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치 - 편지
유난히 부은 두 눈이 혹시 밤새 울었는지
전할 것 있다 짧게 끊은 어제 전화
또 불안한 지금
넌 금방이라도 울어 버릴 것 같아
아무 말 못 걸겠잖아
던지듯 내 손 꼭 쥐어준 채로 네가 사라진 뒤
미친 듯 써 내려간 한 장의 편질 이제야 읽어봤어
나도 미친 듯이 따라가서 널 불러 보지만
찬바람 싸늘하게 코 끝을 스치며 나에게 말해줘
너는 가고 없다고 보내주라고
- 다비치 편지 중에서
있잖아.
그때 너에게 다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정성을 들여 글로 옮겼어
그 편지는 결국 너한테 부치지 못하고, 수신인에 내 이름을 적어 우체통에 넣었지
야속한 우체국은 소인을 찍어 틀림없이 나한테 전달해 주더라
너에게 하는 말인데, 너에게 부치는 편지인데 내 손에 놓아주더라
그 편지의 수신인이 너였다면, 그랬다면, 우리의 지금은 다른 시공간에 있을까?
그렇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있잖아.
아마도 이 편지는 평생 너에게 부치지는 못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