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아티클 - Design for Transitions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을 하며 이유 모를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대학원에서 거시적인 관점으로 아주 작은 연구를 하다 회사에 들어와 아주 큰 프로덕트를 미시적인 관점으로 디자인하려니 혼란스러웠다. 동시에 큰 프로덕트를 가진 채 새로운 디자인을 하려니 과거와 현재에 얽매이며 나아가지 못한 점도 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Transition Design이라 불리는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소개하며 현대에서 필요한 디자인 관점, 그리고 디자이너의 책임을 강조한다. 명쾌한 해결책과 방법론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내게 디자이너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부여한 것과 더불어 (역설적이게도) 동시에 짓눌렸던 부담감을 덜어주어 간단히나마 기록하고자 한다.
Transition Design은 변화무쌍한 현대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현대 사회엔 셀 수 없는 변화와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문제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 존재감을 표출하지 않는다. 매우 느리게,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우리의 삶을 조용히 잠식해 나갈 뿐. 우리의 일상이란 관성이 매우 강해서, 멀리서 보았을 때에는 납득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용히 적응하고, 타의적으로 납득당할 뿐이다.
디자인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독립적일까? 제품, 서비스, 시스템 등 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것이 우리 삶의 도처에 있음에도, 사회 이슈 혹은 지속성 등에 대해 논의할 때에 디자인은 쉬이 제외되며 어떠한 역할이나 책임을 부여받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삶의 모든 행동, 습관은 누군가로부터 디자인된 사회 속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 디자인은 단순한 산출물이 아니라 사회 구성의 근간이며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킬 강력할 힘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은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것과 더불어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기도 한다. 경제 지속성만을 고려하며 대량생산, 대량 공급에 집중된 디자인 원칙으로 나라의 발전을 도모하였고, 추후 환경에 대한 고민이 야기되며 사용자의 행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가치기반 디자인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서비스, 정보,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직면하며, 관습적인 디자인 프로세스가 급격히 변화했다. 고려할 요인(factor)이 너무 많아져 미래가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사용자의 즉각적인 피드백의 유혹에 데이터로 수정과 개선만을 반복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펼쳐져있다는 이유로, 먼 이상적인 미래를 바라보던 범사회적인 시선이 다시 근미래적인 Problem-solving의 성격으로 회귀해가고 있다.
Transition Design: Prototyping the Future
현재 세상은 수많은 문제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고, 이 변화는 조용히 우리의 삶을 잠식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디자인 산출물, 규제, 서비스 등 모두 변화 속에 있다. 이러한 전환은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매우 중요한 기회이며, 변화와 복잡성에 대해 더 포괄적인 시야와 책임감을 가지고 변화 중심의 가치 기반 디자인이 명시되어야 하는 순간이다.
Transition Design은 지속적으로 우리의 일상, 사회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본 아티클에서는 디자인 방법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제시한다. 먼저, 멈추는 지점(Stopping point)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보통의 디자인은 데드라인이 정해져 있고, 명확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Transition Design은 끝이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끝이 다시 문제가 되어 다시 연결되는 Multi-stage 단계를 전제로 한다. 하나의 작은 성취 후에 이 성취가 어떠한 문제점과 예측할 수 없는 현상을 만들어낼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순간순간 바로 재평가하고 인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것을 의미하며, End-point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을 새로운 디자인과 액티비티로 더 나은 미래로 Shift 할 수 있는 변화 가능성 포인트를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의 작은 유닛에 집중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실현하는 행위(Design practice)를 통해 일상의 반의식적인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도록 한다. 다만 중요한 점은 하나의 물체의 의미에만 집중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회에 새로운 의미가 있는지, 가치가 있는지를 연결 지어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 후 무형의 가치와 의미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회에 영향을 끼칠 대상을 구현해야 한다. 가치를 부여할 만한 디자인 실현을 통해 실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균형이 필요하다.
아티클에서는 예시로 Living Lab과 같은 조직을 제안한다. 회사의 빠르고 조직적인 애자일 디자인 프로세스와 별도로, 이상적인 최적의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매일 가치를 정의할 디자인을 실현 및 실행할 수 있는 조직과 관점이 필요하다. 새로운 변화와 기술을 습득하고 이를 토대로 경험을 디자인하고 테스트를 반복하여 기업과 사회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프로토 타이핑하는 것이다.
보통 회사에서 디자이너의 업무는 기존에 운영되는 프로덕트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하더라도 이미 운영되고 있던 프로덕트의 관성을 이기기가 쉽지 않으며, 기존 시스템과 구조를 활용해야 하는 제약이 큰 편이다. 회사에서 보다 넓은 시선을 가져보고자 하더라도 보통은 경영전략팀에서 근 2-3년의 방향성을 정할 뿐이고, 사용자를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더라도 수익성을 따지는 순간 실현되는 것은 별로 없다.
나는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며 눈 앞에 보이는 프로덕트만을 개선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당장 눈앞의 과제에 사로잡혀, 이 프로덕트가 아주 조금(회사에서의 내 역할만큼) 발전한다 하더라도 눈앞에 놓인 현실의 삶이 얼마나 나아질까 고민했다. 어떤 방향이 옳은 지 감이 오지도 않는 상황에서 내가 이 큰 프로덕트를 한 걸음 옮겨야 한다니, 그리고 이 한 걸음이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는 생각에 한 걸음 한 걸음에 대해 부담이 가득했다.
아티클을 읽으며 이유모를 답답함과 부담감이 조금 해소된 느낌이었다. 이 아티클에서는 프로덕트 레벨을 너머 우리의 삶과 흐름, 경험을 디자인하는 Transition Design을 제안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애자일한 환경으로 시야가 좁아지고 있는 디자인을 꼬집고, 그러한 하나의 부품으로 일하는 디자이너를 반성케 한다. 나 역시도 동일했다. 멀리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지 못한 채 지금의 디자인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니 답답함이 있었고, 미래의 방향을 찾아 프로토타이핑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정답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 부담감이 높았다. 보다 멀리 바라볼 수 있어야 했고, 가까운 것에 목매지 말아야 했다.
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작은 발걸음이라 가벼워 보일 수 있으나, 그 무게는 무겁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디자인은 일상을 위한 것이다. 우리의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다. 제품을 만들 때도 수많은 프로토타입이 있듯이, 사회와 삶의 변화를 위해 다양한 경험들을 프로토타이핑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조적인 변화를 위해 큰 틀에서의 지속적이고 깊은 고민은 늘 필요하다.
시대는 불확실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시점에 디자이너들은 우리 고유의 자산을 가지고 우리의 미래를, 새로운 경험을 프로토타이핑할 의무가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보다 더 사회에 책임감을 가지고, 하나하나의 프로덕트는 End-point가 아닌 And-point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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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아티클:
Cameron Tonkinwise, Design for Transitions - From and To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