모험과 도전을 포기하고 현실을 인식한 알론소 키하노는 급격하게 늙고 힘없는 존재가 되어 생을 마감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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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에서 돈키호테 동상이나 모형을 보면서 돈키호테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고(실제로 스페인 여행에서 많은 한국인 여행객을 만났는데, 혼자 여행 왔다고 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내 나이의 여성이 혼자 여행을 하는 경우는 정말로 보지 못했으니 어찌 생각하면 나 또한 돈키호테처럼 엉뚱한 모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 있는데 나이 때문에, 혹은 주변의 시선 때문에 머뭇거리다 결국 짧은 우리네 생에서 아무것도 못해 보고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나의 여행도 누군가의 눈에는 엉뚱하거나 어리석거나 혹은 무모해 보이는 행동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년 한 번씩이라도 여행을 떠나는 나의 도전은 내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값진 시간을 보내는 일이며 동시에 충만한 행복감을 경험하는 일이니 나이 든, 건강이든, 타인의 시선이든 의식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언제든 도전하고 또 도전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돈키호테처럼 언젠가 고향에 돌아와 끝을 맞이하겠지. 그러나 그날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나는 또다시 모험을 찾아 떠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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