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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대 언니 Oct 11. 2018

난쟁이가 쏘아 올린 똥볼

왜 자신의 실수에는 관대하지 못한가?

나는 가끔 내가 찬 똥볼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는 상상을 한다.

그들은 별이 되어 잊을만 하면 다시 나타나 나를 째려본다.


그렇다. 적지 않은 시간 일이란걸 해오면서 참으로 많은 똥볼들을 장외로 날려 보냈다.

뻥뻥 차고 수많은 밤을 이불킥을 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부끄러움에 죽기 보다 출근하기 싫어 회사에 불을 질러 사무실을 폐쇄시키는 상상도 했다.

과거의 실수는 망령처럼 따라 다니며 괴롭힌다. '이봐 너 그러고도 아직 평정심을 유지하니?' 라고 등을 떠민다.


전문비서직 공채로 입사하여, 회사의 가장 높은 사장실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사장님 말투, 몸짓 하나에 몹시도 민감한 임원분들인데..사장님이 말하신 고이사가 해외영업 고이사인 줄 뭘믿고 확신했는지 사장님의 대학강연 가시는 길에 동승하셔야 하니 주차장에서 바로 대기하시라 안내를 드렸다.

차앞에서 해외 영업 고이사를 보신 사장님은 "니가 여기 왜있어?"

알고 보니 인사팀 고이사를 말씀하셨는데 왜 내 머릿속에는 미친 존재감의 그 머리 크신 해외 영업 고이사님만 존재했던 것인가? 큰 머리만큼 마음이 넓으신 해외 영업 고이사님께 사죄를 고했으나 얼굴을 들 수 없다. 낯이 뜨겁다.


영업을 시작해서 독일 법인을 담당하게 되었다. 법인의 전략회의에 참석하러 출장을 갔다. 뭔가 즉흥적인 의욕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법인장님은 각 사업부에서 출장온 사람들이 본사 대표라며, 갑자기 현지인 포함 모든 사람 앞에서 전략발표를 명하신다.  자료는 준비가 되어있으나 주재원에게 한국말로 소개할려고 했던 상황에서, 내가 대표하는 사업부에 대한 썰을 그것도 영어로 풀어야 하니 오마이갓!  

게다가 쇼미더머니를 방불케하는 사업부 담당자간의 경연같은 이 자리에 더 위축된다. 평소 TV가 세상의 중심이고 다른 사업부 제품 들 냉장고, 청소기에 대한 관심은 개나 줘라고 CE 전체 제품을 관장하는 현지인 임원을 구워삶던 그 자신감을 내가 이 무대에서 몸소 랩으로서 실현하여야 하는데...!


단어가 생각안나 음~어~를 반복하며 심장호흡과 함께 얼굴의 홍조는 이미 아침에 두텁게 덧바른 파운데이션컬러을 뚫고 나와 버린 상황. 고구마처럼 빨개져있다. 독일법인 현지인들은 내 얼굴만 바라보는 상황.

겨우 내 순서를 마치자, 휴대폰 사업부를 대표하는 교포출신 출장자가 유창하게 유머를 섞어가며 사업부 전략을 전달한다. 그의 발표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질문을 한다. 그는 답변 또한 유려하게 이어간다. 젠장...내가 무슨말 하는지 못알아 들어서 질문이 없었던거 였어!  


누구나 실수를 한다. 우리는 때로는 다른 사람의 실수는 금새 잊어버리면서도 자신의실수는 문신이라도 새긴듯 되새기고 돌아보고 말못할 괴로움으로 끙끙 앓는다.

밖에서 보는 나의 모습에 전전 긍긍한다.


사반세기를 일해보니 얻은 교훈하나 .

쓸데 없이 부끄러워 하지 말자.


나에게는 태산 같아 보이는 실수를 다른 사람은 의외로 기억을 못하고 오히려 내가 말을 꺼냈을때 "그랬었어?"라는 반응이 되돌아 온다. 나의 그 발표 시간에 참석한 사람들 다수도  내 발표에 대한 관심보다는 그날의 점심 메뉴, 그달의 실적, 아침에 와이프와의 말다툼 등으로 가득찬 머리로 나의 허둥지둥한 모습은 안중에도 없었을지 모른다.


왜? 세상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보다,혹은 보이는 것보다 남에게 관심이 적다. 오늘 나의 똥볼도 그들에겐 먼지와도 같은 존재감일뿐 그들의 기억속에 기리기리 남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고 자기 생각만한다.


부끄러움은 순간이다. 영원하지 않다.

실수로 부터 내가 배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뿐, 부끄러운 순간을 기억하며 일부러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나이가 들 수록 뻔뻔해 지는 것이 자연스럽더라. 기억력도 쇠퇴하고, 저녁잠이 늘어 기억을 되살릴 시간도 부족하고. 내가 찬 똥볼들이 별이 되어 나를 내려다 볼 지언정, 나는 내 두눈만 지끈 감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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