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잠 프로젝트 - home
산전수전 다 겪은 할아버지가 할머니께 혼나고 있네
흰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나셨네
부뚜막 고양이 지붕만 쳐다보네
그 옆엔 강아지도 함께
오늘은 흐린 날일까 조금은 비가 셀듯해
이젠 어머니가 오실 시간인데
꾀죄한 내 동생 그림자까지도 집에 오는 소리가 들려
배고픈 강아지 대문만 바라보네
산전수전 다 겪은 우리 할머니 단단히도 화가 나셨네
하얀 지붕 꼭대기 위에 걸쳐져 있네
내 옆엔 막둥이 눈치가 형편없네 그 옆엔 고양이
오늘은 흐린 날일까 조금은 비가 셀듯해
이젠 아버지가 오실 시간인데
꽃잠 프로젝트 - Home 중에서
아침부터 열어달라며 베란다의 창문을 두드리는 비는 도대체 그만둘지 모르는 것 같아
이렇게 하릴없이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커피포트에 내려진 약간 식어버린 커피와 토스트 한쪽을 베어 물고 베란다에 앉은 나만의 근사한 브런치 타임
이어폰으로 흘러나오는 꼭 오늘 오후 같은 노래와 그 옆에 자리 잡고 앉은 밀리로 밀린 책 한 권
오늘은 이래도 되는 날이잖아
매일을 숨 가쁘게 달려도 어차피 끝은 보이지 않는 걸
오늘은 이렇게 잉여가 되어도 되는 날이잖아
하루 정도는 뒤도 돌아볼 날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